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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길티 플레저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5. 18.

 

 

 

 

 

 

길티 플레저

 

젊은 시절, 한때 나는 파티의 여왕이라 불렸다. 니나노, 마치 내일 죽을 것처럼 먹고 마시고 웃던 시절. 친구들과 한자리에 모여 수다를 떨고, 술잔을 부딪치고, 늦은 새벽까지 웃음이 마르지 않던 그 시간들은, 누군가에겐 소모적인 소비였겠지만 내겐 축복 같은 순간들이었다.

 

그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은 지금도 가끔 그때 덕분에 참 좋았어라고 말해주고, 밥도 사고, 차도 산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가끔 민망해진다. 속도 없이, 뭔 지랄을 떨었던 걸까. 한없이 떠들고, 울고, 웃고, 상처도 주고받던 그 밤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그런 시간을 좋아한다. 술잔을 기울이며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는 그 느슨한 공동체의 순간을.

 

지난 주말 밤, 몇몇 다정한 이들과의 조촐한 모임이 있었다. 호사를 부릴 것도 없이, 도란도란 둘러앉아 나눈 식사. 와인 디켄터에 담긴 정읍산 막걸리라니, 한 모금 넘기자마자 , 이거 기가 막힌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두릅전의 씁쓸한 맛, 국적모를 유산슬에, 상추 위에 한 점씩 올려 먹는 회, 그리고 야채뿐인 샐러드까지.

 

우리 훈이는 말야, 누나가 지켜줄게.”

일이가 말이야, 은 선생님 디스할 때 저한테 얘기하세요. 제가 몇 배로 갚아줄게요.”

 

그 말들이 왜 그렇게 다정하게 들리던지. 단순한 농담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순간. 사람의 말이라는 게, 그때 그 자리의 공기와 눈빛, 그리고 먹고 마시는 행위가 어우러질 때, 단순한 농담조차 위로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요. 도망가지 마시고 오래 함께 있어줘요. 우리 일이, 순이, 현이, 훈이 고마워요.”

 

이 말이 입 밖으로는 나오지 못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너무도 또렷했다. 나의 이 감정은 어쩌면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관계의 끝, 소중한 것들의 상실, 익숙한 것들이 흩어지는 풍경에 대한 예감 같은 것. 그래서 더 애틋하게 매달리는지도 모른다. 내가 나를 숨기지 않고도 있을 수 있는 자리, 그 조용한 안도감.

 

그러니까 나는, 문득 마음이 기울어질 때면 그런 다정한 밤을 그려본다. 말 한마디에 웃고, 가만한 손길에 조용히 안심하는 그런 밤. 그런 밤이 지나고, 나는 조용히 기도하듯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부디 모두 건강하길, 혹시라도 나의 미숙함으로 이 따뜻한 자리가 깨지지 않기를. 더 오래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더 넓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가 되기를. 가끔은 다정함보다 무례함이 먼저 나갈 때도 있지만, 그래도 끝내 돌아와 웃으며 다시 술잔을 부딪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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