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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228

제임스 설터 "가벼운 나날" 처음 작가 제임스 설터를 만난 것은 “고독한 얼굴”이라는 장편 소설이었고 그 문체에 반해 “소설을 쓰고 싶다면”이라는 산문집에 이어 “아메리칸 급행열차”라는 단편소설을 읽고 장편 “가벼운 나날”을 연이어 읽었다. 단편 “아메리칸 급행열차”의 문장들에 매혹되어 원어로 읽어보며 필사하려고 알라딘에 신청을 했는데 절판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쉽지만 “가벼운 나날”을 읽고 나니 비록 장편이지만 원어로 도전해보고 싶은 가당찮은 용기가 생긴다. 그만큼 제임스 설터에게 매혹되는 중이다. ‘말하라, 기억이여’에서 나보코프는 “우리는 단지, 두 영겁의 어둠 사이에서 갈라진 틈을 통해 잠시 새어 나오는 빛과 같은 존재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늘의 소설 제임스 설터의 소설 “가벼운 나날(마음산책)”에서 이 빛과 같은 존.. 2023. 1. 6.
재즈의 계절/김민주/북스톤 언젠가 이승의 소풍을 마감하기 전 내가 사랑하는 음악과 관련해 그럴 듯한 산문집을 엮는게 내 오랜 꿈이다. 처음 무라카미 하루끼의 재즈 관련 에세이를 읽다가 실망했던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책을 꾸준히 접해보다 지난 가을 이 책과 만났다. 재즈의 계절/김민주/북스톤 서점에 들렀다 우연히 매대에 누워있기에 픽, 했던 책, 일단 호기심으로 2달에 걸쳐 읽었나 보다. 쉽게 책장을 넘기기보다는 의식적으로 미루며 천천히 읽기. 한 꼭지가 한 달로 구성되어 12 달, 12꼭지의 이야기이다. 작가 김민주는 “더 많은 이들에게 재즈에 대한 자신의 믿음과 경험을 전하기 위해 매거진, 재즈피플에 재즈 컬럼을 연재해오고 있으며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 ‘JAZZ IS EVERYWHERE’를 운영한다고 한다. ”재즈를 .. 2022. 12. 28.
은유의 힘/장석주/다산책방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손바닥으로 가득 담았다 펼쳐보았다. 스르르 어둠에 잠겼다가 다시 담뿍 드러나는 가을이 배인 그것들은 가끔 바람이 부는 쪽으로 나를 따라오렴, 나직이 속삭이는 것도 같다. 오늘은 햇살을 따라 나서야겠다. 하늘도 바다도 바람도 햇살까지 춤추는 그곳으로 나도 가고 싶다고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인다. 우편 배달부 마리오가 대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가르침 속에서 진정으로 시인이 되는 과정을 답습하듯, 오늘은 나도 햇살의 '시인'이 되고 싶다. "'하늘이 운다'가 뭐지?" "비가 오는 거죠." "그래 그게 은유야." 영화 일포스티노 중 파블로 네루다가 우편 배달부 마리오에게 은유를 설명하는 대사이다. 은유란 무엇인가, 시인 정석주의 문장들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알라딘의 책 소개를.. 2022. 8. 21.
산티아고 감보아 소설 "밤기도", 현대문학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마술적 사실주의와는 거리를 둔, 작가 여행자로 분류되는 콜롬비아의 젊은 작가 산티아고 감보아(1965년생)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살펴보는 고독한 존재”뿐만 아니라 여행과 이주와 망명의 은유를 사용하여 작품을 형성하는 작가라는 평을 듣는다. 해외를 떠도는 방랑자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의 작품은 보코타, 마드리드, 베이징, 방콕, 예루살렘등을 배경으로 삼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오늘 소개하는 책 ‘밤기도’가 2019년에 현대문학을 통해 첫 번째 번역서로 출판되었다. 모든 도시에는 아주 분명하고 독특한 냄새가 있다. 하지만 극심한 스모그로 뒤덮인 방콕에는 그 냄새가 숨겨져 있고, 대부분 낮에는 그 냄새를 감지하기도 어렵다. 마침내 밤 깊은 시간에 그 냄새가 나타날 때면, 도.. 2022. 7. 19.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낙원”/문학동네 새벽녘 쏟아지는 빗줄기에 잠깐 선잠을 깼지만 자장가인 양 늦은 아침을 맞이했다 잦아든 빗줄기 대신에 청명해진 새들의 노래와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생활 소음들 잔잔한 배경이 되어주는 매미의 울음 이런 곳이 바로 낙원이 아닐까 혼자 빙긋 웃는다. 2021년 노벨문학상의 주인공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낙원”은 어떤 모습일까 참으로 궁금해서 설레기까지 했던 책, 12살 소년 유수프가 집을 떠나면서부터 시작한, 유수프의 성장기이자 비극적인 사랑이야기 (책 111쪽) “낙원이 이럴 거라고 생각하면 기분좋지 않아?” 하미드가 물소리로 가득한 밤공기 속에서 부드럽게 물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폭포들이 있다고 생각해봐. 유수프, 이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걸 상상해봐라. 그곳에서 세상의 모든 물이 .. 2022. 7. 11.
유디트 헤르만작 <여름 별장, 그 후> 민음사 햇살을 등에 업은 눈발이 하나 둘 흩날리다 사라진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눈발은 스스로 춤을 추는가, 내 시선은 그저 그것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어디선가 아침 고요를 뚫고 길냥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배가 고프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 추운 날에 배경음악이라도 되겠다는 것인가, 입가에 저절로 핀 미소를 머금고 길냥이의 다음 울음을 기다린다. 오랫동안 기다렸는데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왠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맴돈다. 절대 길냥이의 울음이 들려오지 않는 것 때문이 아니다. 인생이란 이렇게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게 기다렸다가 끝내 나타나지 않는 그 무엇 때문에 눈물을 머금는 그런 시시콜콜한 어떤 것들의 짜깁기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게 되었다. 여기 특별한 것도 없는 시시한 이야기들을 아름.. 2022.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