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애인은 엿장수
관객없는 엿을 판다
내 애인은 욕쟁이
수 틀리면 욕을 한다
내 애인은 방귀쟁이
이쁜 것들 앞에서는 일부러 방귀를 뀐다
내 애인은 엄살쟁이
손가락에 피가 나면 운다
내 애인은 바람둥이
하루도 바람잘날 없는 가슴이 되어 꽃을 딴다
내 애인은 꼭두각시
세상을 향해 맘에 없는 웃음을 흘린다.
내 애인은 겁쟁이
속으로 쫄아드는 가슴땜시 언제나 큰소리를 친다
내 애인은 수다쟁이
빨간등 아래서 노래를 부른다
내 애인은 허겁쟁이
맨날 배고파 침을 흘린다
내 애인은 때꼽쟁이
바라만 보는 애인에게 밥 한끼 안 사준다
내 애인은 이 모든 쪼다다
하여도 참으로 예쁘기만 한 것은
그가 내 애인인 까닭이다
라고 편지를 쓴다.
그가 내 노래에 답을 한다
내 애인은 뚱순이다
뒤뚱 뒤뚱 떡볶이를 나른다
내 애인은 변덕쟁이이다
하루도 열두 번씩 쫑이다 지랄을 떤다
내 애인은 왕짜증 수다쟁이이다
바람분다 비가온다 하루에 열 두번씩 소리친다
내 애인은 철부지이다
밥도 나오지 않는 썰을 풀고 노상 헛 것들을 찍어댄다
내 애인은 암컷이다
요상한 웃음을 흘리며 날마다 춤을 춘다
내 애인은 푼수, 말똥구리다
또르르 또르르 암것도 아닌 일로 박장대소 눈물 흘린다
내 애인은 참 몸쓸 종자이다
싫다고 싫다고 암만 쫒아도 치대기만 한다
내 애인은 이 모든 모순이다
하여도 참으로 예쁘기만 한 것은
그녀가 내 애인인 까닭이다
자,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춤추는 내 모습이 처연하다.
우르릉 쾅쾅 번개도 치고 주룩주룩 비는 퍼붓는데
사위는 이를데 없이 적막하고
오도카니 앉아있는 내 풍경이 참으로 쓸쓸하다
그만 파하고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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