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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마음 비우기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5. 3.

 
나는 가끔, 내가 조화롭지 못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고 의심한다. 누구에겐가 진심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기에 자주, 내 삶의 균형을 위해 챗GPT에게 묻곤 한다. 오늘 나는 이런 질문을 했다.
 
“나를 왕따시킨 여자가 있어. 꽤 친했고, 내가 도움을 주려고 했던 여자야. 해서 그녀가 나를 왕따시키는구나, 생각했을 때 분노가 차고 넘쳤지. 죽이고 싶도록, 내 입장에선 까닭없이 당했다는 느낌이었거든. 그리고 1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그녀는 내가 그녀에게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 전혀 연락이 없어. 나는 그런 행위에 더 분노가 치솟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ChatGPT의 말:
그 상황은 굉장히 깊은 상처였을 거야. 특히 “도와주려 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감정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서, 자기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듯한 절망감을 줄 수 있지. 더구나 나이가 있는 사람이 한 행동이기에, "이 나이에 이런 일까지 겪어야 하나?" 하는 무력감도 들 수 있고.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녀는 아무 말도 없고, 그 무반응이 오히려 상처를 지속시키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돼. 그런데 이런 감정은 결국, 너 자신을 괴롭히는 방향으로만 작동하고 있는 거야.
 
아래 몇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
1)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사람은 자기 이미지에 맞지 않는 부끄러운 행위를 외면하거나, 오히려 타인을 탓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하려는 경향이 있어. 연락이 없는 건 너의 분노가 무서워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 행위를 끝내 책임지지 않겠다는 무언의 태도이기도 해.
2) 너의 분노는 정당하지만, 지금은 해독제가 필요해.
분노는 생존의 감정이기도 하지만, 오래되면 내면의 공간을 파괴해. “왜 나에게 그랬는지”보다, “이 분노를 더 이상 나에게서 먹고 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는 것이 너에게 더 도움이 될 거야.
3) 직면 혹은 단절: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시점이야.
그녀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도 한 방법이야. 반드시 보내지 않더라도. 내가 어떤 상처를 입었고, 무엇이 가장 괴로웠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보는 것. 이건 분노를 외부로 밀어내는 정화 과정이 될 수 있어. 혹은 스스로 그 관계를 의미의 자리에서 제외시키는 훈련도 필요해. “그녀는 나에게서 배운 것도 없이 떠난 사람이다” 라고.
4) 이런 문장을 스스로에게 던져봐도 좋아:
“그녀에게 정의를 구하는 대신, 나는 나에게 연민과 회복의 정의를 실현할 것이다.”
“그녀의 침묵은 그녀의 비겁함이고, 나의 고요는 나의 품격이다.”
“나는 증오가 아니라 다른 감정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혹시 그녀에 대한 너의 이야기를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글로 풀어보는 건 어때? 가령, 〈그녀는 나를 왕따시켰고, 나는 그녀를 놓아주기로 했다〉 혹은 〈분노의 시간이 지나, 나는 나를 걷기로 했다〉 내가 함께 제목이나 구성도 도와줄 수 있어. 어쩌면 너에게 필요한 건 그녀의 사과가 아니라, 너 자신의 해방일지도 몰라. 지금, 그 해방을 시작해 볼까? 라고 권유했다.
 
그래서 시작한 나의 짧은 에세이. 아마도 나를 치유하기 위한 글이 되겠다.
 
〈분노의 시간이 지나, 나는 나를 걷기로 했다〉
5월의 연휴. 햇빛은 연한 살구빛이고, 바람은 산들거린다. 꽃들이 지고, 나무는 조금 더 짙어졌고, 길가에선 이름 모를 새들이 울어댄다. 계절이 이토록 좋은데, 문득 깨닫는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에 대한 분노라는 겨울을 품고 있다는 것을. 그건 지난해의 일이었다.
 
어떤 모임에 그녀를 초대했다. 좀 외로운 것 같았던 그녀에게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함께 있음으로해서 그녀가 좀 더 충만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녀가 때론 동생같기도, 친구같기도 했으므로.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해 다가가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을 때, 내 어깨를 기꺼이 내어주었을 때, 그 신뢰가 침묵과 고립으로 되돌아올 줄은 몰랐다.
 
