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학과 문집에 실을 용도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라는 짧은 웹소설을 12화 정도 시험 삼아 써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던진 필사적인 시도였지만, 쓰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철학이라는 무거운 텍스트를 요즘 대학생들의 언어와 감각으로 다시 써내려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짜릿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핑크 머리 교수의 멈추지 않는 수다를 정식으로 연재해 보기로 말이다.
우리는 지금 ‘알고리즘의 시대’를 살고 있다. 내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살지, 심지어 어떤 정치적 견해를 가질지조차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 결정해주는 세상이다. 이 거대한 필터버블 속에서 우리는 과연 자유로운가? 아니면 그저 정해진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며 뇌를 비워가는 노예인가?
이 소설은 그 질문에 대한 힙한 응답이다. 고리타분한 칸트와 니체를 강의실에서 끌어내, 에어팟을 끼고 에타(에브리타임)를 즐기는 요즘 대학생들의 라이프스타일 속에 강제로 이식해보려 한다.
과연 이 연재가 몇 화까지 이어질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짜교수의 강의가 계속되는 한, 여러분의 뇌세포는 전례 없는 도파민과 사유의 충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자, 이제 스크롤을 내릴 준비가 되었는가? 진짜 공부는 검색창이 아니라, 의심하는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다.
F학점은 사양한다. 자, 이제 연재를 시작한다. 피스!
[웹소설] 짜라투스트라 교수님의 철학 수업: F학점은 사양한다
1화. 철학은 유튜브 알고리즘이다: 너, 필터버블(Filter Bubble)에 갇힌 거 아니냐?
2026년 3월 2일, 군산대학교 철학과 2224 강의실. 개강 첫날 특유의 싸늘한 공기. 뒷문이 쾅 열리더니 들어온 건…… 교수라기보단 철학과가 아니라 쇼미더머니 시즌12 현장임?
분홍 머리, 빨간 구두, 오버핏 후드티에 번쩍이는 체인. 학생들 속삭임 폭발.
“야, 저거 교수님 맞냐?”
“에타에 올려라. 철학과에 핑크머리 래퍼 등장 ㄷㄷ.”
순식간에 자유게시판은 [실시간] 짜교수 등장 레전드 라는 글로 도배. 하지만 당사자인 ‘짜교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상 직진. 교탁 위 스타일러스 펜을 집어 들더니, 86인치 전자칠판에 두 글자를 휘갈겼다.
네온사인처럼 번쩍이는 폰트.
[철학]
힙한 선글라스 너머로 날카로운 눈빛이 번뜩였다.
“야, 자네. 철학이 뭐라고 생각하냐?”
갑작스러운 질문에 찍힌 신입생, CPU 과부하 걸린 듯 더듬거렸다.
“어…… 그게, 진리를 찾는 학문… 아닐까요?”
짜교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진리? 오케이, 딥하다. 근데 그 진리라는 게 유통기한 없는 통조림이냐, 아니면 매주 바뀌는 숏폼 챌린지냐?”
학생은 말문이 막혔다. 앞자리 과대표 스타일이 아이패드 두드리다 못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저는 철학이 삶의 의미를 정의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딱!’
짜교수 손가락 튕김.
“나이스 샷. 그런데 그 의미라는 놈의 대주주가 누구냐? 부모님? 사회? 아니면 네 본체?”
강의실은 순간 정적. 학생들 머릿속은 ‘렉 걸린 PC’처럼 멈췄다. 확신했던 답들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때, 짜교수가 전자칠판을 툭 치자 화면이 유튜브 인터페이스로 변했다.
“자, 철학? 그거 유튜브 알고리즘이랑 똑같아.”
학생들 눈이 동그래졌다.
“네가 보고 싶은 정답? 검색창에 친다고 바로 떡상 안 한다. 먼저 뜨는 건 쓸데없는 숏폼, 뇌 빼고 보는 밈, 광고 폭탄이지. 근데 거기서 뇌절하지 않고 끝까지 스크롤하면…… 어느 순간 ‘와, 이거지!’ 싶은 영상이 딱 걸린다. 나는 그냥 네 알고리즘 꼬이지 않게 옆에서 ‘좋아요’랑 ‘구독’ 가이드 해주는 사람일 뿐이다.”
“와…… 비유 미쳤다.”
“철학이 알고리즘이라니, 이 짜교수 진또배기네.”
강의실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졌다.
지루한 고전 읽기일 줄 알았던 수업이, 실시간 스트리밍보다 짜릿한 ‘자아 찾기 콘텐츠’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짜교수는 펜을 공중에 돌리며 외쳤다.
“오늘의 첫 퀘스트! 다들 폰 꺼내라. 네 유튜브 추천 피드 첫 화면을 봐라. 그게 바로 지금의 너다. 네가 선택한 건지, 알고리즘이 가스라이팅한 건지 구분할 수 있겠냐? 그걸 의심하는 순간, 네 철학은 이미 시작된 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던졌다.
“알고리즘을 지배할 거냐, 아니면 알고리즘의 노예로 살 거냐? 결정은 네 몫이다. F학점은 사양한다. 피스!”
신입생들은 직감했다. 이번 학기, 이 핑크머리 짜교수의 알고리즘에 제대로 빨려 들어갈 거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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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해설
짜교수는 철학을 유튜브 알고리즘에 비유하며, 현대 학생들이 가장 익숙한 플랫폼을 통해 철학의 본질을 설명한다.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선택과 기록에 따라 추천을 달리하듯, 철학 역시 우리가 던지는 질문과 사유의 방식에 따라 다른 길을 보여준다. 따라서 철학은 정답을 즉시 주는 학문이 아니라 탐색과 추천의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여정이다. 이때 “필터버블에 갇혔다”는 말은 곧 플라톤의 동굴 비유와 연결되는데, 동굴 속 사람들이 그림자를 실체로 착각하듯 오늘날 학생들은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숏폼과 밈을 현실로 착각한다. 철학은 그 버블을 깨고 동굴 밖으로 나와 햇살을 마주하게 하는 힘이며, 이는 곧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다. 짜교수는 또한 학생들에게 “진리란 무엇인가?”, “삶의 의미는 누가 정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현대적으로 재현한다. 철학은 답을 주는 학문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을 낳게 하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F학점은 사양한다”는 대사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철학적 삶을 회피하지 말라는 촉구로, 알고리즘의 노예로 살지 말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자만이 철학적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선언이다. 결국 이 작품은 철학과 신입생들의 현실적 고민과 대학 밈을 배경으로, 철학의 본질을 유튜브 알고리즘과 필터버블이라는 현대적 은유로 풀어내며, 짜교수의 파격적인 등장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플라톤의 동굴 비유와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오늘날 학생들의 언어로 재현한 것이다. 철학은 답을 주지 않고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결국 “알고리즘을 지배할 것인가, 노예로 살 것인가”라는 물음은 곧 “철학적 삶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무비판적 삶을 살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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