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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 국내가요 등

찻잔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1. 20.

내 18번 지정곡은 '찻잔'이다.

 

대학 2, 3 학년 쯤 때였나,

당구장들과 음악다방이 난무하던 학교앞 골목 어느 건물 2층

어정쩡하고도 꾀죄죄한

폼돌이 폼순이의 대열에 끼여

과감하게 담배를 피며 다리를 꾀고 앉아있는

불어과 언니의 긴 머리카락 뒤로 모락모락 피워오르는 담배 연기마저

그렇게 멋스러울수 없었던

고민 아닌 고민에 폼을 잔뜩 잡고

수없이 신청곡을 날리던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음악다방의 낭만 속에 내가 앉아 있었다.

 

80년대식 음악다방이어서

신청곡을 틀어주는 DJ들이 꽤 상종가를 달리던 시절,

 

창문밖에선 최루탄의 흐뿌연 연기와

무거운 장비들에 짓눌린 피곤에 절은 정경들이  즐비해있는데

싸구려 감상에 젖어

나는 줄창 김창완을 들었던 때였다.

 

찻잔, 청춘,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 해바라기 정물 ...등등

 

그중에서 '찻잔'을 듣고 있노라면 가사속의 이미지가 그대로 상상되어

내 몸이 마치 열기에 휩싸이는 착각을 들기도 할 만큼.

 

그때 나는 언젠가 꼭 연애라는 것을 하면

이런 분위기를 연출해보고자하는 싸구려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런데 살다보니

싸구려 연애의 끝은 엮시 싸구려일수 밖에 없구나 그런 통찰을 가지게 되더라...

 

역쉬 삼류인간의 삼류연애는 늘 비극적이다.

배신도 아니고

쾌락도 아니고

그냥 한 순간의 도취,

아니

자기의 수컷을

자기의 암컷을

확인해보고 싶은 그런류의 치졸한 감상같은 것이기도 하더라.

 

그런 사실을 확인했던 순간들은

오직 아리기만 하더니만

배차라 이런 멘트를 날리고 말았다.

 

"내  혀를 깨무는 한이 있어도

내 죽는 한이 있어도

다시는 널 찾지 않겠다."

 

이런 나의 시절이 있었다

 

지고지순  해바라기 같은 사랑도,

오랜  아픔위에 짓밟힌 내 순진한 사랑도

삼류인간의 삼류욕정앞에선

똑 같은 삼류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던  내 사랑의 운명이

아마 오랫동안 상처로 아려왔을 것이고  또 어느 만큼 상처로 남을 것이다.

 

또 세월은 여지없이 그 상처위에 자가치유의 딱지를 얻힐 수 있으련만

아직도 나는 눈물짓던 그 밤이 아리기만 하다. 

 

오늘 꽃무릇 그녀(가제)를 쓰면서

오랫만에

'찻잔'을 듣는다.

 

순진하기만 한  그러나 진짜 이것이 사랑이었구나 그런 기억으로 한 평생을 살아도 쓸쓸하지 않을 것같은

  나의 낭만적 사랑이

언젠가 내 인생에도 꼭 한 번쯤은 선물로 도착할 수 있기를 꿈꾸며...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있구나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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