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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아리아

내 애인은1외 습작시 몇 편/ Erik Satie - The Essential Collection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7. 29.

1. 내 애인은 1/김은


내 애인은 엿장수

손님 없는 엿을 판다


내 애인은 욕쟁이

수 틀리면 욕을 한다


내 애인은 방귀쟁이

이쁜 것들 앞에서는 일부러 방귀를 뀐다


내 애인은 엄살쟁이

손가락에 피가 나면 날 부른다


내 애인은 바람둥이

하루도 바람 잘날 없는 가슴이 되어 꽃을 딴다


내 애인은 꼭두각시

세상을 향해 맘에 없는 웃음을 흘린다


내 애인은 겁쟁이

질 것 같으면 되레 큰소리를 친다


내 애인은 수다쟁이

빨간등 아래서 노래를 부른다


내 애인은 허겁쟁이

빈집 근처에도 못가 나를 앞 세운다


내 애인은 때꼽쟁이

바라만 보는 애인에게 밥 한 끼 안 사준다


내 애인은 이 모든 쪼다다

하여도 참으로 예쁘기만 한 것은

그가 내 애인인 까닭이다



2. 내 애인2/김은


내 애인은 뚱순이

뚱깃걸음으로 잘도 걷는다


내 애인은 변덕쟁이

하루도 열두 번씩 쫑이다 지랄을 떤다


내 애인은 왕짜증 수다쟁이

바람 분다 비가 온다 하루에 열 두 번씩 소리친다


내 애인은 철부지

밥도 나오지 않는 썰을 풀고 노상 헛 것들을 찍어댄다


내 애인은 암컷

요상한 웃음을 흘리며 날마다 춤을 춘다


내 애인은 말똥구리

또르르 또르르 암 것도 아닌 일로 박장대소 눈물 흘린다


내 애인은 참 몹쓸 종자

싫다고 싫다고 암만 쫒아도 치대기만 한다


내 애인은 이 모든 모순이다

하여도 참으로 예쁘기만 한 것은

그녀가 내 애인인 까닭이다



3. 살겠다고/ 김은


날마다 허공에

천 개의 바람 집을 지었다

그대와 살 섞어 새끼를 낳고

새끼들은 무지개 같은 웃음을 흘리며

천 개의 꽃밭을 만들었다

바람 소리 날 세운 하룻밤

바람 집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초상집 같은 울음소리 요란할 뿐

꽃상여 앞세우던 천개의 꽃밭도

임립한 만장처럼 휘날렸다

어느 날 꿈 깨어보니

사라진 천 개의 바람 집과 천 개의 꽃밭은

환지통을 위한 천개의 타이레놀이었을 뿐



4. 6월 소경/김은



또르르 또르르

흡 흡 흡

이슬방울 무거워

연이파리 배꼽으로 모여들면

여름빛은 짙어간다


마흔다섯은 귀신이 와

서는 것도 보인다는데

쉰여섯인 나는

연이파리에 모여든 이슬방울만 보이고

그들이 만드는 어린 고요가

내 늙은 고요에 젖을 물린다


어디로 가야 할까

이슬방울이 묻는다

어디든 상관없어

이쪽으로 가면 더 큰 호수로 빠지는 거야

그것의 의미는 네가 없어진다는 것이야.

그럼 저쪽으로 갈까?

마찬가지야

넌 물속 연이파리 배꼽 위에 있어

어느 쪽으로 가든 마찬가지야

넌 곧 사라질 거야

해가 뜨면 사라질 거야


또르르 또르르

흡 흡 흡

여름빛 짙어가는 이른 아침에

연이파리에 모여든 이슬방울들이

나에게 말한다

이쪽도 저쪽도 상관없이

넌 곧 사라질 거야

해가 뜨면 사라질 거야


장자가 나비의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자의 꿈을 꾸었는지

사라지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지

존재하는 것은 곧 사라지는 것인지


똣또르르르 똣또르르르

흡 흡 흡

숨을 멈춘 고요가

이슬방울로 맺혀있다

여름이 짙어간다



Erik Satie - The Essential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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