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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들

영화 <핑크> 전수일 감독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4. 25.

 

핑크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상황을 [모던에서 포스트모던으로]라는 논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에서 우리가 갖는 느낌은, 이제 우리 자신이 새로우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으며, 모든 것이 가능하고, 어떤 것도 다시 똑같을 수 없고, 어떤 것도 다시 똑같기를 원치 않으며, 우리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기를 원하며, 과거의 모든 대상, 가치, 정신구조, 일을 행하는 방식들을 제거해 버리길 원하다. 어쨌든 과거의 모든 것이 변형되기를 원하다는 신념에 근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그리고 철저하게 현대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현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의 상황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방식이다."

 

즉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성으로 시작과 종말의 붕괴, 기원의 부정, 인간의 탈중심화, 새로운 것에의 활력, 이성의 탈신격화, 통일성의 거부, 주체의 공허성, 언어의 한계성, 메타담론들의 해체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 하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적 인간의 모습은 지구상의 곳곳에서 각각의 영역에서 하나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이성의 재검토, 합리주의의 거부, 주체의 해체를 바탕으로 한 시대의 이념을 사회의 각 영역에서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세계관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조망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인식여부와 상관없이 문화와 예술 전반에 걸친 이러한 현상 속에 살아가는 개인이며, 이러한 개개인이 하나의 주체가 되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느낀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는 나의 태도 또한 작가나 감독의 의도를 읽으려고 하지만 그것에 더해 내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소설과 영화 속에 발견할 기회를 만났을 때 감상의 기쁨은 배가 된다. 즉 영화를 볼 때 관객인 나의 상상력과 영화의 여백을 통해 내가 읽어내는 것들을 중시하게 되며 영화가 끝나는 시점에서도 여운을 주는 작품을 선호하게 된다. 나도 포스트 모더니즘적 인간이므로, 모든 것의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재창작하는 기쁨을 결코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영화 <핑크>에서의 전수일 감독의 암호풀기

 

  죽은 조개껍질이 흩어져 있는 잿빛 갯벌 위로 빗물이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어슴푸레 멀리 배 한척이 보이고 소년(상국/박현우)이 팔을 휘두르며 전라로 갯벌 위를 달린다. 상국의 머리위로 끼룩끼룩 갈매기 무리가 날고, ‘상국아’라고 부르는 옥련(서갑숙)의 목소리가 들리며 영화는 시작된다.

 

 

 

 

옥련이 운영하는 핑크 문 앞에 여행 가방을 옆에 둔 수진(이승연)이 기다리고 있다.

핑크의 주인 옥련은 해망동 말랭이에서 지적 장애아인 아들 상국과 단 둘이 살아간다. 재개발지구로 지정된 해망동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고 그들이 떠난 집을 청소하며 이곳에 남고자 하는 옥련은 재개발을 반대하는 데모를 하기 위해 핑크를 수진에게 맡긴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기타를 맡기로 온 남자(강산에)는 수진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자신의 기타를 핑크에 맡기고 나간다.<이 대목에서 왜 강산에가 나와야 하는지? 그저 방황하는 어떤 개인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상국의 미래의 모습인지? ㅎㅎ 상국은 지적 장애인인데 이렇게 멋진 강산에를...쬐께 실례>

갯벌에 버려진 헌 냉장고에서 옥련이 달걀을 꺼내오며 아들 상국은 냉장고에서 갈매기가 되어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수진에게 설명한다.<비틀어져 세워져 있는 헌 냉장고는 영화 속의 신의 한 수라고 생각됨. 이것의 상징성에 헐헐헐 했음.>

옥련과 연인 관계이며 공권력, 권력의 상징일 성 싶은 경찰 경수(이원종)는 쓸데없는 짓(데모)을 그만 두라고 옥련에게 종용한다.

<옥련이 나체가 되어 몸을 닦아내는 장면은 왜 필요할까? 몸을 닦은 후 옥련이 짙푸른 원피스를 입고 나오는데 이 원피스를 나중 수진이 입고 나온다. - 이것은 수진이 옥련화 되어 자신이 그동안 참고 감당해온 부조리(아빠의 성폭행)와 과감히 맞선다는 의미일까?>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왔음직한 수진은 시시때때로 아버지의 환영에 시달린다.

