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여자 혼자 하는 여행’이라는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일주일 내내 답답한 공간에 갇혀 있다 보니 책도 읽고 가끔씩 찾아오는 친구들의 수다도 있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교류 또한 나에게 큰 기쁨이 되고 있다. 주로 내 블로그에서 놀이의 개념으로 쓴 글들을 스크랩해 올려놨더니 나름 공유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소통의 범위가 좀 더 넓어졌다는 느낌도 좋고 내 글에서 이뤄지는 반응에 나름 사는 일에 많은 위안을 받기도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조금의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 자존의 상승, 뭐 그런 것조차 지루할 듯싶은 내 일상의 소박한 즐거움 같은 것이 되기도 한다. 카페 활동을 통해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내 색깔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직,간접의 나눔, 그런 세상과 경험이 신기하기도 하고 기쁨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장애물을 만난다. 오랫동안 카페활동을 하던 지인이 하는 말, “언니, 조심해. 어느 날 언니가 익방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 ㅋㅋ 내가 무슨 익방에 거론 될 만큼 뭐 그렇게 관심의 대상이 되겠어? ” 웃고 말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 익방에서 내 닉네임이 거론되는 상황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하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욕을 해대는 사람은 나를 잘 모를 것이고 또 내 글조차 부분적으로 밖에 읽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위안을 찾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쓴 글로써 그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어쩜 그들은 그들의 잣대만으로 시선만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게 된다.
“유태인 집단 수용소에 갇혀 있던 우리들 모두는
몇몇 사람들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들은 그 부자유 속에서도
수용소 막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위로하고,
자신들에게 배급된 마지막 빵 한 조각을
다른 이들을 위해 내놓았다.
그들은 숫자적으로는 많지 않았지만.
인간으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을 순 있어도
한 가지만은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충분한 증거였다.
즉 인간의 마지막 자유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의 태도를 선택 하는 것,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빅터 E. 프랭/ 인간의 의미추구에서
물론 유태인 수용소라는 극적인 상황에서 이뤄지는 인간의 위대한 이야기에 내 경우를 대입해 보는 것은 좀 어불 성설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마지막 자유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의 태도를 선택 하는 것,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어떤 상황아래서도 빼앗길 수 없는 것” 이라는 구절을 읽으며 나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 글은 어쩜 상당부분 내 삶의 색깔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어떻게 생각하면 난 오랜 세월 남들 같지 않은 생활을 했으며 인생에 대한 유별난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대한 나의 생활이 지금의 나의 태도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었으리라.
내 글을 읽으며 내 색깔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모두 그들의 삶의 태도 일뿐이다. 그 각자의 태도를 가지고 내가 기분 나쁠 일도, 또 고심할 필요가 있을까? 항상 사람의 다양함을 인정하자고 주장하는 내가 나에게 보여주는 그들의 태도의 다양함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나의 주장은 그야말로 아전인수 격이 될 수 밖 에는 없겠지.
오늘 지인들과 함께 모악산을 오르내리며 이 축복 같은 하루가 내 인생에 있음을 감사하고 좋은 일만 생각해보자, 그리고 내 색깔의, 내 식의 공유에 대한 나의 변함없는 용기를 가져보자고 나를 격려해 보았다.
이제 마지막 손님들이 가셨다. 마지막 정리를 하고 오늘 함께한 지인들이 주고 간 모시떡으로 내 저녁을 해결하고 뿅,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살아있음이 축복임을 경험한 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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