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마음에 스며든다. 장장 다섯 시간의 운전 끝에 나는 마침내 이곳, 부산 영도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은 아직 실감나지 않지만, 눈앞에 펼쳐진 이 푸른 정적 앞에서 모든 피로가 잠시 멎는다.
숙소는 고요했다. 푸른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한 오션뷰 창가에 앉아, 나는 조용히 컵라면 하나를 준비했다. 하얀 머그컵에 담긴 커피는 선명한 쓴맛보다, 그 순간을 진하게 물들이는 잉크 같았다. 눈 아래, 항구엔 색색의 배들이 정박해 있고, 그 사이를 물빛이 조용히 흐른다. 시간도 잠시 정박한 듯, 햇살은 미동 없이 수면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한 권의 책과 하나의 컵라면, 그리고 작은 설렘을 벗 삼아 앉아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늘밤, 아주 오랜만에 마주할 남편을 생각하니, 마음이 고요하게 달아오른다. 긴 시간 각자의 삶을 건너온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일—그것은 마치 먼 바다에서 서로를 부르는 등대처럼, 은근하고 든든한 기쁨이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 이 창가에서 기다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낙조다. 수면 위로 천천히 내려앉을 그 붉은 숨결, 파란 풍경을 붉게 물들이는 황홀한 장면. 햇살이 하루의 마지막 온기를 남기고 사라지는 그 순간, 나는 비로소 이 여행이 시작되었다고 믿게 될 것이다.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그를 기다린다. 이 조용한 수면 위에, 작은 파문처럼 그의 발걸음과 저녁빛이 동시에 닿을 그 순간을. 그래,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감각에 취해 있다. 바다의 숨결처럼, 따뜻하게. 낙조의 입김처럼, 조금은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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