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학번,
가장 저주받은 학번이라고 누군가가 말하더라.
순진한 시골뜨기 대학생
도대체 정치가 혹은 사상이 무었인지도 몰랐다.
오직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시'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어느 날 나는 간절히 원했던 시인이란 이름으로 살고 싶었던...
5월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를 향해
몇 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했던 정문엔
음울했던 정경들의 포진,
물론 아침에 아버지가 뭔가 말씀하셨고
오는 내내 두런 수런 주변 분위기가 좀 다른 때와 달랐다는 느낌은 없지 않았지만...
그리고 나는 쫄아든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향했었다.
그리고 방송으로 뉴스를 접하며
어서 학교로 돌아갈 날을 꼽고 있었다.
그리고 가을학기의 개강과 함께 폐쇄됐던 학교는 열렸지만
날마다 교정을 덮는 시위 행렬과 최류탄에
눈물, 콧물 가슴엔 뭔가 뜨거운 것이 솟아 나고 있었다.
나는 한 번도 제대로 사상교육을 받아 본 적도 없었고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도 없었던
참으로 무지했던 어린아이에 불과 했었다.
그런데
시위행렬의 맹렬함과 그것을 향한 정경들의 치열한 투쟁앞에서
나도 뭔가 해보고 싶었다.
불의가 있다면
그것에 조금이라도 나라는 존재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교정에 흩날리는 가엾은 삐라들을 주어 읽으며
나도 지성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사태들에 분명 나도 분개해야 마땅한 그런 젊음이어야 했다.
전방도 아니고 끝도 아닌
시위대 중간 쯤에 앉아 나도 그들의 일원이 된 것에 야릇한 흥분을 느끼며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며
이리 저리 행렬에 따라 앉았다 일어서 도망치다
우왕좌왕
최류탄의 맹렬함에 숱하게 눈물 기침으로 범벅돼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엔
참으로 나도 이젠 어른이 된 기분이었고
뭔가 현실의 부조리에 항거하는 진정한 지성인이 된 것같은 착각에
가슴이 뜨거웠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대학 4년 내내
나는 이렇게 어정쩡하게 시위행렬의 중간쯤에
서투르고 무식하며 그러나 가슴만은 뜨거웠던 치기어린 그런 젊음이 있었다.
그런 치열함 속에 발을 담그는 시간이외엔
도서관, 아니면 테니스코트, 아니면 음악 다방이었다.
가난한 장학생이었지만
장학금의 얼마쯤은 나를 위해 꼼쳐두는 사악함도 있었다.
그 돈으로 읽고 싶던 철학, 문학 전집도 할부로 사고
음악다방 출입의 비용을 마련하기도 했었는데...
그때 들었던 음악들은
주로 산울림이나 팝송 종류의 것들이었다...
앞으로 그 때 들었던 음악들에 대한 꾸준한 언급이 있겠지만
오늘
나를 늘 눈물짓게 했던 멜라니 사프카의 The saddisth thing에 필이 꽃혔다.
The Saddest Thing / Melanie Safka
And the saddest thing under the sun above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Is to say good-bye to the ones you love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이에요
All the things that I have known
내가 알고 지내던 모든 것들이
Became my life, my very own
바로 나 자신의 삶이 되었어요
But before you know you say good-bye
하지만, 당신이 안녕이란 말을 하기도 전에
Oh, good time good-bye,
좋은 시절은 이별을 고하는군요
It's time to cry
울어야 하겠지만
But I will not weep nor make a scene
난 눈물도 흘리지 않고 법석을 떨지도 않겠어요
Just say, "Thank you, life, for having been"
그냥, "그동안 고마웠어요" 라고 말할거에요
And the hardest thing under the sun above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Is to say good-bye To the ones you love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이에요
No I will not weep nor make a scene
그래요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겠어요
I'm gonna say, "Thank you, Life, for having been"
대신 "그동안 고마웠어요" 라고 말할거에요
And the loudest cry under the sun above
이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울음은
Is to silent good-bye From the ones you love
사랑하는 사람의 소리없는 안녕이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가장 슬픈 어떤 일, 그것이 사랑이라는 어림짐작으로
멜라니의 흐느끼는 듯한 저음에 완전 뿅뿅 가던 시절이었다.
뜻을 새겨 들을 만한 영어실력도 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인터넷이라는 것이 없었을 테니
그 노래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DJ Box 속의 디제이 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무수한 음악 정보를 수없이 낮은 저음으로 웅얼거렸던
디제이를 향한 무한한 존경심...
그래서 나도 내 인생의 어느 날인가는
꼭 목소리를 쫙 내려깔고 분위기를 한껏 품은 그런 멋진 디제이가 되어보리라
다짐했던 시절이었었는데...ㅋㅋㅋ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당신이 안녕이란 말을 하기도 전에
좋은 시절은 이별을 고하는군요
울어야 하겠지만
난 눈물도 흘리지 않고 법석을 떨지도 않겠어요
그냥, "그동안 고마웠어요" 라고 말할거에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울음은
사랑하는 사람의 소리없는 안녕이에요"
이 노래를 다시 접하면서
새삼
노랫말이 절절히 와 닿는 것은
이런 가장 애절한 울음을 울을 일일랑
절대로 절대로 내 인생에서 일어나지 말았으면...
절대로 절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소리없는 안녕같은 것 따윈
내 인생사에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그러나
아마도
그만큼의 간절함만한
이별을 또 겪게 되리라는 예감.
그것이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진정한 묘미가 아니던가.
가장 슬픈 울음을 울든
가장 행복한 웃음을 웃든
이제 이 만큼 살아보니
다 , 모다
그 어떤 것도 귀하지 않고, 멋지지 않고 ,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에서 만나는
비와 바람과 햇살과 폭풍과 눈 같은 것이리라...
그래서
이젠 그 어떤 것도
감사하지 않은 인생은 없는 것 같고
그 모든 일들을 겪음엔
주저함이 없게 되었다.
이렇게 쉰 하나하고도 둘에
나는 때때로 어른이 되기도 한다.
'팝송, 국내가요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Consuelo's love theme (0) | 2012.11.23 |
---|---|
그대 그리고 나 (0) | 2012.11.21 |
찻잔 (0) | 2012.11.20 |
Are you lonesome tonight? (0) | 2012.11.20 |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 (0) | 2012.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