“오늘은 위로가 필요해요.”
산책길 옆 숲 방향으로 난 긴 의자위로 여자가 몸을 부렸다.
“어떻게 그렇게 오랜 세월 견뎠어요?”
여자가 물었다. 호수의 하늘 위로 반달이 휘영청 밝았다. 달 옆쪽으로 유난히 밝은 별들이 총총거렸다.
“오늘밤에 유성우가 쏟아진댔는데.”
남자는 여자의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유성우요?”
푹하고 여자가 한숨을 쉬었다.
“소원을 빌어 봐요.”
남자가 웃었다.
“빌면 이뤄질까요?”
여자는 무엇인가 체념한 듯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페르세우스자리에서 쏟아질 유성우라고 하네요. 뭐 따져보면 그저 혜성의 똥 같은 것이지만.”
남자가 ‘휙’ 타이어의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냈다.
“혜성의 똥. 별들도 똥을 싸는군요.”
여자도 남자를 따라 웃었다.
“예전에는 말이에요.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늘에 대고 소원을 빌면 내 소원 하나가 별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하늘에 별이 총총한 날은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들이 총총거린다고 생각했어요. 하늘에도 트래픽이 생길 것 같았어요. 해서 나만이라도 소원 같은 것 자제해야겠다. 이런 생각도 했고.”
여자가 깔깔거렸다. 여자의 웃음소리가 꼬리를 끌었다. 마치 그림자를 달고 있는 것처럼.
“지금도요?”
“소원 같은 것 이젠 꿈도 꾸지 않아요. 나이 들면서 소원이란 것도 나이 들은 것인지, 아니면 애초 소원은 소원일 뿐이라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아버렸는지. 소원 같은 것 생각 안 한지 오래 됐어요.”
남자의 목소리는 왠지 의자 옆의 숲속을 한 번 휘돌아 나오는 것 같이 윙윙거렸다.
“전 지금도 소원이 너무 많아요. 너무 많아서 괴롭고, 너무 많아서 지치고. 아직, 사는 일에 미련이 많아서 그럴까요?”
여자의 질문에도 남자는 대꾸하지 않았다. 남자의 침묵을 견디지 못한 여자가 똑같은 말을 던졌다.
“위로가 필요하단 말이에요.”
여자는 기어이 남자로부터 필요한 위로라는 것을 받고 싶다고 주장했다.
“저 사실 기대했거든요. 2년 6개월이었어요. 3년 전에요. 그때 신춘 본심에 오르지만 않았어도 꿈도 꾸지 않았을 거예요. 겨우 2달 전, 그것도 일필휘지로 쓴 단편이었어요. 심심해서 한 번 보내 본거였는데, 그랬어요. 그것 때문이었어요. 해서 이번 장편은 뭔가 성과가 있을 줄 알았거든요.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정성을 쏟은 편이라서. 잘 쓴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지도 작가님이 하도 칭찬을 많이 해서요. 또 같이 읽고 합평한 이들도 놀라워했어요. 다 심미안이 있고, 실력도 있는 이들이니깐, 나름 그들을 믿었어요. 나를 믿은 것이 아니라.”
여자는 두서없이 중얼거렸다. 남자는 그저 망연히 밤하늘만을 응시했다. 자신이 말했던 유성우를 기다리고 있다는 듯. 여자도 남자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동안 침묵했다.
유성우가 쏟아질 것이라는 10시가 넘었는데도 유성우 따윈 쏟아져 내리지 않았다. 대신 여자와 남자를 둘러싼 어둠은 정처 없이 깊어갔다. 근처 숲속에서 쉼 없이 들려오는 풀벌레의 울음만 대책 없이 높아갔다.
“어떻게 견뎠어요?”
어두운 호수위로 몇 마리의 새들이 물살을 치며 날아갔다. 달빛에 비친 물결의 일렁거림이 피아노의 건반을 더듬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견딜 필요가 없었어요.”
남자의 목소리는 그들을 둘러싼 어둠만큼 깊었다.
“그저 하고 싶었니까요. 남들의 평가 같은 것 상관없었어요.”
“확신이 있었군요. 자기 작품에 대한.”
여자는 무엇인가 남자의 말들이 맘에 들지 않는지 목소리를 띄웠다.
“뭐, 확신이라기보다는.”
남자는 뭔가 신중히 생각을 하는 것처럼 간격을 두었다.
“확신이 없고서야 어떻게 무심할 수 있죠? 고수라서 그런가요?”
여자는 따지듯 급하게 말을 몰았다. 한참이 지나도 남자는 대꾸하지 않았다. 마치 대꾸할 필요조차 없다는 듯. 여자가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답답해서 미치겠고, 슬퍼서 울고 싶고 쓸쓸해서 외롭다고, 외롭다고 여자는 속으로만 투정을 부렸다.
“확신이 없어도 쓸 수밖에 없단 말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요. 죽을 것 같단 말이에요. 그래요. 쓸 수밖에 없어요. 쓸 수밖에.”
여자는 남자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불현듯 자리를 터는 여자는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어둠속 여자의 그림자가 허청거렸다. 여자가 떠난 빈 의자위로 소나무의 그림자가 짙은 그늘을 만들었다. 바람이 잠시 그것들을 더듬었다. 유성우는 어찌 되었을까?
Sophie Zelmani - Stay with my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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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l in love with my lover in the morning
Or may be I fell long before you
Now I wonder what lovers are missing
And how the name seems to me passing through
It's so sad but maybe you're self-caused trouble
Perhaps I've been sad longer than you
I might have been fooling my lover
You have always been so much more to me
Ain't got the heart baby
I ain't got the heart
Go with the morning
I'll stay with my heart
I ain't got the heart baby
I ain't got the heart
Go with the morning
I'll stay with my heart
Stay with my heart
You know I was sent for that morning
Or maybe it just was the night that threw me out
I ain't got the heart baby
I ain't got the heart
Go with the morning
I'll stay with my heart
I ain't got the heart
I ain't got the heart
Go with the morning
I'll stay with my heart
I'll stay with my heart
I'll stay with my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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