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그녀는 전활 걸어왔다.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다고...
평소에는 차분하고 말도 없는 그녀가 무슨 말들이 하고 싶을까?
그녀와 함께 자주 찾았던 송림해수욕장
내 차안 카페에서 바다를 향해 앉았다.
그녀가 좋아한다는 Chet Baker를 배경으로 그녀는
주절 주절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 난 풀풀 먼지나는 마른 사막을 건너는 것 같아,
지치고 지루하고 두렵기조차 해.
이런느낌으로 아직도 창창히 남아있는 내 세월을 어떻게 견딜까?
난 그동안 착각하고 살았어.
빚좋은 개살구 그런 말 알지.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내 자신을 맞추려고 자신을 속여 왔었나봐.
어느날 말야.
침대에 가만 누워 내 삶을 이리저러 뒤젖거려 봤더니
이게 아니구나, 그 순간에 확 필이 오더라.
난 향기없는 모란꽃 같아.
난 이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
" 어떻게 살고 싶은데? 넌 참 이상한 가시내야.
지금 사는 모습그대로 예쁘지 않니, 남들은 그런 널 부러워하기 조차 하지 않니?
복에 겨워 하는 푸념처럼 들려.
지금 충분히 행복해 보여. 그리고 세상사람들 다 그렇게 살어.
지금 이나이에 네가 뭘 다시 시작할 수 있겠어."
라고 난 그녀에게 하지 말하야 할 말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어쩜 그녀는 가장 자기를 잘 이해해 줄 수 있다고 믿었던 친구에게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가슴에 꽂혔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 난 다시 시작할래.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 뭘 다시 시작할 건데? 구체적 계획이라도 있어? "
주절 주절 그녀는 두서없는듯 여겨지는 그녀의 앞으로의 삶에 대한 생각
아니 그녀의 말처럼 새로운 인생에 대한 계획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단어의 나열들을
송림해변에 휙하고 지나는 바다바람에
난 날려버리고 말았다.
어쩜 난 그녀의 말들을 들으면서
내 삶을 반추해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한 많은 말들중에
그날 유독 내 맘에 남아있는 단어 몇가지가 있었다.
"행복" " 동행" " 꿈"
그리고 그녀는 황당무개해 보이지만
그녀의 꿈들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하였다.
난 그런 그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많이 했다
한편으로 그녀의 무모함에 대해 비웃기도 하며
한편으론 그녀의 용기를 부러워하며
한편으론 그녀의 도전에 질투까지 실어가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후 그녀는
" 난 이제 조금 세상을 알 것같아.
비로소 삶에 대해 좀 진지해 질 수 있을 것 같아.
많이 힘들고 초조하고 두렵고 때론 그래서 지치기도 해.
근데 말야.
정말 내가 살아간다는 생각은 들어.
내 삶의 주체가 나라는 생각말야.
이제 내 앞으로의 삶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방향감각조차 실종됐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말야.
내 삶에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야.
다시 난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것이지.
불혹을 넘긴 내가 말야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는 사실
그것이 날 견디게 해."
가끔씩 그녀는 주절주절 그녀의 일상에 대해
그녀의 꿈에 대해 수다를 떨어올때
난 그런 그녀가 부러웠다.
그녀의 꿈꾸는 모습이 나 였으면 했다.
그녀의 용기가 나의 용기였으면 했다.
그녀의 무모한 어리섞기조차 한 도전들이 잘 영글기를 바랄뿐이지만
그녀가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으므로
어느 방향이든지 그녀의 꿈에 색깔들이 입혀지리라고 확신했다.
꿈꾸는 자들만이 인생의 다양함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그런 한참 뒤 그녀는 자그마한 국수집을 차렸다.
남편이 중국으로 떠난 뒤 일년만에...
10평 남짓, 돈에 대한 욕심은 없었을 거다.
다만 그녀는 그녀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싶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꽁당 꽁당 부지런한 그녀였다.
겨우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살림살이 정도에 익숙했던 그녀였지만 평소 꼼꼼하고 또 지혜로운 그녀였기에
작은 공간이었지만 나름 재미를 붙이고, 단골도 하나둘씩 생기고 쏠쏠한 안정감을 찾는 듯했다.
동시에 그녀는 한가지 일을 또 추가시켰다.
글쓰는 공부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는 하루 하루 사는 의미를 스스로 찾아나섰나 보다.
그녀는 말했다.
"난 항상 같은모습으로 이십년을 넘게 살았어. 그냥 남들도 그렇게 사니깐,
그냥 이정도 살면 됐지. 그렇게 자위하며...
근데 내가 원하는 내 삶의 색깔에 결코 도달할 수 없으리란 생각... 그런 생각속으로 치닫는 날.
난 사는게 아니었지. 난 수없이 나자신과 대화를 하며 '나다운 삶'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뭔가 내가 꿈꾸고 내가 생각했던 적극적인 삶의 방식을 가져 봐야 되겠어. 용기가 필요해."
"길들여지지 않는 꿈꾸는 자"
" 난 내 삶의 주체여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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