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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들

5화. 숫자에 미친 철학자: 너의 MBTI는 몇 번이냐?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6. 2. 8.

 

 

 

 

[웹소설] 짜라투스트라 교수님의 철학 수업: F학점은 사양한다

 

5화. 숫자에 미친 철학자: 너의 MBTI는 몇 번이냐?

‘공기 챌린지’ 이후 철학과 단톡방은 며칠째 숨=진리 밈으로 도배됐다. 정국은 “내 입김 다이아몬드급 압축임ㅋㅋ”이라며 릴스를 올렸고, 뷔는 “공기 미남 챌린지”를 업로드해 인급동을 찍었다. 지민은 “내 한숨은 바위…”라는 감성 멘트를 던졌고, 슈가는 “결국 다 돈이지”라며 코인 차트에 공기 이모지를 합성했다. RM은 노션에 “진리=Air” 요약본을 정리하며 #철학과는숨학과 라는 태그를 달았다.

며칠 뒤, 강의실 뒷문이 다시 쾅 열렸다. 이번엔 짜교수는 숫자가 빼곡히 새겨진 ‘데이터 변태’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손에는 샤머니즘적 포스의 계산기와 자, 그리고 26학번들을 킹받게 할 MBTI 키트를 들고 있었다. 그는 칠판에 크게 휘갈겼다.

“진리 = 수?”

“자, 오늘은 공기 대신 숫자다. 오늘 모실 형님은 세상을 숫자로 코딩해버린 원조 데이터 덕후, 피타고라스다.”

슈가가 노트북을 덮으며 질색했다.

“헐, 오늘 수학임? 나 수포자라 집합 기호만 봐도 PTSD 발동인데.”

짜교수는 넥타이를 고쳐 매며 받아쳤다.

“걱정 마라. 이건 수식이 아니라 너희 인생의 소스코드 분석이다. 피타고라스 형님은 세상의 본질이 흐물거리는 물이 아니라, 딱 떨어지는 ‘수’라고 믿었지. 너희가 목숨 거는 MBTI, 토익 점수, 팔로워 수, 코인 가격… 전부 숫자 아니냐? 그 숫자가 너를 정의한다고 믿는 순간, 너희는 이미 피타고라스의 숨겨진 제자다.”

정국이 스마트폰을 치켜들며 눈을 반짝였다.

“교수님, 제 알바비 입금 문자 ‘923,000원’ 떴거든요? 이거 그냥 돈이 아니라 제 인생 떡상 그래프임ㅋㅋ. 이게 진리 아니면 뭐임.”

학생들이 폭소를 터뜨리자 짜교수는 자를 지휘봉처럼 휘둘렀다.

“나이스 샷. 그게 바로 숫자의 권력이다. 92만 원은 네 노동력을 치환한 결과 값이지. 슈가, 네 통장 잔고 0원도 마찬가지다. 0은 없는 게 아니라 새로운 숫자가 채워질 ‘빈 인덱스’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숫자의 질서는 영원하다.”

뷔는 손가락 브이를 날리며 릴스를 켰다.

“와 미쳤다ㅋㅋ ‘MBTI 숫자 치환 챌린지’ 바로 박제 갑니다. ENFP니까 9999로 찍고 올리면 인급동 각이지. 피타고라스 형님도 DM 보내실 듯.”

지민은 창가에 비친 숫자 잔상을 보며 아련하게 읊조렸다.

“숫자 7, 3, 9… 와 이거 내 인생 별자리 코드임. 나 그냥 데이터 유목민이었네. 오늘부터 감성 해커로 살아야겠다.”

슈가는 비웃으며 떡락 중인 코인 차트를 보여주었다.

“봐라 이 차트. 오르면 도파민 폭발, 떨어지면 멘탈 떡락. 인생은 그냥 실시간 그래프임. 진리=차트, 인정?”

RM은 태블릿에 3줄 요약을 하며 말했다.

“요약하자면 피타고라스는 그냥 원조 알고리즘 덕후임. 지금 시대 빅데이터랑 똑같음. 진리=수치화된 질서, 이거 완전 OS 패치노트네.”

짜교수는 계산기에 ‘52g(오지고)’라는 숫자를 띄워 보이고는 갑자기 표정을 싹 바꾸며 자를 칠판에 탁, 소리 나게 쳤다. 순간 강의실의 소란이 잦아들었다.

