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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2000어치의 감동, 그리고 행복 !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4. 22.

지난 일주일은 무지 힘든 주였다. 손님들도 뜸하고 비가 오려했나 온 삭신이 그야말로 노근노근, 입맛도 없고, 기분 우울 , 봄을 만땅으로 탓나보다. 이런 날 위해 감동을 배달해온 그녀가 왔다... 평소에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 쭈볏쭈볏 전화를 걸어

"나, 가도 돼."

"가시내, 니가 오며 짱 좋지, 뭔 소리여?"

그렇게 그녀는 왔다. 분분한 낙화를 뒤로 한채 2000어치 꼬마화분을 들고 왔다. 얼마전에 받은 예쁜화분의 꽃들이 시들었으리라 생각하고 요 분홍빛 이쁜이들을 들고와 화분을 갈아준다.

 

내 생일때 끓여논 미역국 한대접과 부추전 하나를 먹고 또 그녀는 황망히 돌아갔다. 손님이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뭔가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날 찾아 왔건만... 목구멍이 포도청인기라... 그녀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잠깐 돌아보며 참 사는 일이 쉽지 않구나 울컥 그녀의 마음을 삼킨다...

 

그렇게 그녀의 마음을 삼킨 에너지 덕분인지 일요일인  오늘은 늦잠을 푹 자고 하도 배가 고파 쑥버무리라도 사먹을까 시장엘 들렀다. 아뿔사, 오늘은 한달에 두번 쉬는 나운동 시장의 휴일인갑다...

 

대신 시장 길거리로 쑤^*^욱 할머니들의 곱살맞은 장터가 마련되어 있어 오물딱 조물딱 봄 야채며 생선들이 시장을 대신하고 있었다. 입맛이 하도 없어 뭐 맛있는 거 없을까 두리번 거리다가 오케이바리, 산머위라고 꼬시는 할머니 말 믿고 머위 2000원 어치를 산다.

"할머니, 알켜주세요.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응, 살짝 데쳐 쌈싸먹어.  아니면 된장에다 무쳐 먹등가."

ㅎㅎ 혹시나 하고 물었더니 역시나 하고 대답을 하시는 할머니의 얼굴에 울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벌써 한 달쯤 그렇게 엄마하고 냉전중인데...ㅋㅋㅋ 그냥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애써 위안을 삼아본다...

 

자, 오늘은 일요일...하도 배고파 가게에 오자마자 물을 올려놓고 머위를 씻어 데친다. 자, 나의 머위나물 레시피...ㅋㅋㅋ

 

끓는 물에 왕소금 뿌려 머위넣고 뒤적뒤적, 요만큼이다 싶으면 씽크대로 직행, 찬물 쏵쏵 틀어 헹군다음 총총총 대충 썰어 바가지로... 마늘조금, 엄마표 들깨 기름 휘리릭, 글구 마지막으로 엄마표 된장 한 웅큼, 오물딱 쪼물딱. 딱딱딱... 그위에 깨소금 솔솔...끝이다.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린다. 아직도 남아있는 미역국에 머위나물...근데 왜케 맛있을까? 솔직히 가끔씩 나 자신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내가 미울 때도 있다. 뭐 살겠다고 이것 저것 챙겨 먹으려 하니....뭐 그런생각...

근데 오늘 아점의 2000원어치의 머위나물 한 접시를 비우며 그동안 입맛없어 낑낑거리던 나를 달래 보았다.

 

2000원 어치의 그녀의 화분, 그리고 내 2000원 어치의 머위나물이 나에게 선물한 감동과 행복!!!

오늘 오후엔 3000어치 부추전이라도 부쳐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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