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소설] 짜라투스트라 교수님의 철학 수업: F학점은 사양한다
4화. 공기 한 사발 하실래예? : 아낙시메네스의 가성비 폼 미쳤다
짜교수의 ‘아페이론 챌린지’ 과제 덕분에 철학과 과방은 그야말로 카오스였다. 정국은 자신을 규정하는 ‘근육’ 태그를 삭제하겠다며 헬스장 회원권을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에타에는 “정국 헬스장 탈퇴 챌린지ㅋㅋ”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민은 ‘눈물’ 태그를 떼어내겠다며 안약 통을 쓰레기통에 던졌지만 3분 뒤에 다시 주워와서 단톡방에 “안약 줍줍… 나 아직 감성 인간임”이라고 고백했다.
RM은 ‘언어’라는 태그를 지우기 위해 침묵 수행에 들어갔으나, 슈가가 코인 차트를 보고 날린 “야, 떡락이다”라는 한마디에 “어디?!”라고 외치며 0.1초 만에 실패했다. 단톡방에는 “RM 침묵 수행 0.1초 컷ㅋㅋ” 짤이 돌았다.
며칠 뒤, 강의실 문이 열리자마자 학생들은 코를 킁킁거렸다. 짜교수가 양손에 커다란 산소호흡기 통을 들고, 목에는 미세먼지 측정기를 건 채로 입장했기 때문이다.
“자, 다들 숨 크게 들이 마셔라. 공짜라고 막 마시지 말고. 이게 다 오늘 공부할 진리니까.”
짜교수는 칠판에 매직으로 단 두 글자를 적었다.
“진리 = Air (pneuma)”
“아낙시만드로스 형님이 아페이론이라는 거대한 클라우드를 띄웠지? 그런데 그 밑에서 공부하던 제자 아낙시메네스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니, 형님… 아페이론은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 아닙니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게 어떻게 근원입니까?’라며 반기를 든 거다.”
슈가가 노트북 팬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냉소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다시 물로 돌아가자고요? 그건 퇴보 아닙니까?”
짜교수가 산소호흡기 마스크를 입에 대고 ‘치익-’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아니지. 아낙시메네스는 훨씬 과학적인 빌드업을 가져왔다. 진리는 너무 멀리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그는 ‘공기’를 선택했다. 공기는 아페이론처럼 무한하게 퍼져 있지만, 동시에 우리 코끝에 실재하지. 이게 바로 가성비 철학의 정점이다.”
뷔가 자기 콧구멍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릴스를 켰다. 얼굴이 찌그러져서 마치 무한 스크롤 버그 난 캐릭터 같았다.
“교수님, 그럼, 제 코딱지도 진리의 부산물인가요? ‘공기 압축 챌린지’ 제목 뽑기 딱 좋은데요?”
에타에는 곧바로 “뷔 코딱지=진리 논쟁ㅋㅋ” 글이 올라왔다.
“오, 뷔! 정확하다. 아낙시메네스의 핵심은 ‘희박’과 ‘응축’이다. 공기가 희박해지면 뜨거워져서 불이 되고, 응축되면 구름이 되고, 더 꽉 조이면 물이 되고, 더 빡세게 압축하면 돌이 된다는 논리다. 세상 모든 만물은 공기의 ‘압축률’ 차이일 뿐이라는 거지.”
RM이 노션 페이지를 광속으로 업데이트하며 눈을 반짝였다.
“와, 이거 완전 디지털 이미지 압축 원리네요. 데이터 밀도에 따라 텍스트가 되고 고화질 영상이 되는 것처럼, 세상도 공기라는 단일 원소의 밀도 값에 따라 렌더링 된다는 뜻 아닙니까?”
지민이 창밖에서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감성에 젖었다.
“그럼, 우리가 쉬는 이 숨이 사실은 돌이 될 수도 있고 불이 될 수도 있는 거네요… 내 한숨은 아마 무거운 바위쯤 되려나…”
단톡방에는 곧바로 “지민 한숨=바위설ㅋㅋ” 짤이 돌았다.
정국은 옆에서 입바람을 ‘후-’ 불며 장난을 쳤다.
“지민이 형, 내 공기 압축 맛 좀 볼래? 이거 거의 다이아몬드급 압축인데?”
학생들은 “정국 다이아몬드 입김ㅋㅋ”이라며 에타에 글을 올렸다.
짜교수는 강의실 에어컨 온도를 18도까지 낮추며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너희의 열정은 공기를 희박하게 만들어 불태우고, 너희의 냉철함은 공기를 응축해 단단한 실력으로 만들어라. 진리는 멀리 있는 데이터 뱅크가 아니라, 지금 너희가 뱉고 마시는 이 숨 속에 있다. 오늘의 퀘스트! 주변의 물건 하나를 정해서 그것이 공기가 몇 퍼센트 압축된 결과물인지 ‘뇌피셜’로 증명해라. 창의력 박살 나면 다음 시간엔 산소 공급 중단한다. 피스!”
학생들은 일제히 주변의 텀블러, 책상, 에어팟을 붙잡고 “이건 공기 99% 응축임ㅋㅋ”이라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뷔는 에어컨 바람 앞에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공기 미남 챌린지’를 업로드했고, 순식간에 좋아요가 찍히기 시작했다. 에타에는 “철학과 수업=숨참기 대회”라는 제목의 글이 폭발적으로 추천을 받았다.
강의실을 나서던 짜교수는 산소호흡기를 ‘치익-’ 소리 내며 잠시 멈췄다. 목에 걸린 미세먼지 측정기가 깜빡이며 숫자를 띄우자, 그는 씩 웃었다.
“봤지? 이 공기 속에도 숫자가 숨어 있다. 미세먼지 수치, 산소 농도, 호흡 횟수… 결국 다 숫자다. 다음 시간엔 드디어 숫자에 미친 집단을 모신다. 피타고라스와 그의 학파, 만물은 수로 이루어졌다는 원조 데이터 덕후들의 밈학과 선언이 펼쳐질 거다.”
학생들은 단톡방에 곧바로 “다음 주제=피타고라스 밈학과ㅋㅋ”라는 글을 올리며 환호했고, 에타에는 “철학과 수업=숨→숫자→밈 진화론”이라는 제목의 글이 폭발적으로 추천을 받았다.
#아낙시메네스 #공기 #가성비철학 #압축과희박 #숨쉬기운동 #밀레토스학파 #철학과 #26학번 #철학밈 #도파민 #군산대 #국립군산대학교 #군산대철학과 #lettersfromatraveler
철학 해설
아낙시메네스는 밀레토스 학파의 마지막 철학자로, 스승 아낙시만드로스의 추상적인 ‘아페이론’과 탈레스의 구체적인 ‘물’ 사이에서 절묘한 합의점을 찾아냈다. 그는 만물의 근원을 ‘공기(aer)’라고 보았는데, 이는 공기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하면서도 생명 활동에 필수적이며 무한히 확장 가능하다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의 가장 혁신적인 기여는 ‘질적 차이를 양적 변화로 설명’했다는 점에 있다. 차갑고 뜨거운 성질의 차이를 단순히 ‘공기가 얼마나 조밀한가’라는 양적인 수치로 환원한 것이다. 이는 훗날 근대 과학의 수리적 세계관이나 현대 물리학의 입자 밀도 개념과도 맞닿아 있는 매우 논리적인 도약이다.
결국 아낙시메네스는 진리가 단순히 ‘무엇’인가를 넘어, 그것이 ‘어떤 방식(압축과 희박)’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역학적 원리를 제시함으로써 서양 철학의 논리적 체계를 한 단계 더 공고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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