<배설장면은 왜 나오는 걸까? 상국이 앞에서 수진의 배설, 해망굴에서의 옥련의 배설, 유치장 안에서의 여자의 배설.>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는 옥련을 바라보는 상국.<나중에 상국이 냉장고에 들어가기 직전 강산에는 상국이 앉은 똑 같은 자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이 장면은 강산에가 먼 훗날의 상국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음>

수진은 옥련에게 왜 가게의 이름을 내걸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땐 내가 인생이 핑크빛이기를 바랬었나?” 옥련은 표정 없이 대답한다.<옥련 자신에게 대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나온 옥련의 삶의 신고가 느껴져 뭉클했음>

만조로 가득 찬 갯벌 위로 햇살을 받아 퍼지는 윤슬이 부드럽게 반짝이고 그 위를 나는 갈매기들의 끼룩거림과 수진과 상국의 웃음소리는 경쾌한 배경음악(기타소리)과 어우러져 그들의 삶의 가장 행복한 한 순간을 그린다.<이 순간에 이상한 위로가 찾아왔음>

상국을 목욕시키며 수진은 상국을 안는다.<상국이를 안고 목욕시키는 의미는 무엇일까?>

<핑크의 문 앞자리에 앉는 사람. 수진의 아버지의 환영, 경찰 경수, 수진, 옥련. 수진의 환영 속 아버지가 앉았던 탁자 위에 놓이는 꿈틀거리는 문어의 상징은? 탐욕? 또는?>

깨어진 사각 프레임 안에서의 경수와 옥련의 격렬한 섹스장면을 사각 프레임 밖에서 관찰하는 상국. 사각 프레임안에 있던 부서진 티비이를 켜는 상국의 행동은 무엇을 상징할까? <엄마 옥련의 소식을 들을까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것일까?>

아버지의 환영을 도망치지 않고 통과하는 수진.<수진이 성장하는 과정의 연장선으로 읽어야 할까?>

교도소 면회 장면에서 상국에게 찌찌를 주는 옥련, 문으로 엿보는 경수

<상국을 파마시키는 수진의 심리는?> 수진이 웃는다. 경쾌한 음악이 깔린다.

상국도 웃는다. -행복한 일상을 보여준다.- 아이들과 상국, 수진의 옥상에서의 물놀이

경수가 수진의 환영 속 아버지와 옥련이가 앉았던 자리에서 술을 먹으며 핑크, 여기 핑크 맞어? 여긴 핑크아녀. 뇌까린다.<경수는 핑크의 의미를 부정한다. 경수가 막걸리를 넘치게 따는 의미는?>

바다를 바라보며 직사각 프레임안의 수진.

하제장면 배를 타고 나가는 박민과 수진. 수진의 자살 시도와 박민의 구출. <수진이 옷을 벗는 의미? 구해줘서 고마움에 대한 보상? 잠수부 몇 명이 동원되었을까? 무채색의 화면들, 반달 하늘에 떠있는. 자살 시도하다 구해 누워있는 장면에서 보통 눈을 감고 있을 텐데, 왜 수진은 눈을 뜨고 하늘을 보나. 하늘의 반달은 무슨 상징하는 것일까?>

젖가슴을 만지는 아버지의 환영을 거부하지 않는 수진.<자살 시도 후의 강해진 수진의 상징인가? 연극적인 장면. 환영임을 암시하는 화면>

옥련이 갈매기 모이를 주던 장소를 보여주고 상국이 앉아있다. 상국이 경찰소를 방문하지만 옥련은 없다. 경수가 상국을 발견하고 집에 가라고 종용한다. 상국이 오줌을 싼다. 상국이 경수의 순찰차의 사이드 미러를 부순다.<너, 내꺼 건들었지, 이 자식아.- 상국이 엄마, 옥련과 경수가 섹스를 하는 장면을 본 후라 그렇게 생각하고 일종의 상국의 복수극, ㅎㅎ> 상국이 집에 돌아와 엄마를 찾는다. 강산에가 옥상에서 바다를 하염없이 지켜본다.<강산에의 표상은 무엇일까? 자꾸 신경이 거슬리네. 궁금해서>

