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영혼의 전 생애는 그림자 속에서의 움직임이다. 우리는 자의식의 황혼을 산다. 우리가 무엇인지, 혹은 우리가 스스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그 어떤 확신도 없이. 우리 중 최고의 인간들이라 해도 허영심을 품고 있으며, 우리가 선명하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실수를 숨기고 있다. 우리 모두는 막간에 벌어지는 그 무엇이다. 다들 어떤 특정한 문틈으로, 아마도 무대장치인 듯한 것을 엿보고 있다. 세계는 밤의 목소리처럼 정체불명의 혼돈이다.<131쪽>
살아간다는 것은 다른 존재가 된다는 의미다. 어제 느낀 것처럼 오늘도 똑같이 느낀다면, 그것은 느낌이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어제처럼 오늘도 같은 느낌이라면, 그것은 느낀 것이 아니라 어제 느꼈던 것을 오늘 기억해낸 것이며, 어제는 살아 있었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은 것의 살아 있는 시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하루의 모든 내용을 칠판에서 지워내는 일,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아침을 사는 일, 우리 감정의 처녀성을 반복해서 부활시키는 일, 그것이, 오직 그것만이 존재와 소유의 가치가 있다. 우리가 불완전한 방식으로 존재하기 위하여, 그리고 불완전한 이 존재를 소유하기 위하여.<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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