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전에 글쓰기를 배웠던 선생님께서 만나자는 전화를 하셨다. 예약도 있고 마음은 바쁜데 모처럼만에 말씀 하시 길래 10시에 약속을 잡았다. 혈압 약을 타러 병원도 가야하고 시장도 가야하고 마음은 급했지만 그렇다고 아침을 안 먹을 수 없는 일, 병원 가는 길에 일해옥에 들러 콩나물국 한 대접 꿀꺽, 이 집은 깍두기가 참 시원하다. 5000원을 지불하려 지갑을 여니, 헐 겨우 6000원이 지갑 안에 들어 있었다.
어제 하루 종일 손님들이 전부 카드로 지불하는 통에 현금이 씨가 말랐다. 은행 가기에는 시간도 모자라 할 수 없이 밥을 먹고 병원에 가려니 주차를 해야 하는데 평소 같으면 구 시청 주차장에 1,000원의 주차비를 내고 안전빵으로 주차를 한다. 근데 그 1,000원이 오늘 아침엔 나에게 10,000원 처럼 보인다.
ㅋㅋ 지갑 속의 1,000원을 아껴야 한다. 사명감으로 길가 주차할 곳을 찾는다. 겨우 구두 방 옆에 주차를 하렸더니 구두 방 사장님, “어이, 여보쇼, 그곳엔 주차하면 어떻케요?” 한마디 하신다. 속으로,“지땅도 아님서.” 군시렁 거리며 겨우 차를 그 앞쪽 보신탕집 출입문을 비켜 주차를 한다. 또 보신탕집 사장님 홱 문 열고 나오셔서 “이봐요. 우리 손님들 주차할 곳이에요.” ㅋㅋ, “자기 땅도 아님서, 드럽고 치사하다.” 속으로 투덜대며 겉으론 살짝 아양을 떤다. “ 사장님, 저 10분만요. 10분 안에 차 빼드릴께요.”
요로코롬 겨우 주차를 끝내고 병원에 가서 병원비 3,200원도 약값7,100원도 선생님 드릴 빵값 15,000원도 전부 카드로 지불한다. 그래 아직 1,000원이 남았지...오늘 시장에서 장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셈하기가 바쁘다.
야, 이 1,000원으로 무엇부터 사야하지...머리를 굴리며 빵집을 나오는데 길가 좌판 할머님들이 앉아 계신다. “그렇다, 파, 쪽파가 가장 시급해,,,ㅋㅋㅋ 쪽파 1,000원 어치를 산다.
“할머니, 죄송해요. 제가 1,000원 밖에 없는데 쪽파 1,000원 어치만 주세요.”
“ 뭘 그랴, 이것 한 뭉치 2,000원잉께 쫌 더 줄게 2,000원 어치 사그랴.” 할머니 내 맘도 모르고 강매를 하신다... 지갑을 열고
“저, 지갑보세요. 1,000원 밖에 없어서 그래요.” 할머니 웃으시면서
“부잣집 마나님 지갑이 그 모양이셔.” 한 말씀 하시고 1,000원어치를 주신다. 분위기만 부잣집 마나님이지 속빈 강정!!!ㅋㅋㅋ 속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이렇게 쪽파 1,000원어치를 검정 비닐 봉투에 담아 차를 타고 오면서 왜 그렇게 히죽히죽 웃음이 나오는지,,, 그래, 나 오늘 주차비 1,000원을 아꼈지,,,ㅋㅋㅋ 그 1,000원의 소중함을 이렇게 몸소 느끼다니,,, 남들은 20대, 30대에 느꼈을 그 경험을 난 이제사, 내 오십을 넘은 나이에...
차를 타고 오면서 오만가지 상념에 빠져든다. 내 삶, 언제나 남들보다 한참이나 뒤떨어진 내 생활경험, 뭐든 항상 남들보다 늦게 찾아오는 깨달음...
생각해보니 왜 그렇게 내 삶이 공허했는지 이제 좀 알 것 같은 이 기분... 항상 지상 10m, 20m 위를 떠다니며 사는 것 같은 현실감의 부재, 바로 그것이었다. 나에게 현실의 생활이 없었다는 느낌, 꿈꾸는 그렇게 공상의 세계를 헤멘 내 생활, 책임져야 할 것, 책임져야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데서 오는 공허한 자유... 왜, 나는 그렇게 살아야 했을까? 수없이 밀려드는 상념들...
참 신기한 것은 내가 지금 겪는 이 모든 어려움들이 내 삶의 현실감을 증폭시키며 내가 살아있는 소소한 기쁨을 배가 시킨다는 인생의 아이러니!!!
아, 이제사 나는 사는 것에 대한 현실감, 은밀한 1,000원의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철드는 50대가 되어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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