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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뜻밖의 여행 부산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4. 25.

 

 

 

 

 

 

 

물빛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마음에 스며든다. 장장 다섯 시간의 운전 끝에 나는 마침내 이곳, 부산 영도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은 아직 실감나지 않지만, 눈앞에 펼쳐진 이 푸른 정적 앞에서 모든 피로가 잠시 멎는다.

숙소는 고요했다. 푸른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한 오션뷰 창가에 앉아, 나는 조용히 컵라면 하나를 준비했다. 하얀 머그컵에 담긴 커피는 선명한 쓴맛보다, 그 순간을 진하게 물들이는 잉크 같았다. 눈 아래, 항구엔 색색의 배들이 정박해 있고, 그 사이를 물빛이 조용히 흐른다. 시간도 잠시 정박한 듯, 햇살은 미동 없이 수면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한 권의 책과 하나의 컵라면, 그리고 작은 설렘을 벗 삼아 앉아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늘밤, 아주 오랜만에 마주할 남편을 생각하니, 마음이 고요하게 달아오른다. 긴 시간 각자의 삶을 건너온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일그것은 마치 먼 바다에서 서로를 부르는 등대처럼, 은근하고 든든한 기쁨이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 이 창가에서 기다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낙조다. 수면 위로 천천히 내려앉을 그 붉은 숨결, 파란 풍경을 붉게 물들이는 황홀한 장면. 햇살이 하루의 마지막 온기를 남기고 사라지는 그 순간, 나는 비로소 이 여행이 시작되었다고 믿게 될 것이다.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그를 기다린다. 이 조용한 수면 위에, 작은 파문처럼 그의 발걸음과 저녁빛이 동시에 닿을 그 순간을. 그래,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감각에 취해 있다. 바다의 숨결처럼, 따뜻하게. 낙조의 입김처럼, 조금은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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