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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내 친구 K /네번째.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1. 12. 29.

가끔씩 사람의 인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특히나 오십줄에 접어들고부터의 나의 관계맺기 방식에

 갑자기 많은 혼선이 찾아 오더군요.

어쩜 그동안 너무 자신에게만 집중되어있어

마음이 가면 가는데로 마음의 가지 않으면 가지 않는데로

그렇게 살았던 까닭입니다.

그러나 어느날

이런방식의 관계맺기가 얼마나 무책임한지 뼈져리고 느끼고 난 후

관계맺기란 노력이 필요하구나

그것 또한 상대에 대한 배려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녀 K

늘 그녀가 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또 거리상 멀다는 핑계로

난 그동안  K에 대해 좀 무신경했습니다.

마음한편에 이상한 마음의 빚같은 것을 지고있지만

똑똑하고 지혜로운 친구니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나름 잘 살겠거니하고

그렇게 거리두기를 하고 살았다는 야릇한 죄책감 그것이 자꾸 마음을 캥기게 합니다.

내가 힘들때 유일하게 나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었던

아니 어쩜 내가 유일하게 맘놓고 나의 유치함, 어리섞음,무식함을 속속히 드러내놓아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던 그녀였건만

그녀가 힘들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그녀의 울음소리만을 듣고 가슴아리고

가만가만 그녀의 이야기만을 들어주는 일이라니...

 

 

우린 어떤면은 너무 쌍둥이 처럼 닮았고

어떤 성정적인 면은 너무 달랐습니다.

그녀는 차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려깊은 친구지만

난 덜렁거리고 내키는데로 말하고 행동하는 직선적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늘 함께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관계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색깔의 차이

또 현실사이의 간격

그런것들의 갭이 있기에 어쩜 살아내면서 격어내려간 모든 일들을 다 알 수는 없었겠죠.

나도 그녀에게 

어떤 면들... 소소하지만  내 인생의 중요한 기점들에서는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있었던 것처럼

가장 의지가 된다는 나에게도

그녀는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간혹 이상스레 꺼내고 싶고  묻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내 방식으로

그녀가 먼저 꺼내지 않는 한

모른척 그렇게 있어주는 것이 친구를 향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나또한 내 이야기의 몇몇것들은

그녀에게 조차 말하지 않은 것들이 있었고

그녀또한 굳이 물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우리 둘의 암묵적 관계맺기 방식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어쩜 더 서로가 편하게 생각했던...

 

모다 꺼내놓을 수 없었던 그녀의 딱 한번의 연애.

내가 토막난 그녀의 이야기중에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는 산악회 대장이었고

나이가 훨씬 많았고

잠깐 대학졸업하고 등산을 다녔을때 만났던 사람이었다는 것...

얼마나 서로가 깊은 사이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연애사건 말미에 그녀는

갑자기 수녀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평생을 갈멜수도원같은 곳에서 기도를 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성소모임을 한 동안 다니기도 했습니다.

어느날 그녀는

" 내가 세상을 견디기엔 난 너무 모자라.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있으면 딱 표적이 되기 쉬워.

내가 강해지지 않으면 다른사람이 날 얼마든지 넘볼수 있지 않겠니.

그런데 난 아무 힘이 없지.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우는 일 그거밖에 없지않니?

솔직히 사는 게 무서워.

어느때 내가 누구의 표적이 될지.

누구로부터 어떤 공격을 받을 지 모르잖어."

 

그런 이상한 소리들을 나열할땐

참 피해망상이다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녀의 연애사건이 그녀로 하여금 그런 생각들을 갖도록 했지 않았을까 짐작만 할 뿐입니다.

 

 

나도 한때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던적도 잠깐 있었지요.

사는게 두려워 강한 누구에겐가 살짝 의지하고 싶었던

그사람이 내 곁에만 있어준다면

사는 일이 훨 씩씩하겠구나 하는 그런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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