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리의 죽음
6페이지에 해당하는 엽편소설이랄까...
어느 멋진 저녁, 이에 못지않게 멋진 회계원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는 객석 두 번째 줄에 앉아서 오페라글라스로 '코르네빌의 종'을 보고 있었다. 공연을 보면서 그는 행복의 절정에 다다른 기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얼굴을 찡그리더니 눈을 희번덕거리며 숨을 멈추었다. 그는 오페라글라스에서 눈을 떼고 몸을 숙였다. 그리고는 ....에취!!! 보다시피 재채기를 한 것이다. 그 누구라도, 그 어디에서라도 재채기를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농부도 경찰 서장도, 때로는 심지어 국장님도 재채기를 한다. 누구나 재채기를 한다. 체르뱌코프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훔친 다음 예절 바른 사람답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재채기 때문에 남에게 폐를 끼친 건 아닐까? 한데 저런, 당황스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그는 앞의 첫 번째 줄에 앉아 있던 노인이 자신의 대머리와 목을 장갑으로 열심히 닦으며 뭐라 투덜거리는 것을 보았다. 체르뱌코프는 그 노인이 운수성에 근무하는 브리잘로프 장군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중략...
"각하, 저는 어제 와서 폐를 끼친 사람입니다만"
장군이 그를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자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건 각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놀리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다만 재채기를 하고 침을 튀긴 것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려던 것이었지, 놀리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떻게 제가 감히 각하를 놀리겠습니까? 만약에 제가 웃었다면 그건 높으신 어른에 대한 존경심 때문입죠. 제가 설마..."
"꺼져!!"
장군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빽 질렀다.
"뭐라고요?"
체프뱌코프는 두려움에 질려서 속삭이듯 물었다.
"꺼지라니까!!"
장군이 발을 구르며 되풀이 말했다.
체르뱌코프는 뱃속에서 무언가가 터져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로 그는 문을 향해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흐느적흐느적 밖으로 걸어나갔다.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기며 집에 돌아온 그는 관복을 벗지도 않은 체로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죽었다.
인생이란 그처럼 예기치 못한 일로 가득 차 있으니까!
예기치 못한 재채기를 하고 예기치 못한 상대에게 재채기에 대한 사과를 하기 위해 계속 상대를 찾아가 하소연을 하는 주인공.
"꺼져"라는 말을 듣고 두려움에 질려 결국 뱃속에서 무언가가 터져 죽은 인물...
이건 블랙 코메디인가?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져 온다.
그는 왜 죽었을까?
2. 공포
나는 드미트리 페트로비치 실린의 농장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해 한번 가면 이 삼 일 정도 묵곤 했다. 나는 그의 집과 정원을, 넓은 과수원과 개울을, 그리고 다소 나른하고 현학적이지만 명쾌한 면도 있는 그의 철학을 좋아했다. 그 사람 자체를 좋아했다고 말할기는 좀 어려운데, 그건 아직까지도 당시의 내 감정을 정확히 해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똑똑하고 친절하고 흥미로웠으며 또한 진실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내밀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우리의 관계를 진정한 우정이라고 말했을 때, 내가 웬지 꺼림칙하고 부담스러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에 대한 그의 호감 속에는 무언가 거북한 압력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냥 평범한 친구 사이로 지내기를 원했던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그의 아내 마리야 세르게예브나가 너무도 너무도 내 마음에 들었다는 점에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과 눈, 목소리와 걸음걸이를 좋아했으며 한동안 못 보면 그녀가 그리워졌다.