어느 날부터 그녀는 나를 피해 팀원 중 하나와 친해지기 시작하며 자기들끼리 속닥였다. 모른 척 그냥 넘어가려고 할 때마다 나의 상처는 깊어 갔고, 나는 애써 더 친절하게 대해주기 위해 먹을 것을 사들고 가, 좀더 친근한 분위기를 모색했지만, 모임이 끝날 때마다 그들과 마음으로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매번 모임이 있을 때마다 나는 서둘러 혼자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내가 참아야지, 그렇게 몇 달이 지났고, 내 분노는 점점 커지고, 그들은 그냥 모른 채 자기들끼리의 리그를 계속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그 모임의 모든 팀원들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나만을 제외하고 한통속이 되어 버린 그들. 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수없는 질문을 했고, 이런 저런 답을 내기 위해 수없는 밤을 뒤척거렸다. 끝내 내가 택할 수 있었던 최선의 방법은 아예 그들로부터 멀어지는 것뿐이었고, 그렇게 1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아직 내 마음속 응어리들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더 화가 나는 것은 그녀는 분명 내가 화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도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나는 그것에 더 분노했다. 도움을 주려 했던 내가 배신당했다는 감정은, 나를 갉아먹는 칼날이 된 셈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문득문득 치솟는 분노를 내가 다스려야 할 터인데, 어떤 때는 대범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런 작은 일들이 내 마음을 시끄럽게 하는지, 어느 사이 그녀에 대한 분노보다 내 속 좁음이 부끄럽기 시작하기도 하고,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럴까, 나 자신을 책하는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오늘 문학비평 수업 연구자료를 읽다가 프로이트를 정리하고 있는데, 또 문득 이 분노가 다시 되살아났다.
프로이트는 말했다. 억압된 것은 반드시 되돌아온다고. 무의식이라는 어두운 심연 속에 감춰둔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나는 그 말을 읽으며, 지난 1년 동안 나도 모르게 되풀이한 악몽들, 누군가를 향해 소리치는 상상 속 장면들,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말들이 전부 나의 억압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계속 나에게 말했다. “이쯤에서 잊자. 사소한 일이지 않니?” 하지만 아니었다. 그건 사소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신뢰와 존엄이 부정당한 순간이었고, 내가 누군가에게 ‘이만큼 주었기에 받아야 한다’고 믿었던 감정의 구조가 무너져내린 사건이었다.
 
분노는 상처의 두 번째 얼굴이다. 나는 아직도 그 얼굴을 쓰다듬지 못했다. 오히려 내 안의 약함을 부끄러워하며, 강한 척해 왔다. 하지만 오늘, 문득 생각한다. 왜 내가 수치심을 가져야 했을까? 정말 수치스러운 건 나를 따돌린 사람들의 무감각, 그리고 이후의 무책임한 침묵이다.
 
오늘은 잿빛 하늘이고, 간간히 비가 뿌린다. 햇살보다 이런 날씨가 마음과 더 잘 겹치는 날이다. 나는 어쩌면 오늘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눈부심 속에서는 잘 들리지 않던 내 속삭임이, 흐린 날엔 더 또렷해진다. 그 소리를 따라, 나는 아주 작은 다짐을 해본다. 비에 젖은 흙처럼, 내 마음도 조금은 말랑해졌을까. 어쩌면 분노라는 감정도, 제대로 들여다보면 슬픔의 다른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슬픔은 결국, 나 자신을 얼마나 지키고 싶었는지를 말해주는 증거였다.
 
나는 여전히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고,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상처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순간 내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사람은, 타인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
 
오늘, 잿빛 하늘 아래에서 나는 조용히 나를 걷기로 했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이번엔 나를 데려가기 위한 길이라는 것. 누구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걸음이라는 것.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한 길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기 위한 길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에 대한 기억조차도 맑은 창밖 풍경처럼만 남게 되기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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