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파도를 가르는
흰돛단배처럼
그대 그리고 나
낙엽 떨어진 그길을
정답게 걸었던
그대 그리고 나
흰눈 내리는
겨울을 좋아했던
그대 그리고 나
때론 슬픔에 잠겨서
한없이 울었던
그대 그리고 나
텅빈 마음을 달래려
고개를 숙이던
그대 그리고 나
우린 헤어져~
서로가 그리운
그대 그리고 나
때론 슬픔에 잠겨서
한없이 울었던
그대 그리고 나
텅빈 마음을 달래려
고개를 숙이던
그대 그리고 나
우린 헤어져~
서로가 그리운
그대 그리고 나
89년쯤 나는 방콕에 있었고
그중에서 실롬거리 팟뽕 맞은편 맥도랄드 에서 줄창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넘 외로와서 혹여 담배를 피우면
시린 내 속의 것을 퍼올려
담배연기로 화해 날릴 것이라는 기대가
어느 새
골초가 되어 버렸다.
그러고 앉아
줄창 오고가는 사람들 중에 혹시나,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려나?
그런데 어느 날 참말로 그를 만났다.
요란 뻐쩍찌근한 아줌마 파마를 하고
날라리 시크릿 가든의 윤상현하고 증말 닯은 그가
삐가 뻔쩍 한국말을 신나게 지껄이며 들어와 맥도날드 한 복판에 앉더라.
상대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요란하게 하는지
말이 끝나기를 한참을 기다려
이때다 싶어 얼른 다가가
"저, 한국사람 이시죠?"
글케 신나게 말을 걸었다.
"아, 네! 반갑네요. 앉으세요."
그렇게 해서 동갑, 친구가 되었다.
참 많은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새벽이 가도록 지껄여 싸썼다.
맛있다는 로컬음식점을 죄다 꾀고 있었고
물좋다는 로컬애들이 노는 바나 디스코텍을 줄창 출입했었고
필립핀 가수들이 라이브를 한다는 호텔로비라운지를 내 집 드나들 듯 그렇게 쏘다녔다.
나는 나름 순진했었고
하여 세상물정에 어두웠었는데
그런 그를 보며 참 자유스러워서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3개월에 한 번씩
비자끌리어를 위해
국경을 통과해야하는 의식을 치를때면
나는 주로 말레이시아나 싱가폴쪽으로 나들이 삼아 하루나 이틀을 돌아다니다 왔는데
그는 멀리로 뛰었다.
어느 날은 한참이나 소식이 없으면
그는 낯선땅 어디 선가 잔뜩 폼을 잡고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잔을 부여잡고
꽃다운 로컬처녀들을 유혹하려는 추파를 던지고 있었을 거라.
보통은 일주일쯤 걸리던 그 기간이
한 번은 한 달이 넘게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은근 걱정도 되고
보고 싶기도 했고
유일한 말상대였던 고로
심심하던 찰나에
"나마스떼"
꼬질꼬질 시꺼먼 얼굴에 땍국물을 잔뜩 묻힌채로
비행장에서 곧장 왔다고
큰짐보따리를 들고
맥도날드에서 만났다.
인도와 티벳을 다녀왔다나 어쩐다나
비싼 실롬티 한 봉지를 툭 꺼내 놓으며
온갖 공치사를 하였다.
예의 그 장황한 말투로
갠지즈강에서 만났던 풍경들을 그리며
인생이 뭔지 비로소 알것 같다고
힘주어 말하던 그,
그런 인연으로
아마 한 삼 사년쯤 나는 나도 모르게 그에게 끌려 들어가고 있었었나보다
영어공부를 위해
과감한 시드니행을 택하고
자리를 잡자마자
그에게 연락하고 인연은 계속되었는데
시드니에 있던 어느 날,
서울에 있었던
지 사무실 여직원하고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한 번도 내가 널 마음에 담고 있다고 말을 한 적은 없었지만
그도 알고 있었을 거라 그런 심정이었는데...
그 소식을 접한 날
시드니 시내와 캠시 중간쯤
캔터베리쯤 되었을까
'장터'라는 2층 술집에서
퍼부어라 마셔라 나는 죽고 싶다
오살방정을 떨며 술이 떡이 돼
은근슬쩍 더 이상 추한 꼴 보이기 싫어
뒷문 2층 철제 계단을 내려오려다
"삐지직" 발을 잘못 디뎌
뒹글 뒹글...
다행히 워낙 취해있어 몸에 힘이 없었던 고로
큰 부상없이 어찌어찌 집으로 돌아와
술이 깬 다음 날
온몸이 멍 투성이임을 발견하고
"내 잊어주리라., 깨끗이 잊어 주리라."
다짐했던 세월이 있었다.
그렇게 그런 인연이
이 삼년 전 쯤 되었을까?
온갖 세상의 쾌락과 방황을 즐기다가
그는 방콕 어디선가
갱단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던가
혹은 교통사고를 당했다던가 하는 풍문을 들었다.,
그가 좋아했던
푸켓 어느 바닷가에 그는 한 줌의 재로 흘러 들어가 아마도 물고기 밥이 되었을 꺼라.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절절했던 그리움도 사랑이란 이름도 세월 탓이었는지
그의 죽음이 크게 슬프지 않더라.
단지 뭐 쬐께
몇 일 가슴 한 쪽이 아리기는 했지만...
그리고 지금은 그냥
그가 죽었구나 하는 현실 인식정도...
넘 장황한 추억이었나.
"그대 그리고 나"는
90년 쯤 어느 날 서울에 갔다 왔다고
나에게 신나게 들려주던
분위기 짱이었던 노래였다.
이 노래를 들으면 손 한번 잡아보지 못했던 그가 추억되고
내 젊은 한 시절
꿈같았던 방콕에서의 추억이 늘 새록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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