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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27 - 익명방에 거론되는 나를 위한 태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4. 8.

 

작년 10월부터 ‘여자 혼자 하는 여행’이라는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일주일 내내 답답한 공간에 갇혀 있다 보니 책도 읽고 가끔씩 찾아오는 친구들의 수다도 있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교류 또한 나에게 큰 기쁨이 되고 있다. 주로 내 블로그에서 놀이의 개념으로 쓴 글들을 스크랩해 올려놨더니 나름 공유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소통의 범위가 좀 더 넓어졌다는 느낌도 좋고 내 글에서 이뤄지는 반응에 나름 사는 일에 많은 위안을 받기도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조금의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 자존의 상승, 뭐 그런 것조차 지루할 듯싶은 내 일상의 소박한 즐거움 같은 것이 되기도 한다. 카페 활동을 통해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내 색깔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직,간접의 나눔, 그런 세상과 경험이 신기하기도 하고 기쁨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장애물을 만난다. 오랫동안 카페활동을 하던 지인이 하는 말, “언니, 조심해. 어느 날 언니가 익방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 ㅋㅋ 내가 무슨 익방에 거론 될 만큼 뭐 그렇게 관심의 대상이 되겠어? ” 웃고 말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 익방에서 내 닉네임이 거론되는 상황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하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욕을 해대는 사람은 나를 잘 모를 것이고 또 내 글조차 부분적으로 밖에 읽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위안을 찾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쓴 글로써 그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어쩜  그들은 그들의 잣대만으로 시선만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게 된다.

 

 

 

“유태인 집단 수용소에 갇혀 있던 우리들 모두는

몇몇 사람들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들은 그 부자유 속에서도

수용소 막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위로하고,

자신들에게 배급된 마지막 빵 한 조각을

다른 이들을 위해 내놓았다.

 

 

그들은 숫자적으로는 많지 않았지만.

인간으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을 순 있어도

한 가지만은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충분한 증거였다.

 

 

즉 인간의 마지막 자유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의 태도를 선택 하는 것,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빅터 E. 프랭/ 인간의 의미추구에서

 

 

물론 유태인 수용소라는 극적인 상황에서 이뤄지는 인간의 위대한 이야기에 내 경우를 대입해 보는 것은 좀 어불 성설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마지막 자유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의 태도를 선택 하는 것,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어떤 상황아래서도 빼앗길 수 없는 것” 이라는 구절을 읽으며 나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 글은 어쩜 상당부분 내 삶의 색깔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어떻게 생각하면 난 오랜 세월 남들 같지 않은 생활을 했으며 인생에 대한 유별난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대한 나의 생활이 지금의 나의 태도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었으리라.

 

내 글을 읽으며 내 색깔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모두 그들의 삶의 태도 일뿐이다. 그 각자의 태도를 가지고 내가 기분 나쁠 일도, 또 고심할 필요가 있을까? 항상 사람의 다양함을 인정하자고 주장하는 내가 나에게 보여주는 그들의 태도의 다양함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나의 주장은 그야말로 아전인수 격이 될 수 밖 에는 없겠지.

 

 

오늘 지인들과 함께 모악산을 오르내리며 이 축복 같은 하루가 내 인생에 있음을 감사하고 좋은 일만 생각해보자, 그리고 내 색깔의, 내 식의 공유에 대한 나의 변함없는 용기를 가져보자고 나를 격려해 보았다.

 

이제 마지막 손님들이 가셨다. 마지막 정리를 하고 오늘 함께한 지인들이 주고 간 모시떡으로 내 저녁을 해결하고 뿅,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살아있음이 축복임을 경험한  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