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팝송, 국내가요 등

마음의 추를 달기/Skye - Not Broken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8. 12.

   아침 5시에서 6시 사이, 새벽과 아침을 가르는 경계의 시간들. 부지런한 새벽노을은 잠깐 그 형체를 드러냈다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빛의 산란에 의해 생긴다고는 하지만 저녁노을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간대라 뭔가 아쉬움만 남습니다. 마치, 우연인 듯, 불현듯 나타났다, 필연인 듯, 불현듯 사라진. 설렘 가득 충만했다가, 애틋함만을 남기고 가버린. 시선 속에 가두려 해도 이미 물리적 시간대를 벗어난.

     이 시간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갓 딴 오이를 씻지도 않고 입에 물었을 때의 첫 맛과, 냄새와 촉감. 그러나 씹기 시작하면 오이는 그저 오이의 맛과 냄새와 촉감일 뿐입니다. 더 이상 신비하거나, 특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마치 오늘이 내일 같은, 내일이 모레 같은.

   나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합니다. 새벽노을을 보기 위해 창문 앞에 서면 경계의 시간들에서 얼핏 만났다가, 혹은 보였다가 이내 사라지는 빛의 시간들. 그 시간을 인식하고, 그리워함으로써 나는 무엇인가를 쓸 수 있는지도 몰라, 아니 쓸 수 있을 거야. 그래 나는 쓰는 거야. 이불을 정리하고, 노트북을 켜고, 그리고 세수를 하고, 물 한 모금을 음미하듯 천천히 마십니다.

   어젯밤, 쓰다 만 단편 속 인물들에 대해 줄곧 생각해오고 있습니다. 아니죠. 벌써 2년 전부터 그 주인공들은 내 안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2014년에 잠깐 얼굴을 보였다가, 컴퓨터에서 잠들어있던 것을 어제 깨웠습니다.

   어느 눈 내리던 4월의 주말  오전, 나운동 시장 주변으로 만개한 벚꽃 잎들이 하염없이 흩날렸죠.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지? 사부작거리며 하염없이 떨어지던 벚꽃 잎과 함께, 싸락눈이 우수수 뿌려지던 그 날, 그 순간을 오랫동안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축제처럼 벚꽃 잎과 싸락눈은 수건과 모자를 쓰고 있는 시장 통 상인들 위로 춤추듯 그렇게 휘날렸답니다. 현과 몽의 경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그 배경 속의 한 풍경이 되어 나조차 망연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순간, 나는 이제 그 시간대로 다시 돌아가, 은밀하고, 나른하게, 두 여사님의 일들을 더듬으려 합니다.

   그 배경 속에서 봉희야 여사와 몽필자 여사는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누구는 베트남에서 팔을 잃었다하고, 누구는 뱃일을 하다 팔을 잃었다하는 백발이 성성한 1톤짜리 용달차의 주인인 김선생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봉여사와 夢여사의 한 바탕 싸움으로 거나하게 펼쳐집니다. 그리고 뜻밖에 김선생의 여인이 등장함으로써 봉여사와 夢여사는 지긋지긋한 경쟁관계를 끝내고 휴전에 이르게 되다 결국 서로를 향한 연민에 의해 진정한 친구, 아니 동반자로 거듭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이런 설정을 해놓고 보니, 내 소설 속 인물들은 늘 뭔가 합의의 단계로 진입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야말로 내 무의식의 투사 속에 있게 되는 구나, 빙긋 소리 없이 웃어봅니다. 어쩌면 현실 속에서 가능할지도,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는 일들을 꿈꾸는 자체만으로도 뭔가 내 인생이 좀 따뜻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 라고 내 무의식은 무던히도 용을 쓰는구나, 살짝 자아연민도 고개를 쳐듭니다.

   얼마 전에, 별 일도 아니면서 별 일이 되어버린, 그래서 몹시 마음 상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이렇다 저렇다 변명하는 것이 귀찮고 부끄럽기도 해서 그저 미안하다, 미안하다, 고개를 숙여버리고 잊자고 작정했던 일인데, 뭔가 일이 꼬이고자 했는지, 자꾸만 확대되어 여러 사람이 얽히게 되고, 그 와중에 상처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상처를 준 사람도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는 말이 더 적확할지도 모릅니다. 역지사지를 생각해보면 누가 옳았다 글렀다 딱히 말 할 수도 없습니다. 물론 조금 더 글렀을 수도 있었던 사람도 있지만. 여하튼 그 일을 겪으면서 깨달았던 일은 중심을 잡는 일이었습니다. 부화뇌동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런 후회 같은 것이 밀려오는 것은 바로 내 소설 속 주인공인 봉여사와 夢여사의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늘 인생은 선택을 강요하고 그 선택을 너무 가볍고 쉽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이제 추를 달아야 하지 않을까, 오늘 봉여사와 夢여사의 삶을 엿보며 잠시 나를 반성해 봅니다.

   너무 이른 아침, 부지런함이 몸에 배인 나의 엄마, 송여사는 내 집 주변을 맴돌며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쉼 없이, 아이고야, 아이고야를 연발하면서도 무엇에 저리 땀을 흘리는지. 30년 뒤의 내 모습이 분명 저럴 것인데. 그것이 무엇이라고, 무엇이라고 핏대를 올리며 소리쳤을까, 인간으로 사는 것이 겸연쩍은 아침입니다.


Skye - Not Broken


https://www.youtube.com/embed/AwuuuaKlXJ4" frameborder="0" allowfullscreen></iframe>

New song by former Morcheeba vocalist Skye Edwards, from forthcoming album Keeping Secrets.


oh no no oh no

not broken

in two not youlike the seed you grow

under it all

you’re roots take holdsmooth out the creases

then you’ll seeand when you fall

down in between them all

here you are whole

not brokenon and on hold on

not broken

just loose at the seemsoh no no don’t let go

just listen

goodness increases

you will seeand when you fall

down in between them all

here you are whole

not brokenleave it behind

all of the pain inside

here you will be

not brokenthrough the crowed patchwork souls

move closer closer

and when you fall

down in between them all

here you are whole

not brokenleave it behind

all of the pain inside

here you will be

not brokenyou will see

you will s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