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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들

2화. 철학은 통조림이 아니다: 진리, 유통기한 있냐?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6. 2. 5.

 

 

 

 

[웹소설] 짜라투스트라 교수님의 철학 수업: F학점은 사양한다

 

 

2화. 철학은 통조림이 아니다: 진리, 유통기한 있냐?

 

 

2026년 3월 3일, 군산대학교 철학과 2224 강의실. 오늘도 뒷문이 쾅 열렸다. 그런데 이번엔 핑크머리 래퍼가 아니라… 웬 고대 그리스 ‘고인물’이 등판했다. 짜교수는 흰색 토가(고대 그리스 의상)를 걸치고 머리에는 다이소에서 급하게 사 온 것 같은 월계관을 얹은 채 등장했다. 심지어 맨발에 삼선 슬리퍼다. 손에는 스벅 아아 대신 된장을 담았을 법한 묵직한 항아리를 들고 있었다.

“와… 교수님 오늘 컨셉 광기 무엇ㅋㅋ”

“ㄹㅇ 탈레스가 무덤 파고 나온 줄. 저 항아리 당근마켓에서 구했나?”

“에타에 올려라. [속보] 군산대 철학과에 탈레스 코스프레 빌런 등장 ㄷㄷ (강의실에서 항아리 냄새 남)”

강의실은 이미 개성 강한 26학번 또라이들의 아지트였다.

정국: “알바비 빼고 다 구라다.” 맨날 편의점 물류 들어오는 시간만 체크하는 씹갓생 현실주의자.

뷔: “세상은 숏폼이다.” 수업 중에도 책상 아래로 챌린지 손댄스 추는 SNS 중독자.

지민: “내 안의 우주가….” 전공 서적 표지 색감 보고도 눈물 훔치는 ‘감성 갓기’ 낭만파.

RM: “요약하자면.” 모든 발언을 3줄 요약해서 노션(Notion)에 박아야 직성이 풀리는 과대표.

슈가: “돈 없으면 다 뻥이야.” 자본주의를 욕하면서도 쉬는 시간마다 비트코인 차트 보는 냉소파.

짜교수는 전자칠판에 펜을 휘갈겼다.

[진리 = 물?]

“자, 다들 고개 들어라. 철학의 첫 질문은 이거였다. ‘이 세상, 대체 뭘로 코딩됐냐?’ 고대 철학자 탈레스 형님은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선언했다. 너희가 지금 수혈하는 그 아아, 사실 카페인이 아니라 철학적 원형질이라는 거지.”

정국이 편의점 조끼를 입은 채 손을 번쩍 들었다.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저 어제 편의점 알바하다 얼음 컵만 200개 채웠는데, 저도 그럼 만물의 근원을 다루는 창조주급 철학자입니까? 최저시급 받는 창조주?”

강의실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뷔가 릴스를 찍으며 추임새를 넣었다.

“와… 이거 ‘철학은 아아 챌린지’ 각인데? 슬로모션으로 얼음 컵에 에스프레소 붓기 챌린지 ㄱㄱ?”

지민은 갑자기 창밖의 구름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물… 얼음… 증기… 와, 이거 완전 힐링이다. 나도 어쩌면 취업이라는 열기에 증발하고 싶었는지 몰라요….”

슈가는 에어팟 한쪽을 끼고 툭 던졌다.

“아아 가격 또 500원 오른 것도 철학이냐? 물은 공짠데 왜 5천 원을 내냐고. 결국 진리도 자본가가 만든 가스라이팅 아님?”

RM이 태블릿에 미친 듯이 필기하며 정리했다.

“결국 탈레스가 말한 건, 만물이 하나의 본질(Arche)에서 시작되어 다양한 OS 버전으로 업데이트된다는 논리군요?”

짜교수는 항아리 속의 물을 한 모금 들이키려다 사레가 들려 캑캑거렸다. 그러곤 월계관을 고쳐 쓰며 씩 웃었다.

