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럼 아이스크림이랑 음료는 다 내 거야.
웃고 떠드는 것도 내가 하고
춤도 내가 추고
생일 축하 노래도 내가 할 거야.
"내 생일 축하합니다!"
얼마전에 Shel Silverstein의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이 글을 읽고 내 처지와 비슷한 느낌으로 찔끔 마음이 아렸던 적이 있다.
생일 하니 내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생일이 기억난다. 난 책속에서 나오는 사람들처럼 여러명의 친구들을 초청해 내 생일을 축하받고 싶었다. 시골 촌년이 그 시대 그런 생일축하를 꿈꾸다니... 내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육백명 정도 였는데 육학년엔 남학생 한반, 여학생한반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 것이 누군가로부터 생일 축하받고 싶은 마음에 내 생일 하루전 반 전체 친구들에게 " 내일이 내 생일 이거든, 내 생일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은 두시에 라면땅 하나씩 사들고 교실로 와줘." ㅋㅋㅋ 넘 웃겼다. 생일을 축하해 달라고 생일 선물로 라면땅 하나씩 사들고 와 달라고 평일도 아닌 일요일에 친구들에게 선포를 하다니... 참 순진한 내 친구들 다음 날 20여명이 라면땅을 하나씩 사들고 교실에 나타나 빙 둘러 앉아 생일 축하 노래 부르고 그렇게 놀았던 추억이 오늘 생각난다.
그래 오늘이 내 생일 이다. 음력 3월 26일... 그래도 울 엄마는 쑥버무리를 잊지 않고 해 주시드만 몇년 전부터는 아예 가타부타 말씀이 없으시다. 아마 연세가 있으셔셔 그런지 생일이 한 참이나 지나고 꼭 뒤 늦은 생일 축하 전화를 주시는 그것으로 감지 덕지해야지.
어느 날 부터 나는 내 생일을 내가 축하해 주기로 맘을 고쳐 먹었다. 물론 주변의 친구들은 모임 날짜 맞춰 이미 한 바탕 생일 잔치를 벌였지만 나도 내가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을 초청해 내 생일을 축하하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굴 초대해 오붓한 생일 미역국을 함께 먹을까? 고심해 본다...
ㅋㅋㅋ 근데 며칠 전에 문자가 왔다. "언니, 언니하고 청암산 돌고 싶은데 월화수요일 중에 어느 날이 시간 되시나요?" "월요일 두시에 만날까?" 어허 , 외로울 내 생일선물이 그렇게 날 기다리고 있단 말이시...ㅋㅋㅋ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몸도 마음도 정갈히.. 시장에서 돛나물 1000원어치, 콩나물 1000원 어치, 미역조금 그리고 생합 5,000원어치를 산다. 자그만치 내 생일축하상을 차리는데 무려 10,000원이라는 거금을 썼다.
ㅋㅋ 이렇듯 오붓한 생일상을 차려놓고 난 지금 쇼를 하고 있다. 얼마나 심심하면 이 지랄을 떨까? 혼자서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또 괜실히 엄습하는 쓸쓸함에 목이 메이기도 하지만 꿀꺽 꿀꺽 쌍끌이 어망처럼 모조리 모조리 내 생일상을 긁어 배속에 저장....오늘의 일용할 양식에 마냥 감사하다.
그리고 드디어 내 생일 선물인 그녀가 왔다. 서둘러 시외버스터미날로 그녀를 마중해 청암산으로...
ㅠㅠ 날씨가 쌀쌀한 탓인지 인적이 드문 수변로를 단둘이 오붓하게 걷는다. 10년 이상의 나이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공통주제를 가질 수 있는 우리들이어서 참 좋다.
우린 그렇게 수변로를 따라 걸으며 가지가지 색깔의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가게에 와서 따뜻한 차로 몸을 뎁히고 드디어 내 생일 미역국을 함께 먹고 슈^^웅 그녀는 버스를 타고 떠났다.
내 나이 오십 둘, 오십두번째의 생일날, 난 그녀의 출현을 내 생일 선물로 감지 덕지 빵빵빵 , 그런 맘으로
오늘을 행복만땅으로 즐겼다. 아마도 그녀는 내 생일이 오늘이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그리고 내 마음이 그녀의 출현으로 얼마나 따뜻한 몇 시간을 , 아니 행복한 내 생일을 보낼 수 있었는지 모를 것이다.
나에게도 운수대통인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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