상국이 버려진 냉장고 속으로 들어가고 냉장고가 쓰러진다. 상국이 냉장고 안에서 문을 열려는 시도를 하는 소리가 난다. 아무리 두드려도 문은 열리지 않고, 낡고 지저분하고 철조망이 있는 건물들의 건조함을 화면이 보여준다. 갯벌에 물이 들어오고 냉장고가 물에 잠기고 그 위를 나는 갈매기들...<어떻게 촬영했을까? 촬영하기 위해 스텝들은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 장면은 압도적임. 이 아이디어는 누가 냈을까, 심히 궁금. 상국은 엄마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서 다시 갈매기로 환생하고자하는 욕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일까?>

수진이 옷을 벗고 예전 옥련이 입었던 짙푸른 원피스로 갈아입고 자신을 거울 속에 비쳐본다. 그 원피스를 입은 채로 술을 나른다. 아버지의 환영을 거부한다. “안돼요, 아빠. 그만해요.” 이제 수진은 아버지의 폭력을 확실한 거부 의사한다. 옥련의 짙푸른 원피스를 입고 난 후.

아버지가 벌거 벚은 채 서 있는 장면과 그걸 바라보는 수진. 문을 닫는다.<수진의 거부 의사 표현?>

수진은 옥련의 원피스를 입고 아버지의 병실로 온다. 아버지를 목 졸라 죽인다. 아버지 또한 반항하지 않는다.

수진의 아버지. 경찰 경수/ 권력을 대변하는 자

옥련과 수진/ 권력에 반항하는 자

사각프레임을 많이 쓰는 감독 -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무의식의 발로 혹은 갇힌 자아가 열린 세상을 단순히 관조하는 걸로 해석을 해야 할까?

옥련이 떠나간 집들을 청소하는 이유 - 의미 없음이 의미 있음이요. 의미 있음이 의미 없음을 의미한다.

강산에가 기타를 맡기고 찾아가는 것의 상징은?

이승연은 이은주 분위기가 난다. 이승연은 어떤 이유로 캐스팅 되었을까?

 

나의 감상

 

배우들의 표정과 남발하지 않는 소리들(대화, 배경이 되는 소리들), 화면의 절제력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무채색의 화면에 사각프레임들은 한 장 한 장 스틸컷으로 여겨도 무방할 만큼 내 맘에 꼭 들었다.

서사를 이끄는 방식이 나름 개연성과 설득력이 있었다.

강산에가 왜 나와야 하는지, 도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못 읽는 것인가?

강산에는 연기보다 노래가 헐헐헐 멋지다.

 

강산에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 - 넘 좋더이다.

1>그대가 자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금은 생각해 그대가 전화를 걸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금은 무언가를 찾고 있나요? 무언가를 느끼고 있나요? 지금은 그대가 편안한 시간 속에 있으면 그대가 일하고 있을지 모르는 지금은 생각해. 그대가 생각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는 지금은 무언가를 찾고 있나요? 무언가를 느끼고 있나요? 지금 그대가 잠자는 시간 속에 있으면 좋겠네. 지금 그대가. 그대가 뭔가 느꼈을지 모르는 지금은 생각해. 그대가 뭔가를 꿈꾸고 있을지 모르는 지금은 무언가를 찾고 있나요. 무언가를 느끼고 있나요. 지금 그대가 편안한 시간 속에 있으면 좋겠네. 지금 그대가. 있으면 좋겠네. 지금 그대가

2>너는 왔네. 나에게로 붉은 입술에 장미꽃 물고 돌아선 날 향해 네 눈 속의 별 떨어뜨리면 황홀하게 타오르네. 목마른 사랑, 목마른 영혼 널 보고 있으면 네 눈 속의 별 보고 있으면 상상했네, 투명한 널 보고 나를 비워갈 수는 없을까? 상상했네, 너의 그 눈 속으로 들어갈 순 없을까 황홀하게 타오르네. 목마른 사랑 목마른 영혼 널 보고 있으면 네 눈 속의 별 보고 있으면.

옥련이 부르는 노래/군산항 밤 부두

누구의 눈물이냐, 지금도 내리는데 군산항 밤 부두에 군산항 밤 부두에 아아아아 뱃고동만 슬피 우네. 군산항구 밤 부두에 비가 내린다. 이별의 탄식이냐? 눈물로 헤어지듯 사랑의 눈물인가 지금도 내리는 데 군산항 밤 부두에 군산항 밤 부두에 아아아아 갈매기만 슬피 우네.