“자, 다들 멈춰봐. 너희가 지금 낄낄거리는 그 숫자들 말이다. 그게 왜 ‘진리’의 후보가 됐을 것 같냐? 피타고라스 형님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단순히 ‘계산 잘하자’가 아니다.”

짜교수는 칠판의 “진리=수?”라는 글자에 커다란 원을 그렸다.

“이 형님은 인류 최초로 ‘세상은 무질서한 혼돈이 아니라, 완벽하게 설계된 프로그램’이라는 걸 눈치챈 거다. 눈에 보이는 물체들은 썩고 사라지지만, 1+1=2라는 질서는 지구가 멸망해도 안 변하지? 피타고라스에게 숫자는 세상을 돌리는 ‘소스 코드’였던 거다. 너희가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지배당하는 것 같지? 사실 너희는 알고리즘이라는 현대판 피타고라스의 ‘수의 질서’ 속에 살고 있는 거다.”

RM이 숨을 들이키며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세상이 거대한 시뮬레이션이고, 숫자가 그 본체라는 뜻인가요?”

“나이스. 바로 그거다. 피타고라스는 세상을 ‘코스모스(Cosmos)’, 즉 질서 정연한 조화의 세계라고 불렀다. 너희가 MBTI 숫자에 열광하고, 코인 그래프에 일희일비하는 건 본능적으로 그 숫자의 질서 뒤에 숨은 ‘진짜 규칙’을 찾고 싶어서다. 숫자를 단순히 계산의 도구로 보는 놈은 하수고, 숫자를 세상을 읽는 ‘필터’로 쓰는 놈이 고수다. 이제 너희 눈에 찍히는 모든 숫자가 단순해 보이지 않을 거다. 그게 바로 철학의 시작이다.”

짜교수는 마지막 퀘스트를 던졌다.

“오늘의 퀘스트다. 너희 자아를 숫자로 때려 박아라. 그 숫자 뒤에 숨은 너만의 ‘질서’를 증명해라. 의미 못 붙이면 바로 F 박는다. 피스!”

수업 직후, 에타와 인스타는 #피타고라스입금챌린지 와 #진리=그래프 합성 짤로 폭발했다.

정국은 입꼬리를 올리며 “알바비 철학적이네ㅋㅋ”라며 웃었고, 뷔는 “인급동 각이다!”라며 흥분했으며, 지민은 “숫자도 힐링이네…”라며 눈을 촉촉이 적셨다. RM은 ‘오늘의 결론: 진리=수’라고 노션에 새겼다.

26학번들은 직감했다. 이 핑크머리 교수의 수업은 단순한 철학 강의가 아니라, 자신들의 일상을 데이터로 재해석하는 역대급 자아 찾기 콘텐츠라는 것을.

강의실을 나서던 짜교수는 계산기를 ‘딸깍’ 소리 내며 잠시 멈췄다.

“다음 시간엔 피타고라스 학파의 후손들을 모신다. 숫자에 미친 집단이 음악의 화음, 별자리의 움직임, 심지어 인간의 영혼까지 수학 공식으로 설명하려 했지. 너희가 좋아요 수에 집착하는 만큼, 그들은 비율과 조화에 목숨을 걸었다. 준비해라. 다음 수업은 밈학과 오케스트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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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해설: 피타고라스, 세상을 코딩한 최초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단순히 직각삼각형 공식이나 만든 수학자가 아니라, 세상을 ‘질서(Cosmos)’로 바라본 최초의 철학자다. 그는 만물의 근원(Arche)이 눈에 보이는 물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완벽한 법칙인 ‘수’라고 주장했다. 이는 감각적인 경험보다 이성적인 논리와 비례를 중시한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MBTI의 4가지 지표, 인스타의 알고리즘 점수, 주식 시장의 캔들 차트는 모두 피타고라스가 꿈꿨던 ‘숫자로 환원된 세계’의 현대판 버전이다. 피타고라스에게 숫자는 단순한 양이 아니라 우주의 조화와 질서를 상징하는 신성한 코드였다. 짜교수가 던진 질문은 우리가 어떤 데이터로 정의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숫자 뒤에 숨겨진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 고도의 철학적 유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