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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앙, 탈출하고파...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4. 13.

오늘 아침엔 너무 늦잠을 잤나 봐요. 틱틱 문자오는 소리에 잠을 깼는데 그만 10시가 넘었네요. 어제 밤 잔뜩 우울모드에 젖어 수면제를 먹었거든요. 저의 수면제는 무엇인가 배 속에 잔뜩 음식물을 채우는 것...ㅋㅋㅋ 냉장고를 열어봐도 마땅히 먹을 것이 없어 뒤적뒤적 해 봤더니 오래 전에 먹다 남은 치즈 조각이 있었네요. 까망베르의 부드러움은 날아가고 딱딱 굳어 있는 부분마저 질근질근 찝으며 우울한 기분을 달래며 뒤척이다 잠이 들었는데 ㅋㅋ 그만 새벽녘에 배탈이 났나, 화장실 들락거리다 겨우 아침에 눈을 부쳤거든요. 아,아!!! 또 우는 스마트폰, 근데 비도 오지 않았는데 왜 오늘 아침 내 스마트폰이 지 맘데로 울었을까? 에구 썩을 놈의 것!!!

 

 

"너, 차 있지

난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

이렇게 하면 어때

둘이 함께 어디든 가보는 거야

어디든 여기보다는 낫겠지

맨손으로 시작해도 잃을 건 없잖아

뭐라도 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나 뭐 하나 내세울 게 없어

 

 

너, 차 있지

나한테 함께 여길 뜰 계획이 있어

그동안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조금이지만 돈도 좀 모았어

너무 멀리 가지는 않을 거야

그냥 주 경계까지만 가서 가까운 도시로 가자

우리 둘 다 일자리를 구해

진짜 사는 것처럼 살아보자

 

----중략--------

 

난 언제나 좀 더 나아지기를 원했어

우리가 함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이젠 다른 곳으로 떠날 계획도 없어

그러니 이젠 네 차를 가지고 멀리 떠나버려

 

너, 차 있지

그거 하늘을 날 수 있을 만큼 빠르니

빨리 결정해

오늘밤 이곳을 떠나든지 아니면 이 모양 이 꼴로 살다 죽든지."

 

 

 

미국 가수 Tracy Chapman, 그녀의 불루지한 저음의 목소리가 죽여주는 fast car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입니다.

 

뭐하나 내세울 것 없는 소녀, 책임져야할 가족마저 등지고 진짜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 탈출을 원하지만 다시 그 자리 이 모양 이 꼴로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안주하고 마는 소녀의 꿈, 무엇이 이 소녀의 소박한 꿈을 좌절하게 만들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중략된 가사 속에 소녀는 어딘가 자신을 데려다 줄 남자친구의 빠른 차에 대한 기대를 가지지만 마트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버는 자신에 반해 밤늦게까지 술집을 전전하는 남자친구의 실상을 깨닫습니다. 즉 자기 삶에서 스스로의 탈출을 꾀하지 않고 연인의 자동차에서 자유의 가능성을 발견해 스스로 선택하고 결단해야 되는 책임을 회피하는 데서 오는 좌절을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씩 나는 탈출을 감행합니다. 내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꿈꾸며 축복이라 노래하는 나의 이면에 이처럼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나 봅니다. 기막히게도 나의 이 현실 도피의 충동을 억제하는 것이 무엇일까, 실상을 깨닫고 그야말로 죽을 맛입니다. 바로 은행 대출금!!! 아, 이 비루한 현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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