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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들

3화. 보이지 않는 소스코드: 아페이론, 무한 리필 가능?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6. 2. 6.

3화. 보이지 않는 소스코드: 아페이론, 무한 리필 가능?

 

 

 

 

 

 

[웹소설] 짜라투스트라 교수님의 철학 수업: F학점은 사양한다

 

3화. 보이지 않는 소스코드: 아페이론, 무한 리필 가능?

 

 

짜교수의 항아리 퍼포먼스가 SNS를 찢어버린 뒤, 철학과 단톡방은 며칠째 ‘수분 충전 챌린지’ 뇌절 파티였다. 정국은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얼음 컵을 들고 “진리=물”을 외치며 알바비 입금 문자 캡처를 올렸고, 뷔는 뉴진스 비트에 맞춰 물방울 떨어지는 릴스를 찍으며 “인급동 각이다ㅋㅋ”라며 광기에 젖었다. 지민은 항아리 사진을 배경 화면으로 설정하고 “나도 흐르고 싶다…”라는 감성 멘트를 덧붙이며 눈시울을 붉혔고, 슈가는 코인 차트에 항아리를 합성해 “진리=거품”이라는 냉소적 밈을 던지며 어깨를 으쓱했다. RM은 이 모든 난장판을 노션에 정리하며 #철학과는이제밈학과 라는 태그로 마침표를 찍었다.

며칠 뒤, 강의실 뒷문이 다시 쾅 열렸다. 이번엔 항아리도 없었다. 짜교수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투명 아크릴판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학생들은 순간 정적에 빠졌다가 곧바로 웅성거렸다.

“교수님, 저거 다이소 도마 아니에요?”

“와 미쳤다ㅋㅋ 진리=투명판 각.”

짜교수는 칠판에 크게 휘갈겼다.

[진리 = Apeiron(?)]

“자, 지난번 탈레스 형님이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했지? 그런데 여기 그 형님한테 ‘에바임’ 외치며 등판한 제자가 있다. 이름하여 아낙시만드로스. 그는 물처럼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걸로는 세상을 다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진리는 규정할 수 없는 무한한 것, 즉 아페이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

슈가가 노트북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규정할 수 없으면 그냥 ‘몰루’ 아닙니까? 교수님, 이거 아무 말 대잔치 같은데요. 본질이 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진리예요.”

짜교수는 투명 아크릴판을 흔들며 대답했다.

“나이스 샷. 슈가, 네 말이 맞다. 아페이론은 말 그대로 ‘한계가 없다’는 뜻이다. 너희가 매일 쓰는 클라우드 서비스나 유튜브 무한 스크롤 같은 거지. 특정한 모양은 없는데 그 안에서 영상도 나오고 뉴스도 나오고 밈도 튀어나오지? 아낙시만드로스는 세상을 돌리는 이 보이지 않는 ‘무한한 소스코드’를 발견한 거다.”

RM이 태블릿을 두드리며 정리했다.

“요약하자면 진리는 특정한 물질이 아니라 모든 것이 태어나고 돌아가는 ‘무한 데이터 뱅크’라는 말씀이시죠? ‘물’이라는 OS를 넘어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패치된 거네요.”

지민은 창밖의 구름을 보며 아련하게 읊조렸다.

“아페이론… 한계 없는 무한함… 와, 이거 내 MBTI가 매번 바뀌는 이유였네. 나도 규정할 수 없는 무한 가능성의 데이터 조각이었구나.”

뒤에서 누군가 “야 그건 그냥 네가 팔랑귀라 그런 거잖아ㅋㅋ”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뷔는 투명 아크릴판 뒤로 얼굴을 내밀며 릴스를 켰다. 얼굴이 찌그러져서 마치 무한 스크롤 버그 난 캐릭터 같았다.

“와 미쳤다ㅋㅋ ‘무한 리필 아페이론 챌린지’ 바로 박제 갑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모든 게 다 있는 필터 씌우면 인급동 각이지. 아낙시만드로스 형님, 서버 터지겠는데요?”

짜교수는 씩 웃으며 마지막 일침을 날렸다.

“너희가 믿는 고정관념이라는 ‘통조림’을 깨라. 진리는 물처럼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요, 통조림처럼 굳은 것도 아니다. 그것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무한한 배경, 즉 아페이론이다. 오늘의 퀘스트는 이거다. 너를 규정하는 모든 태그를 삭제했을 때 남는 ‘진짜 너’를 증명해라. 규정할 수 없는 무한함을 보여주지 못하면 바로 F 박는다. 피스!”

강의실은 순간 정적에 잠겼다가 곧바로 “ㅋㅋㅋ”, “와 개쩐다”라는 반응으로 폭발했다. 정국은 “이거 그냥 무한 리필 철학임ㅋㅋ”이라며 입꼬리를 올렸고, 슈가는 “몰루 철학 인정”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뷔는 “인스타 스토리 각”이라며 카메라를 흔들었고, 지민은 “나도 무한 가능성 인간임…”이라며 눈을 촉촉히 적셨다. RM은 태블릿에 ‘오늘의 결론: 진리=아페이론’이라고 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짜교수는 짐을 챙기다 말고 갑자기 강의실 에어컨을 강풍으로 틀었다.

“오늘 무한대 소스코드 보느라 뇌 과부하 걸린 놈들 많지? 아페이론인지 뭔지 잡히지도 않는 거 공부하느라 질식할 뻔한 너희를 위해 다음 시간엔 숨통 좀 틔워줄게.”

그는 코평수를 넓히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다음 타자는 아낙시메네스 형님이다. 아페이론이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라 킹받는다며 다시 현실로 등판한 분이지. 그분은 진리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너희 코끝에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공기! 압축하면 돌 되고 늘리면 불 되는 미친 가성비 철학. 다음 시간엔 산소호흡기라도 들고 올 테니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숨 쉴 준비 하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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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해설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은 철학사에서 추상적 사유가 탄생한 기념비적인 지점이자 형이상학의 첫 문을 연 혁명적 사고다. 스승 탈레스가 물이라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 물질에 머물렀다면 아낙시만드로스는 물질 너머의 근본적인 원리를 꿰뚫어 보았다. 그는 세상이 뜨거움과 차가움, 마름과 젖음 같은 대립하는 성질들로 가득 차 있다고 분석했으며 만약 만물의 근원이 물처럼 특정한 성질을 가진 물질이라면 그와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것들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우주의 균형이 깨질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만물의 근원이 그 어떤 특정한 성질로도 규정되지 않은 상태인 무한하고 규정되지 않은 것, 즉 아페이론이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아페이론에서 태어난 만물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며 불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 다시 아페이론으로 돌아가 벌을 받음으로써 우주의 질서를 회복한다. 이는 만물이 단순한 존재를 넘어 거대한 우주의 법칙인 로고스 아래에서 역동적으로 생성되고 소멸한다는 세계관을 제시한 것이다.

현대적 관점에서 아페이론은 모든 정보와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데이터 클라우드나 무엇이든 생성할 수 있는 범용 소스코드와 유사하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스마트폰 화면 속 현상들은 규정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무한한 연산 능력과 데이터 뱅크는 규정할 수 없는 무한함을 품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아낙시만드로스는 인류 최초로 눈에 보이는 현상을 넘어 보이지 않는 추상적 원리를 사유함으로써 철학의 지평을 형이상학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