 

 

 

여기서 부터는 펌글

출처: 다음 영화

 

 

바다 위를 떠다니는 슬픔이 한데 모여 생긴 작은 섬…
소외 받은 이들의 아픔과 상처가 머무르는 곳 ‘핑크’

비 오는 이른 아침, 항구 언저리에 자리잡은 선술집 ‘핑크’를 찾아 온 수진은 주인 옥련을 만나 같이 일하기로 한다. 옥련과 그녀의 아들 상국이 10년 넘게 살아온 ‘핑크’는 그들뿐 아니라 동네 사람 모두의 안식처다. 하지만 동네 철거 위기로 옥련은 반대 시위에 참석하느라 여념이 없고,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상국은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하고 방황한다.

옥련은 경찰간부인 경수로부터 그동안 ‘핑크’의 영업을 돌보아준다는 핑계로 연인 같은 모호한 관계를 유지하며 ‘핑크’ 주위를 맴돈다. 수진은 옥련과 상국처럼 힘없이 좌절되는 사람들의 삶을 대하며 자신이 겪은 아픈 가족사를 떠올린다. 어린시절 수진은 홀아버지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받아왔고 그 과거의 아픈 기억은 그녀의 무의식 속에 나타나는 아버지로 인해 늘 괴롭다.

‘핑크’에는 우산을 자주 빌리러 오는 40대 남자가 있다. 이 우산남자는 기타를 메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세상사에 관심없는 듯 노래만 부른다. 수진은 노래하는 그 남자를 대하며 자신도 그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되길 꿈꾼다.

옥련은 경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철거반대운동을 벌이다 농성자들과 함께 경찰차에 끌려가고 유치장에 갇힌다. 옥련에게 면회를 다녀온 수진과 상국은 서로 연민의 정을 느끼며 친가족처럼 돈독한 정을 쌓아간다.

‘핑크’를 지키던 수진에게 무의식 속의 아버지가 또 나타나자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극심한 심리적 혼란 속에 빠지고 결국 아버지가 입원해있는 병원 중환자실로 찾아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아버지의 목숨을 끊는데..

[ About PINK ]

세계가 주목하는 시네아스트 전수일 감독의 신작
2011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핑크>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울려 퍼지는 삶의 찬가!

최민식 주연의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베니스영화제 수상작 <검은 땅의 소녀와> 등으로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며 시네아스트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전수일 감독이 신작<핑크>로 돌아왔다. <핑크>는 가족에 의해 파괴된 삶을 살던 여자가 도망치 듯 집을 나와 ‘핑크’라는 선술집에 살게 되면서 자기 방식대로 버텨내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전수일 감독은 부산 경성대학교 영화과 졸업 후 파리 영화학교와 파리 7,8대학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모교 영화과 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면서 자신의 영화사 동녘필름을 차려 <내 안에 부는 바람>으로 제50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검은 땅의 소녀와>로 베니스영화제를 비롯해 전세계 17개의 영화제에서 릴레이 수상을 이어가던 전수일 감독은 이번 신작 <핑크>를 통해 피해갈 수 없는 가족사의 질풍 속에서 짓밟혔던 사람이 어떻게 삶을 지속시켜나가고 있는지 한 여인을 통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 핑크>는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 개봉에 앞서 ‘월드 프리미어’로 국내외 평단과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전 세계 최초 개봉작 135편을 포함, 70개국 307편의 영화가 상영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는 보다 깊어진 주제와 섬세한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대거 출품되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초청작 가운데 전찬일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전수일 감독의 신작 <핑크>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꼭 봐야 할 한국영화’로 추천,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 사이에서 <핑크>는 단숨에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2011년 부산의 열기를 더해 주었다.


이승연, 서갑숙, 이원종 등 연기파 배우들이 선보이는
캐릭터의 삶을 완벽히 체화한 놀랍도록 사실적인 호연!

바닷가에 위치한 선술집 ‘핑크’는 버젓한 간판도 없지만 하루 일이 끝나는 저녁때가 되면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술 한잔에 고단한 일상과 세상을 푸념하는 곳이다. 그런 사람들과 상대하며 맞장구를 쳐주는 ‘핑크’의 주인 옥련은 자신이 사는 동네가 재개발 바람에 휩쓸리자 정다운 곳을 잃지 않겠다며 평생 해보지도 않았던 시위에 나선다. 그리고 자신을 대신해 ‘핑크’를 꾸려갈 사람을 구하는데 그녀는 바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진이라는 여자다. 그리고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옥련의 아들 상국, 옥련과의 미묘한 관계에 있는 경찰 경수, 기타를 들고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와 어려서부터 수진을 성폭력 해온 아버지 등이 선술집 ‘핑크’에 모여 엇갈린 두 여자의 일상에 스며들어 살아 가고 있다. ‘핑크’를 둘러싼 이들의 삶을 그리기 위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한 데 모여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연기를 펼쳐 보인다.

