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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 국내가요 등

기다리는 일/ 이은미 - 어떤 그리움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8. 7.

“내 마음이 흐르는 데로 살기로 했어요." 생각했더니 그럼 내 마음이 어떻게 흐르는지 관찰해야 했지요. 이런 연유로 요즈음 난 "내 마음 들여다보기의 즐거움"에 빠져있답니다.

  또 신기하게도 마침 읽고 있는 책 중에 '마음' 관한 이런 구절들이 있더라고요.


  "마음은 생각이나 감정을 넘어선다. 이 둘을 합쳐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감정도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 어떤 생각도 순수하게 기억만으로 이뤄지진 않으며, 그 어떤 기억도 감정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감정과 사고, 육체와 정신, 안과 밖, 과거와 현재가 혼합되어 있다. 다중적이고 독창적이어서 마치 바다의 파도와 같이 한 번도 똑같은 적이 없다."


   더불어 스스로의 마음에 다가가는 방식에 대해 이런 말도 합디다.


   "일단 하던 일을 멈추는 것이다. 일하거나 달리거나 세상에 대해 불평하는 등의 행위를 잠시 멈추는 것이다. 숲속에서 걸음을 멈추다 보면 바람소리, 나무소리, 새소리, 숲이 속삭이는 소리들이 들리는 것처럼 그저 잠시 멈춰 서서 내 안의 속삭임을 관찰하듯 그렇게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


   현실에서의 번거롭고 복잡한 것들로 부터 나를 좀 방치해 두었더니 그 빈 공간사이로 적막함이 밀려들고 나는 또 놀이처럼 그렇게 내 마음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나 봅니다. 날마다 반복되는 고되지 않는 육체노동과 적당한 거리의 인연들이 만들어 주는 편안함이 조화를 이루며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놀이를 누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듯도 하고.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남들하고 관계 맺기에 매우 서툰 사람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내 속에 있는 것이 그대로 밖으로 표출돼야한다고 생각하며 사는 까닭에 무엇을 숨기거나 왜곡했을 때의 불편함을 인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래야 오래도록 신뢰를 쌓을 수 있고 그 신뢰를 의지한다면 약간의 실수나 오해도 시간이 가면 해결될 수 있다는 그런 믿음. 일일이 날 이해시키려 하지 않아도 되고 나 또한 상대방으로부터 자세한 설명 없이도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이 생긴다는 믿음.

   그런 관계를 늘 그려왔기에 좌충우돌 부대끼면서도 단순, 무식한 정공법으로 관계 맺기를 시도하다 넘어지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고. 그래서 아플 땐 가만히 상처를 들여다보며 내식의 자가 치유법을 실행하고 그  효력을 느끼며 지켜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경험 어떠신가요? 모든 오해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히려 "가만히 기다리기."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해결법을 나는 내 무기로 삼고 사는 듯합니다. 속도의 문제였습니다. 누가 얼마나 더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가? 인내하는 것을 힘들어하는데 관계에서의 충돌에서 이뤄지는 오해들에 대한 매듭풀기 방법으로서의 기다리는 태도는 일등인 것 같습니다. 그 이면에는 어쩌면 나의 비겁성이 내포되어 있을 듯도 합니다. 한편으론 게으름의 속성도 한 이유가 될 듯도 하고. 그러나 솔직히 말한다면 경험으로 체득한 내 삶의 태도라고 하여야 가장 적당한 답이 될 듯도 합니다.

   장황하게 이런 수다를 피우는 것은, 내가 풀어야할 관계의 매듭, 그것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사소한 문제라고 여기는 것이 상대에겐 아주 중요한 문제일 수 있어, 나의 생각과 상대의 생각간의 편차가 있기 때문에 상대도 나도 마음이 많이 불편할지 모릅니다. 이렇게 망연히 기다리고 있는 일 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가, 가만 내 마음에게 묻곤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답은 ‘뭘, 어쩌겠어. 그냥 기다려 보렴,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너도 상대도 어떤 지점에 도달 할 수 있을 거야. 혹 그 지점이 어긋나도 그건 너와 상대의 인연이 거기까지라고 생각해야지.’ 그렇게 말하는 마음의 소리를 듣습니다.

   요즈음, 부쩍 그악스러운 땡볕에도 성급한 가을이 스며드는 모양입니다. 창밖 발렌타인나무의 잎을 더듬는 바람결이 반갑기만 합니다. 그곳에 그리운 것들, 그리운 이들의 마음들이 함께 오기 때문입니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빙긋이 웃어보는 하루입니다.



이은미 - 어떤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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