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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50

불안의 서/페르난두 페소아, 배수아 옮김 인간 영혼의 전 생애는 그림자 속에서의 움직임이다. 우리는 자의식의 황혼을 산다. 우리가 무엇인지, 혹은 우리가 스스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그 어떤 확신도 없이. 우리 중 최고의 인간들이라 해도 허영심을 품고 있으며, 우리가 선명하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실수를 숨기.. 2016. 12. 5.
불안의 책/페르난두 페소아/Neil Young - Heart of Gold 인생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가는 마차를 기다리며 머물러야하는 여인숙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이 여인숙에 머물며 기다려야만 하니 감옥으로 여길 수도 있겠고, 여기서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사교장으로 여길 수.. 2016. 10. 25.
환상의 빛/미야모토 테루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어제, 저는 서른두 살이 되었습니다. 효고 현 아마가사키에서 이곳 오쿠노토의 소소기라는 해변 마을로 시집 온 지 만 삼 년이 되었으니 당신과 사별한 지도 그럭저럭 칠 년이나 되었네요. 이렇게 이층 창가에 앉아 따스한 봄볕을 쬐면서 잔잔한 바다와 일하러 .. 2016. 8. 28.
ㆍ개를 기다리는 일/김금희 모녀는 개가 사라진 공원 앞에 미니 쿠퍼를 세워놓고 개를 기다렸다. 기다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 개, 늙은 스피츠종은 모녀에게 전부였으니까. 너무 소중해서 그 개는 다른 이름 대신 그저 개라고 불렸다. 거의 모든 밤 취해서 귀가한 그녀가 개야, 개야, 부르면 개는 종일 늘어져 있다가도 비틀비틀 걸어왔고 축축한 혓바닥으로 그녀의 손바닥을 핥았다. 백내장으로 오른편 눈을 잃은 개는 편향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확실히 몸이 왼편으로 기울었고 사물의 위치를 왼쪽에 가깝게 인식했다. 개는 똑바로 걷지 않고 물결무늬를 연이어 그리는 듯한 비칠거림으로 목적지에 도달했다. 그마저 정확하지는 않아서 개는 도착하고 나서도 멀뚱히 허공을 보곤 했다. 그녀는 피아노 레슨을 그만둔 날 충동적으로 그 개를 샀다. 개는 생후 팔.. 2016. 8. 1.
티파사에서의 결혼/알베르 카뮈 봄철에 티파사에는 神들이 내려와 산다. 태양 속에서, 압생트의 향기 속에서, 은빛으로 철갑을 두른 바다며, 야생의 푸른 하늘, 꽃으로 뒤덮인 폐허, 돌더미 속에 굵은 거품을 일으키며 끓는 빛 속에서 신들은 말한다. 어떤 시간에는 들판이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 두 눈으로 그 무엇인.. 2016. 7. 30.
니체의 인생 강의/ 이진우 <나는 춤출 줄 아는 신만을 믿는다.> Halie Loren - Sway / Quien sera <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HYljojzhays?list=PLsGRkP7SiZRbtDLCKEAZHvsZ8r3V6txz0" frameborder="0" allowfullscreen></iframe> “인간은 어찌 보면 의미 없는 존재다 그런데 의미 없는 존재가 의미 있는 이유가 있다. .. 2016.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