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요즈음은 나이를 먹는 다는 것, 이제 나도 노년의 초입쯤에 들어 서있다는 것이 편안해져 온다. 뭔가 사는 것에 대한 열망이 줄어들어든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아마도 사는 것을 관조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에서 오는 편안함이리라 생각되어진다. 더불어 복잡다단한 인간사보다는 좀 더 자연 속에서 나누는 일상 속에 있고 싶다고 꿈꾸게 된다.
읽고 싶던 책이었건만 오랫동안 방치해 두고 있었던 ‘소로우의 일기’를 꺼내 들었다.
“자연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늘 속도가 일정하다. 싹은 마치 짧은 봄날이 무한히 길기라도 하듯이 서두르거나 허둥대는 일 없이 서서히 싹튼다. 자연은 무엇이든 자신이 하는 일 하나하나에 지극히 공을 들인다. 마치 유일한 목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연과 달리 왜 인간은 극히 사소한 행위 하나하나에 마치 영원보다 더한 어떤 무엇이라도 맡겨진 양 그다지도 서두르는 것일까? 몇 겁의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인간은 손톱 깍는 일 따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는 해가 마지막 남은 하루를 잘 마무리하라고 당신을 재촉한다고 여겨지면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들어보라. 항상 변함없는 고르디 고른 곡조의 울음소리는 지금의 시간을 영원으로 여기라는 충고가 아니겠는가! 현명한 사람은 늘 마음이 고요해서 들뜨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 한 발자국 걸음을 내딛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산책하는 사람과도 같은 모습이다. 반대로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축적된 피로가 쉬라고 강요하기 전까지는 다리 근육의 긴장을 풀지 않는다. ”
살면서 끊임없이 모든 인간사에서 흔들리는 나를 만난다. 그야말로 흔들리는 꽃으로 피는 것이리라 위로하며 살기는 하지만 그것이 모두 한 낮 꿈인 것 또한 현실이다. 며칠 동안 어깨와 온몸으로 헤집고 오는 짓누르는 통증에 몹시 시달렸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지만 이렇듯 육체적인 통증이 수반되는 일이 없었는데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나에게도 안티팬이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대놓고 “내 글을 읽으면서 휑하니 마음에 바람이 지나간다” 표현한 어떤 사람의 댓글을 접해보니 그동안 내가 무슨 짓을 했구나 하는 이상한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한편으로 나 자신을 위로하면서 한편으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해본다. 그런데 결국 그냥 나 데로 사는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데로 쓰는 거야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된다. 진심은 통하게 되어 있고 아마도 그분도 분명 언젠가는 나의 진심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라는 것으로 희망을 삼아본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본인의 눈만으로 상대를 바라다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세상사이니 그 세상사에 마음을 쓰지 말고 공유하고 그 공유에서 이뤄지는 소박한 주고 받음의 일상이 또한 나에게 얼마나 삶의 위안과 희망을 주는지...그렇게 생각하련다.
글도 읽히지 않고 써지지도 않는 틈을 타 이곳저곳 저장된 컴퓨터를 펼쳐보다가 이런 구절을 만난다.
“모든 이름 속에는 그 이름을 가진 존재의 성품이 숨어 살고 있다.
세상의 물이 모두 바다로 밀려들어온다 해도 바다는 넘치는 법이 없다.
다른 사람과 비슷하지 않다는 것은 흠이 아니라 매력이다.
인생이든 상황이든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때 오히려 변화가 찾아온다.
사랑 때문에 슬픔에 빠져도 사랑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이별은 눈으로 전해진다.
오래 같이 지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나에 맞게 변화시키려 해선 안된다.
이름은 그 존재의 숨결이다.”
이름이 그 존재의 숨결임을 익히 알고 있었건만 내 이름이 내 존재의 숨결임을 왜 그토록 잊고 살고 있는지... 자연의 일부인 나 , 자연의 속도를 거슬리며 숨가빠하는 나에게 오늘 이런 글들은 다시 한 번 자연의 속도 데로 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요즈음에 빠진 구불길 도보여행도 내 인생의 큰 흐름속의 하나 임을 깨닫는다. 바로 자연속의 나를 발견하는 기쁨이랄까 아니 자연속의 소소한 것들과의 만남, 이름 없는 들꽃, 풀들, 돌멩이 하나하나의 존재의 발견에서 오는 그 기쁨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좀 더 더 가까이 더 가까이 살고 싶다. 그들과 닮은 모습으로 그들과 닮은 속도로 그들 속의 일부로 살다 그들과 하나가 되리라...
세상은 신비하고 삶은 기적같고, 존재는 불가사의하다.
라고 김형경은 '만가지 행동'에서 말한다. 요즈음 내가 느끼는 것들이 어쩜 이렇게 똑 같을까 정말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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