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랫만에 조신하게 앉아 삼류 썰을 2시간 가까이나 풀고 있었는데
그만 사진까지 등록을 끝낸 글들이 한꺼번에 몽땅 날아갔지요.
보통은 자동 저장 되던데
어제는 어쩐 일인지 그것마저도 안돼,
허탈 했지요.
나름 컴퓨터 전문가들에게 물어 봤지만...흑흑!!!
그래서 생각에 생각을 더듬으며 다시 재생을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잡지를 보다가, 셔핑을 하다가
나름 글씨앗들을 만나면 저장하는 버릇이 있는데
어제 그놈들을 뒤적 거리다 대어를 만났지요.
"그리움의 본질은 온기의 결여였다."
마치 낚시꾼이 낚싯줄의 손맛에 도취되듯
나도 이놈의 손맛에 도취되어 一筆揮之
참으로 기분좋은 순간이었는데...ㅋㅋㅋ
정말 그리움의 본질은 온기의 결여였나?
한 참을 생각을 했지요.
내가 이렇게 순간 순간 누군가를 향한
깊은 그리움에 매혹되어
하루하루를 뜨겁게 뜨겁게 살아가고 있는데
이것이 참말로 내 안의 온기의 결여에서 비롯되었을까?
아주 꼬맹이였을 때 였지.
워낙 잘 울어서 울보라는 별명을 듣던 여자아이 하나,
동네이웃 엄마들은 그 아이를 놀려대는 재미에 푹 빠졌다드라.
"미숙아, 넌 다리밑에서 지금의 엄마가 주워왔단다.
네 친엄마가 팔마재 다리 밑에 너를 버리고 간걸,
네 지금의 엄마가 주워왔는데 너, 그거 모르지롱."
그럴 때 마다 눈물 범벅, 급기야 통곡을 하던 계집아이의 꼴에 재미가 들린 나머지
그 아이의 마음에 어떤 비수가 꽂히고 있었었는지, 아마도 그들은 짐작도 못했겠지...ㅋㅋㅋ
이런 아이 였기에
같은 엄마의 또 다른 딸이
쫄쫄쫄 엄마의 치마폭에 감기려고 안달하는 모습을
무심히 건너다보기만 하던,
한 번이라도 안을라 치면
맘은 반대면서 손사래를 치고 도망치던 계집아이의 마음 속에 도대체 무슨 생각들이 웅크리고 있었을까?
고봉으로 담긴 하얀 쌀밥이
깨끗이 비워지고
피로한 저녁밥 수저들이 상위에 내동뎅이 쳐지자 마자
설겆이를 하는 둥 마는 둥
꽃무늬 몸빼바지에 시뻘건 루즈를 바르고
하늘하늘 양춤 배우러 가는 엄마의 뒷모습이
부끄러워, 치욕스럽기 까지 하여
"우리 엄마는 분명아니야 아니야." 뇌까리던...
하이톤의 날카로운 엄마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을 때
머리가 하애지고 가슴이 쪼그라져
"우리 친엄마가 아니래, 우리 친엄마가 아닐거야."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어정쩡한 단계에서 눈물 짓던 ...
그 아이는,
분명 세상 어딘가에
고상하고 따뜻하고 아름답기만 했을 친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늘
저 고개너머, 저 구름너머 딴 세상에 대한 꿈을 꾸게 했었다는 전설...
그러던 그 계집아이가
어느 날 한 참이나 지난 어느 날
한 사내를 만났는데...
"처음으로 그 사내의 등짝에 딱 달라붙어 절대로 절대로 떨어지고 싶지 않은
풍뎅이가 되고 싶었다."라는 썰을 풀어내는 여자가 되었다더라.
"저 있잖아요. 가시는 곳은 어디든지
따라다니면 안되겠어요?
화장실까지도 쫄쫄쫄 따라다니고 싶어요."
이 무슨 해괴망측한 망발, 망심이란 말여?ㅋㅋㅋ
이런 모든 사태들이 바로
그리움,
온기의 결여에서 비롯된 그리움이란 말여?
왜 나는 이렇게 그윽한 중년의 여자가 될 때까지
내 긴 그리움의 본질이
온기의 결여에서 왔다는 것을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참말로
그리움이란 것이 결여된 온기의 결정판이란 말인가?
묻고 또 묻고...
아, 그랬구나...
내가 시린 저녁을 보내고
아린 새벽을 맞이하는 이 모든 작금의 사태들이
그대를 향한 이 치명적이며 매혹적인
급기야
"난 이제 그만 하고 싶어요. 두 손 두 발 다들었어요."라고
보내지 말았어야 할 긴 편지를 썼으면서도
여전히 헤까닥하여,
"그리움의 본질은 온기의 결여였다네요.
알았어요, 몰랐어요?"
알고도 모른척 무심함으로 일관하는
그 어떤 넘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니...ㅋㅋㅋ
"이것이 그대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이기를 바라며..."라고 쓴 제목의 편지,
발송과 취소를 수없이 반복하며 보낸 편지가
아직도 "읽지 않음"모드를 고수하는 것에
수신 확인을 하루에도 수십 번 들락거리며
스스로 쪼잔한 상채기를 수없이 긁어대는 내가
참으로 연민스러운 이 새벽,
어쩌자고 Rod Mackuen님은
이런 노래를 읊조리고 계실까요?
If You Go Away
당신이 가시겠다면
당신이 굳이 그렇게 가시겠다면
저는 아니 잡겠습니다.
눈물도 흘리지 않고
작별인사도 하지 않고
무심한 듯 그렇게
서쪽 하늘만 바라보겠습니다.
아니 생각해본게
오신적도 없는 님을 수십번 보내고
보낸 님을 또 수십번
보내지 않았구나, 나는...
뭐 사는 일이 늘 그렇게 역설입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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