어느 칠월의 일요일, 나와 드미트리 페트로비치는 소일 거리 삼아 클루쉬노라는 큰 마을로 저녁 찬거리를 사러 갔다. 그곳에서 <40명의 순교자>란 이상한 별명으로 통하는 가브랄라 세베로프를 만난다. 가브랄라는 한동안 나의 하인이었고 드리트리 페트로비치의 집에서도 일한 적이 있었는데 지독한 술꾼이었고 술과 방탕에 절어 산 인물이었다. 가브랄라의 아버지는 신부였고 어머니는 귀족이었던 출신상 특권층에 속했지만 신학교를 다니다 담배를 피운 일 때문에 퇴학을 당하고 주교청 직속 성가대에서 노래를 했으며 수도원에서 2년 정도 살다 쫒겨나기도 하다 결국 우리 군에 눌러앉아 하인, 산지기, 사냥개지기, 교회 수위 노릇을 닥치는 대로 하다가 바람난 과부 요리사와 결혼했다가 아내가 종적도 없이 사라진 인물이었다.
"저는 오로지 한 가지 원인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습죠. 그게 무엇인지는 하나님께 여쭤봐야 할 일이지만 말입니다."
뇌까리며 구걸을 하는 가브랄라의 말을 무시하는 드미트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말 좀 해보시오. 친구. 무시무시하거나 비밀스럽거나 환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어째서 실제의 인생으로 부터가 아니라 꼭 유령이나 저승 세계에서 소재를 취하는 것일까? 당신은 저승 세계보다 인생을 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합니까? 우리 인생이나 저승 세계나 매한가지로 불가해하고 무섭습니다. 유령을 두려워하는 자라면 나도, 저 불빛들도, 그리고 저 하늘도 두려워해야 마땅하지. 왜냐하면 이 모두가 잘 생각해보면 저승의 망령들만큼이나 불가해 하고 환상적이니까.
중략...
나는 삶을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두려워해요. 어쩌면 나는 환자이거나 어딘가 잘못된 인간인지도 모르지. 정상적이고 건강한 인간은 자기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여길 테니까. 하지만 나는 이 <어느 정도>라는 느낌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 공포에 중독되고 있어요.<광장공포>라는 병이 있지만, 나의 병은 삶에 대한 공포지요. 풀밭에 누워서, 어제 막 태어나서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딱정벌레를 한참 동안 보고 있으면 그 벌레의 삶이 끔찍한 일로 가득 찬 것 같고 그 미물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중략...
만약에 인생의 목적이 쾌락에 있다면 저들은 불필요한 여분의 인간들입니다. 만약에 인생의 목적과 의미와 가난과 저대적인 무지 속에 있는 것이라면 이런 가혹한 심판이 누구룰 위해서 필요한 일인지 모르겠지요. 나는 아무도,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어요."
라고 말하며 자신의 결혼생활이 가장 큰 불행이자 공포라고 고백을 한다.
드미트리의 아내를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진 나는 혼란에 빠진다. 드미트리가 삶이 무섭다는 말을 한 것에 <그렇다면 삶에 대해 격식을 차리지 말라고. 삶이 나를 짓누르기 전에 네가 먼저 삶을 부숴버려. 삶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취하란 말이야.>라고 생각을 하며 드미트리의 아내 마리야 세르게예브나를 취한다.
하나 드미트리가 나와 자신의 아내의 불륜을 짐작하고
"나는 아마 태어나면서부터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놈이었던 모양입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이해한다면... 그렇다면 당신에게 축하를 드리지요. 내 눈에는 사방이 컴컴해보여요."
말하며 손을 떨고 두렵고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간다.
나는 곧 밖으로 나가다 <40명의 순교자>가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야!"라고 외치며 주정을 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드미트리의 공포가 나에게도 옮겨졌다. 벌어진 일을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갈까마귀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들아 날아다닌다는 사실이 이상하고 두렵게 느껴졌다.
"나는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나는 자괴감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째서 꼭 이런 식으로 끝나게 되었을까? 다른 방식은 없었나?"
그날 나는 페테르부르크로 떠났다. 그리고 그 이후로 다시는 드미트리와 그의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
공포의 등장 인물 모두는 삶이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두렵다고 하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고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 말로는 그들이(드미트리와 그의 부인) 지금도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럼,
계속될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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