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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티파사에서의 결혼/알베르 카뮈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7. 30.

  봄철에 티파사에는 神들이 내려와 산다. 태양 속에서, 압생트의 향기 속에서, 은빛으로 철갑을 두른 바다며, 야생의 푸른 하늘, 꽃으로 뒤덮인 폐허, 돌더미 속에 굵은 거품을 일으키며 끓는 빛 속에서 신들은 말한다. 어떤 시간에는 들판이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 두 눈으로 그 무엇인가를 보려고 애를 쓰지만 눈에 잡히는 것이란 속눈썹가에 매달려 떨리는 빛과 색채의 작은 덩어리들뿐이다. 엄청난 열기 속에서 香草들의 육감적인 냄새가 목을 긁고 숨을 컥컥 막는다. 풍경 깊숙이, 마을 주변의 언덕들에 뿌리를 내린 슈누아의  시커먼 덩치가 보일락 말락 하더니 이윽고 확고하고 육중한 속도로 털고 일어나서 바닷 속으로 가서 웅크려 엎드린다.

  벌써 바닷가로 가슴을 열고 있는 마을을 지나 우리는 도착한다. 노랗고 푸른 세계로 들어가면 알제리의 여름의 대지가 향기 자욱하고 매콤한 숨결로 우리를 맞이한다. 도처에 장밋빛 부겐빌레아 꽃이 빌라들의 담너머로 피어오른다. 뜰 안에는 아직 희미한 붉은빛의 부용화가 꽃잎을 열고 크림처럼 두툼한 茶香 장미와 길고 푸른 붓꽃의 섬세한 꽃잎이 흐드러진다. 돌은 모두 뜨겁게 단다. 미나리아제비꽃빛 버스에서 우리가 내릴 즈음 푸줏간 고기장수들은 빨간 자동차를 타고 와서 아침 행상을 돌고 요란한 나팔을 불며 마을 사람들을 부른다.

  항구의 왼쪽으로는 마른 돌계단이 유향나무와 금작화들 사이의 폐허로 인도한다. 길은 조그만 등대 앞을 지나서 들의 한복판으로 빠져 들어간다. 벌써부터 그 등대 밑에서는 보라, 노랑, 빨강꽃들 자욱한 살진 식물들이, 요란한 입맞춤 소리를 내면서 바다가 핥아대는 첫 번째 바위들 쪽으로 내려 뻗으면서 자란다. 부드러운 바람 속, 얼굴의 한쪽 뺨만을 데워주는 햇빛을 받으며 서서 우리는 빛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주름살 하나 없는 바다를, 폐허의 왕국 속으로 아주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관객이 되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다.

  몇 걸음을 옮기면 압생트가 목구멍을 할퀸다. 그것들의 회색빛 솜털이 끝간 데 없이 폐허를 뒤덮고 있다. 압생트의 精髓가 열기 속에서 발효하고 땅에서부터 태양까지 하늘도 취하여 휘청거리게 할 알코올이 이 세상 온누리에 걸쳐 피어오른다. 우리는 사랑과 욕정을 만나기 위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우리는 교훈을 찾는 것도 아니요, 위대해지는 데 필요하다는 그 어떤 쓰디쓴 철학을 구하는 것도 아니요, 태양과 입맞춤과 야성의 향기 외에는 모든 것이 헛된 것으로 여겨진다. 나는 굳이 이곳에 혼자 있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나는 흔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이곳에 찾아오곤 했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 사랑의 얼굴이 지어 보이는 맑은 미소를 읽어보곤 했다. 여기에 오면 나는 질서나 절도 따위는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해버린다. 나를 온통 휩싸는 것은 자연과 바다의 저 위대한 무분별의 사랑이다. 폐허와 봄의 결혼 속에서 폐허는 다시금 돌들이 되어, 인간의 손길로 닦여진 저 반드러운 손때를 이제는 다 버리고 자연 속으로 되돌아와 있다. 蕩女인 딸들의 귀향을 위하여 대자연은 꽃들을 아낌없이 피워놓았다. 古代 광장의 포석들 사이로 向日性 식물은 붉고 흰 머리통을 쳐들어 올리고, 붉은 제라늄들은 옛적엔 가옥이요 사원이요 공공 광장이던 자리에 그들의 붉은 피를 쏟아 붓는다. 많은 지식을 쌓아 어떤 이들은 신에 이르게 되듯이 기나긴 세월의 풍상으로 이 폐허는 어머니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오늘에야 마침내 과거가 폐허를 떠나버렸으니, 무너지게 마련인 사물의 중심으로 폐허를 다시 인도해주는 저 심원한 힘에 복종하는 것 이외에 다른 마음 쓸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압생트들을 뭉개어 비비며, 폐허를 껴안고 애무하며, 나의 숨결을 세계의 저 소용돌이치는 입김과 맞추어보려고 애쓰며 보낸 시간이 얼마인가? 야생의 향기와 졸음을 몰고 오는 풀벌레들의 연주 속에 파묻혀서 나는 열기로 숨막힐 듯한 저 하늘의 지탱하기 어려운 장엄함에 두 눈과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