< 안개기둥>, <우묵배미의 사랑>, <봉자> 등에 출연한 관록의 여배우 서갑숙이 선술집 핑크의 주인 옥련 역으로 12년만에 주연을 맡아 우리 곁으로 돌아왔으며, 그녀의 아들 상국 역에는 <검은 땅의 소녀와>, <열한번째 엄마>에 출연했던 아역배우 박현우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고등학생으로 등장한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해 집을 나와 선술집 ‘핑크’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수진 역에는 영화 <멋진 하루>와 <똥파리>에 출연하며 관객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이승연이 주연을 맡아 감정의 과잉을 절제한 내면 연기로 상처와 아픔을 표현하며 조용한 울림을 준다.

이외에도 한국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연기를 선보이는 이원종이 옥련과 내연의 관계를 맺는 경찰관 경수역을 맡아 짧은 분량이지만 영화의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고, <웰 컴 투 동막골>의 촌장 역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정재진이 수진의 아버지 역으로 등장하여 그녀의 아픔을 더해준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락커 강산에가 방황하는 방랑객 역으로 나와 신비롭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처럼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이 작품속에서 서로 씨줄과 날줄이 되어 ‘핑크’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얶여 우리의 삶을 뒤돌아 보게 만드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가장 한국적인 락커, 강산에
<핑크>에서 배우와 음악 감독으로 스크린 데뷔!

< ..라구요>, <넌 할 수 있어>,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등의 노래로대중적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강산에가 영화 <핑크>를 통해 가수에서 배우로 변신을 시도한다. 그리고 거기에 음악감독까지 맡아 뮤지션으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얀 빤스는 싫어하는 나.
머리를 긁기 시작하면 멈출수 없는 나
술은 끝까지 마셔야먄 직성이 풀리는 나
똑같은 영화를 몇번이고 즐길수 있는 나…’

이 글은 강산에 홈페이지의 프로필 글이다. 자신을 표현한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인 강산에는 선술집 ‘핑크’에서 기타를 잡고 세상을 노래하는 외로운 방랑객 역을 맡아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바닷가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롱테이크 씬과 아무도 없는 텅빈 선술집 ‘핑크’ 안에서 노래하는 씬들은 마치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주며, 영화 속 캐릭터들뿐 아니라 관객들에게까지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음악감독으로도 참여한 강산에는 1994년 발매된 2집에 수록된 ‘널 보고 있으면’과 6집 앨범에 실려있던 ‘지금’ 등을 <핑크>를 위해 편곡, 재녹음하는 열정을 보였다. 자신의 앨범 수록 곡을 직접 선택해 영화 속에 없어선 안 될 또 다른 주인공으로 녹여낸 강산에는 이번 음악작업 대해 영화의 주 공간이 된 ‘핑크’의 색깔에 가장 잘 맞는 곡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강산에의 음악으로 더욱 풍성해진 <핑크>는 영화뿐 아니라 음악까지 뜨거운 반응을 이어갈 전망이다.


빛 바랜 삶이 머무는 선술집 ‘핑크’에 모인 사람들의 가슴 시린 이야기
3월 15일, 장미빛 인생을 꿈꾸는 그들의 노래가 시작된다!