“나이스 샷. 바로 그거다. 얼음은 녹으면 물, 끓이면 수증기.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처럼, 형태는 바뀌어도 본질은 같다. 너희가 믿는 진리라는 놈들, 사실 통조림처럼 유통기한 지나서 썩어가는 박제들이 많지? 하지만 진짜 진리는 물처럼 흐르고, 스며들고, 가끔은 너희를 흠뻑 적셔야 한다.”

그는 갑자기 항아리에 손을 넣어 학생들에게 물을 튀겼다. (물론 연출이었다.)

“철학은 고정된 정답을 찾는 게 아니다. 상황에 맞춰 변화하면서도 잃지 않는 그 ‘한 끗’을 찾는 거다. 물이 컵에 담기면 컵 모양이 되고, 병에 담기면 병 모양이 되듯 너희의 사유도 유연해야 한다. 꼰대처럼 굳어버리는 순간, 그건 철학이 아니라 독단이라는 곰팡이가 핀 통조림이 되는 거다.”

강의실은 다시 정적에 잠겼다. 하지만 이번엔 ‘지루한 렉’이 아니라, 뇌세포에 도파민이 돌기 시작한 26학번들의 ‘로딩 중’ 상태였다. 짜교수는 항아리를 머리 위로 번쩍 들며 외쳤다.

“오늘의 퀘스트다. 네가 믿는 진리, 그게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이냐, 아니면 자유로운 물이냐? 내일까지 각자 자기 답을 단톡방에 짤로 올려라. 텍스트는 사양한다. 밈(Meme)으로만 승부해라. 릴스나 쇼츠도 환영한다. 단, 재미없으면 F학점이다. 피스!”

짜교수의 항아리 퍼포먼스가 끝나기가 무섭게, 강의실은 26학번들의 ‘뇌절’ 배틀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와, 방금 교수님이 뿌린 물 맞았음. 이거 성수냐? 나 방금 지혜 +1 강화 성공한 듯.”

뷔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아이폰을 고정했다.

“교수님, 방금 그 물 튀기는 장면 4K 슬로모션으로 찍혔거든요? 배경음악으로 뉴진스 노래 깔면 바로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 각임. 제목은 ‘철학과 수분 충전 챌린지’ 어때요?”

정국은 편의점 조끼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영수증 뭉치를 꺼내더니 계산기를 두드렸다.

“교수님, 물이 본질이면 우리 집 수도세는 왜 자꾸 오릅니까? 어제 화장실 변기 물 내릴 때마다 탈레스 형님 생각나서 눈물 났거든요. 이 정도면 수도공사가 철학적 독점 기업 아닙니까? 진리가 물이면 수자원공사가 신이냐고요.”

그 옆에서 지민은 아예 항아리 근처로 다가가 떨어진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물은… 모양이 없어서 슬픈 것 같아요. 어디든 맞춰줘야 하니까. 저도 사실 에타 평판 맞추느라 제 모양을 잃어버린 물방울이었나 봐요…. 교수님, 저 오늘부터 ‘액체 괴물’처럼 살기로 했어요. 흘러가는 대로 살 거야….”

슈가는 노트북 화면에 띄워놓은 도지코인 차트를 끄지도 않은 채 헛웃음을 쳤다.

“진리가 물이라고? 웃기지 마세요. 요즘 세상은 물이 아니라 ‘거품’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주식도 거품, 코인도 거품, 내 통장 잔고도 비누거품처럼 사라지는데 무슨 본질 타령이에요. 탈레스 형님도 지금 태어났으면 워터파크 사업하다가 상장 폐지 당했을걸요?”

과대표 RM은 이 모든 난장판을 노션(Notion)에 기록하며 이마를 짚었다.

“자자, 다들 진정해. 정리하자면 ‘가변적 형태 속의 불변적 실체’를 찾으라는 거잖아. 슈가는 경제적 허무주의를 피력한 거고, 지민이는 자아의 유연성을 성찰한 거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컵에 담긴 탈레스의 물을 마시고 있는 셈이야. 그치, 교수님?”

짜교수는 텅 빈 항아리를 툭툭 치며 만족스러운 듯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나이스 샷. 너희들 진짜 돌았구나? 마음에 든다. 정국이는 수도세 고지서에서 진리를 찾고, 슈가는 거품 속에서 본질을 찾네. 이게 바로 살아있는 철학이지. 진리는 도서관 곰팡이 냄새 나는 책 속에 있는 게 아니라, 너희의 킹받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거다.”

