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은 엄마의 어린 딸이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김장하는 날
이 날이 끝나야만 엄마의 겨울이 시작되고
난 그 덕택에
푸짐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다.
김장하루전날
배추손질해 소금물에 절이고
여나문 동네엄마들 모다모다 모여
요로코롬 솜씨자랑하고
품앗이로 돌아가며
오늘은 이집
다음날은 저집
내 고향마을은
이렇게 한달쯤
잔치분위기에 젖는다.
가마솥 아궁이에 끓고 있는 것은 무어람?
찰밥도 찌고 게 무젖도 무치고
돼지보쌈에 겉절이까지 한상가득차려
"언니 이것도 잡숴봐.
저것은 간이 맞나몰라."
궁시렁궁시렁
깔깔깔깔
마음은 아직도
나 만치롬
이팔청춘인 우리동네 엄니들
오늘하루
몸살날만큼 일하셨으니
저녁에
황토찜질방에서 푹 쉬시다가
내일은 또 뉘집 김장하실까?
나도 저처럼
엄마나이 됐을때
저렇게 모여 김장하는 모습보여줄 수 있을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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