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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 국내가요 등

To 엘리엇 11. 날마다 새롭게/ Patricia Kaas - If You Go Away.wmv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8. 11.

   “그만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처마 끝에서 애기 주먹만 한 참새들이 떠들어댑니다. 참 이상한 것은 그렇게 떠들 던 것들이 어느 시간대가 지나면(내 경험으로는 아침 8시 이후가 되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위를 피해 뒤쪽 산그늘 속으로 숨어 들어갔을까 생각하니, 생명에 대한 애틋함이 밀려듭니다. 살기 위해서, 더 잘 살기 위해서 참새들 또한 방편을 마련한 모양입니다.

   새로 이사한 농가주택이 서향인 까닭에 저녁 무렵 햇볕에 달궈진 공간은 한증막 같은 열기로 가득합니다. 으슥한 밤, 집에 돌아오자마자 밖으로 난 모든 문을 열어 제킵니다. 첫날은 낯선 환경에 뭔가 미심쩍은 두려움이 서려왔습니다. 잠들 무렵 그 두려움으로 모든 문을 점검하고 또 점검하다가 창문을 굳게 닫았습니다. 첫날밤은 그렇게 내부의 열기를 고스란히 안고 선풍기도 없는 공간에서 답답함을 견뎠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둘째 날부터 아예 창문을 열어놓고 잤더니 비로소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어젯밤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잤더니 새벽녘 산뜩한 공기에 발밑에 있는 이불을 끌어다 덮었습니다. 아직은 여름이지만 새벽녘의 쌀쌀한 기운이 만상을 소리 없이 싸고도는 걸 느끼니, 가을이 곧 오겠구나, 살갗으로, 가슴으로 먼저 가을마중을 했습니다. 이렇듯 새롭게 맞이하는 새벽, 이슬에 젖은 풀숲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함께 안단테 안단테로 스며드는 가을의 고즈넉함이 벌써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가을의 적막함 속에 깃들면 그대에게 긴 편지를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고즈넉한 어둠 속에서 열기에 젖은 나의 영혼은 그대의 영혼에 무엇인가를 전해주고 싶어 안달날 수도 있겠구나, 설렘 반 두려움 반, 이 가을을 어떻게 지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만사에는 다 때가 있다고 합니다. 설령 내 마음이 때를 잘못만나 그대와 어긋나더라도 나는 내 생의 은밀한 작업들을 거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만족하지 못한 나의 모든 욕망들, 그 에너지들은 이 공간에서, 이 시간대에서 다 표현하고 그것이 하잘 것 없는 글 나부랭이에 불과할지라도, 흡족한 마음으로 더 바랄 것 없이 완전하게 절망하여 죽기를 희망하는 시간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바라다보며 느끼고, 깨닫고,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그대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의 시선이, 나의 촉수가, 나의 깨달음이 더 깊어지고, 투명해지며, 뜨겁게 달구어짐이 신기하고, 축복이라는 사실이 감동적인 시간, 나는 날마다, 아침마다, 새벽마다 켜켜이 쌓이는 그대 향한 그리움으로 새롭게 태어나, 새롭게 감동하며, 새롭게 사랑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현재의 순간은 이미 나라는 존재를 떠나 또 다른 나를 형성해가고 있습니다. 내 눈앞에 펼쳐진 모든 미래들은 낯설지만 그 낯섬이 아침의 풀벌레소리와, 참새들의 수다와 간혹 존재를 알려오는 이웃집 개의 울음소리와 낮닭의 홰치는 소리와 눈앞에 펼쳐진 초록빛 층을 이룬 나뭇잎사귀를 더듬던 바람과 함께라면 그 얼마든지, 나의 꿈들을 채색할 것입니다. 내 과거와 미래는 내 현재 속에 공존합니다. 그대의 과거와 미래 또한 내 현재에 공존하며 새롭게 태어나길 꿈꾸어 봅니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라는 싯구가 자연스레 입가를 맴돌기도 합니다. 인생은 한낮의 백일몽이고, 그 백일몽에 취해서라도 살아야할 목숨이라는 것이 애잔키만 합니다. 오늘 아침은.




Patricia Kaas - If You Go Away.w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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