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친구들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혹시 당신은 관음증이 아니신가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
관음증이라...
꼭 이 단어가 '색'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리라.
즉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일컫는 의미일것이다.
내가 깜짝 놀랄만한 사실은 이제까지 내 자신을 한번도 관음증과 연관돼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많은 호기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사진을 찍으면서 또 한번 놀란것은
내가 사진을 찍는 방식이었다.
재미로 찍는 것인데 내가 보내는 시선이 좀 다르다는 사실이다.
셔터를 누를때 구석진 곳을 보며
한편으로 구멍을 통해 더 넓은 곳을 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며칠전에 산타로사에서 열렸던 시축전(우리교수님이 축제라는 말은 일본말의 영향이라고 해서)에서
나는 꽃가지 사이로 보이는 인물들을 위주로 셔터를 누르고 있더라.
밝게 전면이 보여지는 것보다
그늘진 꽃가지 사이로 보여지는 인물들에 더 멋들어진 그림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전면적으로 모두 보이는 그림들보다 약간은 감추어진
그래서 내 자신이 그다음을 읽을 수 있는 그런 그림들에 시선을 두는 습관 같은 것이다.
은밀한 것을 훔쳐보려는 심리적 발현일까?
혹은 내 안에 꿈틀거리는
욕망의 자연스런 나타남일까?
생각해보면 끊임없이
인간에 대한, 사물에 대한,
모든 것들에 대해 마치 데여섯살배기 어린아이처럼 끊임없이 솟아나는 주체할수 없는 이 호기심 !!!
이런 것들이 내 안에 나도 모르게 저장돼 있는 관음증의 증거란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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