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생에서 잊을 수 없는 일들이 몇몇이 있다.
그것이 때론 상처로 남아있고
때론 가끔씩 몇 년의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따뜻한 온기로 남아있는 것들도 있고.
상처는 덧나 지독히 아프고 아려도 어느 땐가 시간이 흐르면 가물거리기도 한다.
아마 아픈 기억은 잊고 싶은 본능의 작용인가보다,
그러나 따뜻한 기억은 오래토록 내 삶을 지탱케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가끔씩 공허하고 쓸쓸할때 책갈피를 펴듯
그러한 기억들을 끄집어 내
내 마음을 뎁혀간다.
그게 내가 하루하루를 사는 방법이다.
나는 오늘 정말 힘든 하루를 보냈다.
예기치 않은 사람들의 방문
하고싶지 않은 대화들
끊임없는 논쟁
자꾸 내 설자리를 요구하는 강압적 자세
그렇다고 내가 그들이 요구하는 데로 살 수 있을까?
난 일일히 내가 왜 그곳으로 가고 싶지 않은지
남편과의 결합을 원하지 않는지
말 할 수 없다.
왜냐면 처음부터 끝까지
날 설명해야하고 또 설명해봤자
그들은 영원히 이해를 하지 못할것이다.
그냥 날 내버려 두세요.
우리들의 삶이잖아요.
나이 40이 넘었으면
각자 자기방식데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그사람도 지금의 상태가 좋다고 하잖아요.
애들은 엄마, 아빠를 이해할 나이도 되었고
그래서 엄마하고싶은데로 하라고 하잖아요.
그런말들 밖에 할 수 없었지만 그 끊임없이 나에게 그들의 삶의 방식을 따르라는
억센 태도에 힘이 빠진다.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뻐근하다.
하필 이런날 저녁 독서모임이 있었다.
기실 몸도 마음도 지칠데로 지쳤는데
오직 그사람을 보고싶은 생각에 맘도 몸도 바빳다.
토론이 끝나고 간단한 막걸리 파티를 하자고 했다.
피곤해서 그런지
막걸리 몇잔에 몸이 슬슬 풀렸다.
먼저 일어서 나오려는데 그가 날 붙잡는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고 했다.
술취한 모습으로 택시를 타기가 약간 두려웠던차라
그의 성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의 차를 타자마자 난 잠이 들었나 보다
얼마쯤 잤을 까 눈을 떠보니 한강의 불빛들이 눈이 부셨다.
내리 4-5십분쯤 잤나보다.
차속은 적당히 뎁혀져 있고
잔잔한 기타음악이 흐르고
그와 단둘이 있다는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가슴 저 밑바닦에서 알 수 없는 뜨끈함이 스멀 스멀 퍼져온다.
이런 평화, 휴식, 그리고 따뜻함
이런느낌으로 살고 싶다.
고 난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냥 아는 사람의 작은 친절에 난 왜그렇게 목이 메였을까?
그에게 나는그냥 아는 사람일뿐인데
나에게 그란 존재는 ?
이렇듯 가슴 따끈하게 데워줄 그런 대상이 될 수 있다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녀의 일기장 몇줄을 발췌한것이다.
어느날 중국에서 뜬금없이 보내온 3권의 일기장
그 일기장속에서 나는 많은 일들을
그녀가 겪어내야했던 많은 일들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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