그는 전자칠판의 [진리 = 물?] 옆에 커다란 화살표를 긋고 [Next: 데이터 미치광이]라고 적었다.

“다음 시간에는 물처럼 흐물거리는 거 싫어해서 세상을 ‘숫자’로 딱딱 끊어서 코딩해버린 변태 형님을 모실 거다. 피타고라스라고 들어봤냐? 그 형님은 너희 MBTI까지 숫자로 계산해버릴 기세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와라.”

강의실 뒷문을 나가는 짜교수의 삼선 슬리퍼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26학번 또라이들은 각자 ‘통조림’ 같은 고정관념을 하나씩 들고, 그걸 어떻게 물처럼 녹여서 단톡방에 올릴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온라인 난장판이 이어졌다.

 

단톡방: 수업 끝나자마자 영상이 올라왔다.

“ㅋㅋㅋ 교수님 항아리 물뿌리기 성수 인증샷”

“오늘 수업 요약: 진리=물, 수도세=진리세”

“짤로 만들어서 에타에 올리자 ㄱㄱ”

 

디스코드: 철학과 26학번 서버의 ‘짜교수-밈 채널’은 폭발했다.

정국: “내 알바짤이랑 합성 완료. 항아리=편의점 얼음컵.”

뷔: “릴스 찍은 거 디코에 올렸음. 제목: #철학은아아챌린지.”

슈가: “내 코인 차트랑 항아리 합성했는데, 물=거품임ㅋㅋ.”

 

인스타 스토리: 각자 감성 포장.

지민: 항아리 물방울 사진 올리며 “물은 모양이 없다… 나도 흘러가고 싶다 🌊 #힐링 #철학과밈”

뷔: 교수님 물 뿌리는 장면 슬로모션으로 올리며 “#철학과수분충전챌린지 #인급동각”

RM: 칠판에 적힌 [진리=물?] 캡처해서 “요약: 본질은 흐른다. #노션정리완료”

 

강의실에서 시작된 항아리 퍼포먼스는 단톡방, 디스코드, 인스타 스토리로 번져나가며 밈으로 재탄생했다. 짜교수의 수업은 이제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밈 생성기이자 SNS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학생들은 이제 금요일, 2224 강의실 문이 열릴 때 어떤 ‘미친 데이터’가 쏟아질지 설렘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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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철학적 해설

짜교수가 항아리를 들고 벌인 퍼포먼스는 단순한 쇼가 아니라 철학사에서 가장 거대한 전환점을 상징한다. 인류는 탈레스 이전까지 번개가 치면 제우스가 화난 것이고 가뭄이 들면 신이 노한 것이라고 믿으며 모든 원인을 외부의 신화적 알고리즘에서 찾았다. 하지만 탈레스는 처음으로 세상의 원인은 세상 안에 있다는 혁명적인 선언을 하며 초자연적인 신화의 세계에서 로그아웃하고 인간의 이성인 로고스로 세상을 직접 코딩하기 시작했다.

그가 던진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이 근원을 그리스어로 아르케라고 부른다. 탈레스가 수많은 물질 중 하필 물을 선택한 이유는 물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필수 요소일 뿐만 아니라 얼음과 수증기처럼 자유자재로 폼을 바꾸면서도 축축한 본성 자체는 변하지 않는 가변성과 불변성을 동시에 지녔기 때문이다. 이는 수만 가지로 변하는 세상의 현상 이면에 결코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본질이 존재한다는 서구 철학의 핵심적인 믿음을 탄생시켰다.

결국 짜교수가 강조한 진리는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처럼 고정된 데이터가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흐르고 변용되면서도 그 중심을 잃지 않는 역동적인 프로세스다. 탈레스의 물은 단순한 화학 기호를 넘어 세상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원리가 존재하며 그것을 인간의 힘으로 찾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상징한다. 이러한 탈레스의 사유는 지루한 고전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알고리즘 속에서 본질을 의심하는 모든 행위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