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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시론 과제 『시론』 제1장 정리 복수전공인 국문과의 수강과목 ‘현대시론’의 첫 번째 과제로 삼지원(三知院)에서 출판된 김준오님의 『시론』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시론』 제1장을 정리하면서 나는 시라는 장르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마음이 되었다. 시는 단순히 감정을 토로하는 형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었고, 언어를 다루는 고유한 철학이었으며, 무엇보다 존재를 드러내는 섬세한 예술이었다. 시를 모방, 표현, 효용, 구조의 관점으로 나누어 사유하는 일은 마치 하나의 풍경을 여러 빛깔의 렌즈로 번갈아 바라보는 일이기도 했다. 각기 다른 각도에서 그려진 시의 얼굴은 상반되면서도 서로를 보완했다. 그리고 그 복잡한 구조 속에서 나는 시의 매혹적인 본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동일화의 원.. 2025. 4. 3.
조경란의 『그들』의 불안과 침묵, 타자성의 윤리 조경란의 단편소설 『그들』은 2023년에 발표되어, 2024년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문학동네에서 펴낸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되어 있으며, 나는 이 작품을 현대소설강독 수업 시간에 처음 접했다. 말해지지 않는 감정들과 인물들 사이를 흐르는 침묵의 결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고, 그 여운을 따라가며 다음과 같은 내 나름의 분석을 시도해 보았다.     조경란의 『그들』의 불안과 침묵, 타자성의 윤리 Ⅰ. 서론: 말해지지 않은 관계, 불안의 정서1.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조 소개조경란의 『그들』은 말해지지 않은 감정들로 채워진 관계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인물들은 서로를 응시하면서도 말하지 않고, 감정을 자주 유예하거나 감춘 채 살아간다. 이 소설은 극단적인 사건이나 격렬한 대립.. 2025. 4. 2.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의 사유: 이승우 『사해』에 나타난 결핍과 실존적 침묵」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의 사유: 이승우 『사해』에 나타난 결핍과 실존적 침묵」  Ⅰ. 서론1. 연구 목적 및 문제 제기이승우의 단편소설 『사해』는 외형적으로는 특별한 사건 없이 고요하게 전개되지만, 그 내면에는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자리한다. 말하지 못하는 자, 관계를 맺지 못하는 자, 유서를 끝내 쓰지 못하는 자—『사해』의 주인공은 사회적 소외, 내면적 고립, 실존적 침묵을 체현하는 인물이다. 그는 타자와 감정을 교환하지 못한 채 살아가며, 죽음을 앞둔 순간조차 말하지 못하고, 아무런 감정의 기미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러나 이 침묵과 무반응은 무감각이 아니라, 말하지 않음으로써 존재를 감당하는 하나의 윤리적 형식으로 읽힌다.이 작품은 특히 “유서 쓰기”라는 과제를 중심으로, 주인공이 어떻.. 2025. 4. 1.
발터 벤야민의 문학적 사유: 역사, 정치, 그리고 예술의 상호작용 겨울 방학 동안 고민해 왔던 발터 벤야민의 사상과 철학을 드디어 하나의 논문으로 완성했다. 제목은 “발터 벤야민의 문학적 사유: 역사, 정치, 그리고 예술의 상호작용”이다. 비록 겉핥기식의 개관일지 모르나, 여하튼 충만된 마음으로 이 작업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글자를 찍으며, 오랜 시간 동안 벤야민과 함께 산책하듯 다시금 나의 다짐을 되새겼다. “쓰는 일이란, 언제나 말해지지 않은 것의 가장자리를 걷는 일이다. 침묵의 언저리에서 언어는 비로소 윤리가 된다.”  "아마도 우리에게 동일한 기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우리를 계속해서 이끌어주는 길들이 존재할 것이다.그것은 언제나 우리 삶의 가장 다양한 시기마다, 우리를 친구에게, 배신자에게, 사랑하는 이에게, 제자나 스승에게로 이끌어주는 그런 통로들이다."— 발터.. 2025. 3. 31.
문학과 예외의 언어: 조르조 아감벤의 철학을 통한 생명과 서사의 윤리 친구는 항상 나에게 말한다. “학교 그만두고 창작에 몰두해라.” 그 말은 언제나 나를 강하게 흔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어쩌면 친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이승의 소풍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창작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저 웃음으로 넘긴다. 왜냐하면 나는 내 삶의 갈림길에서, 창작과 철학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창작을 위해 철학을 배우고, 철학을 통해 창작의 깊이를 더한다. 그 상호작용은 내 사유를 끝없이 확장시켜 주었고, 내가 처음 창작을 시작할 때와는 전혀 다른, 채워지지 않는 충만감을 선물해 주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나는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 2025. 3. 30.
『다성성의 두 얼굴: 한강과 쿤데라 작품에 나타난 바흐친적 상상력의 비교 연구』 “문학은 내가 말하는 곳이 아니라, 듣고 멈추고 기다리는 방식이 되었다. 바흐친은 이론이 아니라, 내 문장의 윤리였다.”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만 묵혀두었던 과업을 하나 완성했다. 최애하는 나의 작가, 한강과 밀란 쿤데라를 바흐친적 시선으로 분석해 보는 일이었다. 철학과 문학을 동시에 공부하는 나로서는, 이 두 작가의 작품을 분석하는 일이 참으로 즐거우면서도 쉽지 않았다. 미천한 지적 편린들을 연결하는 일은 AI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완성할 수 있었다. 논문의 제목은 『다성성의 두 얼굴: 한강과 쿤데라 작품에 나타난 바흐친적 상상력의 비교 연구』이다. "진실은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다." — M. M. 바흐친한강과 쿤데라, 서로 다른 언어와 세계를 살아간 두 작가. 나는 그들의 소설 속에서 바흐친의 '다성성.. 2025.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