가족에 의해 파괴된 삶을 살던 여자가 도망치 듯 집을 나와 ‘핑크’라는 선술집에 살게 되면서 자기 방식대로 버텨내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핑크>는 수려한 영상미와 깊이 있는 감성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 핑크>는 빛 바랜 삶이 머무는 선술집 ‘핑크’에 모인 사람들의 가슴 시린 이야기를 그린 힐링 무비로 연출을 맡은 전수일 감독은 ‘<핑크>라는 작품을 통해 소외된 사람들의 절절한 이야기가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게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바닷가 항구 근처에 위치한 ‘핑크’라는 선술집은 한때 핑크빛을 꿈꾸며 살아왔던 ‘핑크’의 주인 옥련이 지어낸 가게 이름이다. ‘핑크’라는 번듯한 글씨 하나 없지만 사람들은 핑크빛 간판을 보며 이 곳을 찾는다. 그 이유는 오랜 세월 선술집을 지켜내며 말벗이 되어준 옥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에 하나 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며 ‘핑크’라는 공간을 채워 나간다.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도망쳐 나온 수진, 언젠가부터 말을 못하는 상국, 외롭고 힘들게 생활해나가는 옥련을 말없이 지켜주는 경찰, 이름도 모르는 노래하는 방랑객 등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며 함께 고독을 이겨내려고 애쓰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땐 내가 인생이 핑크빛이길 바랬었나”라는 영화 속 옥련의 대사처럼 사람은 누구나 젊은 시절 핑크빛 삶을 꿈꾸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은유적인 표현이 담긴 영화 <핑크>는 이처럼 피해갈 수 없는 가족사의 질풍 속에서 짓밟혔던 한 여자가 어떻게 삶을 지속시켜나가고 있는지를 통해 올 봄, 가장 가슴 절절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으로 우리들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 PRODUCTION NOTE ]

< 핑크> 제작노트 ‘항구 도시 군산과 너무 닮아 있는 두 여자 이야기’

가족에 의해 상처를 받은 한 여인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군산으로 공간을 찾아 떠났다. 군산은 일제 강점기 시절의 아픈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도시로 우리의 이야기에 알맞은 공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65년 전 역사의 모습과 빠르게 현재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군산에서 우리는 다리품을 팔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 시작했고, 변화하는 군산의 모습에서 아직 남아있는 낡은 역사의 모습 속에서 조금씩 우리가 원하는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영화의 주된 공간인 선술집 ‘핑크’를 찾는 일이었다.

처음 서해를 찾은 것은 갯벌 때문이었다. 썰물 때만 드러나는 검은 땅 갯벌. 해초조차 자라지 않아 검게 그을려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갯벌이 여유를 가지고 숨죽여 들여다 보면 많은 생물의 삶의 터로 아주 크게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의 공간 ‘핑크’도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갯벌처럼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바라보는 공간이길 원했다. 하지만 ‘핑크’의 공간은 쉽게 우리의 눈에 띄지 않았다. 몇 번이나 군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군산에는 두개의 항구가 있다. 하나는 바다에 인접해 있는 거대한 현대식 외항과 육지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 강처럼 보이는 바다에 있는 조그마한 오래된 내항이다. 우리는 이 조그마한 내항 끝자락에 있는 오래된 건물을 찾았다. 건물의 모습은 오래된 양철지붕으로 된 낡은 건물이고 바다를 등지고 갯벌 위에 터를 잡고 서있었다. 그리고 건물 뒤로 이어지는 작은 방파제는 갯벌을 지나 바다와 만나고 있었고 그 끝자락에 갈매기들이 한 방향으로 앉아있었다. 이 낡은 건물과 무너져 내리는 길은 바다를 정화하는 갯벌과 너무도 잘 어우러져 있어서 바다와 육지를 같이 껴안고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영화의 주된 공간을 찾았고 만족스러웠다. 물론 아직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남아 있었지만 그 문제는 제작부와 미술팀의 노력으로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준 ‘핑크’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다. 낡은 창고 같았던 ‘핑크’는 항구 한쪽에 있는 작고 아담한 선술집으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좁은 바다 옆 갯벌위에 서있는 이름 없는 낡은 선술집 ‘핑크’의 모습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을 대변하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바다를 정화하는 갯벌의 모습이 서민의 마음을 정화 시켜주는 사당 같은 느낌의 ‘핑크’가 너무나 잘 어우러져 있는 듯 했다. 또한 공간 ‘핑크’는 그 모습뿐 아니라 많은 소리로 우리를 정화시키고 있었다.

작지만 가깝게 들리는 갯벌의 파도소리, 낡은 양철 지붕 위를 구르며 떨어지는 커다란 빗소리, 바다 바람 위에 살며시 누운 갈매기 소리, ‘핑크’ 안을 지나가는 바람 소리 그리고 어깨가 늘어진 지친 사람들의 소리.. 이렇게 ‘핑크’에는 많은 소리도 머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우리는 주인공 수진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으로 변화시켰고, 방랑자의 노래를 통해 인물의 영혼을 맑게 해주는 공간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