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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아리아

2016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침에/Erik Satie - The Essential Collection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12. 25.

 


 Erik Satie - The Essential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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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에 듣는 Eric Satie는 늘 정답이다. 그저 음과 음 사이의 여백에 나를 묻는다. 아침 안개를 가르며 햇살내림이 쏟아지는 호수의 물비늘을 떠올린다. 산들산들, 반짝반짝 쉼 없이 흔들리는 그것들 위에 살포시 앉아 하늘거리고만 싶은 아침이다. 서리를 맞아 고개를 숙인 노쇠한 풀들, 다가올 찬란한 여름을 위해 기탄없이 늙어 꼬부라진 연잎들, 6살 아이처럼 그것들 사이로 물살을 피워대는 천둥오리들, 호수의 아침은 결코 적막하지 않은데 나는 그들 사이에서 침묵을 그리며 생명의 축복을 읽는다.

   나는 안다. 내가 삶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몽상가인 내 실체를 누구보다도 더 잘. 몽상가로서, 또는 실패자로서 딛고 일어서야 하는 생에 대한 욕구, 실패하지 않으면 피어오르지 않는 열정, 불사를 수 없다면 퇴색될 수밖에 없는 운명의 모순 속에 나는 철저히 고독하다. 고독할수록 나는 나 자신에게 더 몰두할 수 있고, 그 고독함이 끊임없이 자판을 두드리게 하며 서정을 꿈꾸고, 사랑을 갈구하게 되는 것, 이것이 몽상가로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내 운명에 대한 작은 위로가 되는 아침.

   이제 연탄을 갈고, 난로 위에 물주전자를 얹은 후,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내 하루를 시작하련다. 참으로 더할 수 없이 좋은 순간들, 내 옆에 풍경으로 다가 온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싶은 2016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의 아침, 신의 은총이 모든 삶 위에 가득 쏟아져 내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