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의 문장 앞에서 - 질문의 시간, 창작의 자리
창작을 하는 일이란 고통이 따른다. 그것은 단순히 고된 노동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가진 언어의 깊이를 끝까지 파고들어야 하고, 내가 감히 마주하기 꺼려온 내면의 진실을, 타인의 시선 앞에 벌거벗긴 채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번 새로운 글을 쓴다는 건, 나를 다시 한 번 해체하고 조립하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균열과 침묵을 견디는 일이다.
나는 종종 묻는다. 정말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는가. 혹은, 나는 나의 글을 통해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대답은 늘 명확하지 않다. 어떤 날은, 그저 쓰는 일 자체가 살아있다는 감각을 불러일으켜 견딜 만한 하루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나의 언어가 너무 초라해 보여 아예 펜을 놓고 싶어진다. 창작은 그런 모순과 공존 속에서만 지속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들이 유독 더 깊어지는 시기가 있다. 나이가 들고, 한 생의 후반부에 가까워질수록, 나는 자꾸만 나의 재능을 되묻게 된다. 나는 정말 이 일을 할 만한 사람인가. 아니, 나에게 ‘재능’이라는 것이 있었던가. 그 물음은 단지 예술가로서의 자격을 넘어서, 내가 누구였는가를 향한 근원적인 자문으로 확장된다. 삶을 돌아보게 하고, 내가 감히 걸어온 길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나는 여전히 완전한 문장을 쓰지 못한다. 여전히 나의 글에는 결이 있고, 침묵이 있고, 해명되지 않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결핍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껴안고 견디며 문장 하나씩 쌓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창작의 자리는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함에 기초하고 있으며, 가장 깊은 사유는 가장 약한 틈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꽃이 피지 않더라도 뿌리는 자라고 있다. 그것이 내가 쓰는 이유다. 나의 문장 하나가, 누군가의 삶에 아주 작게 스며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내 존재의 한 조각을 살아낸 셈일 것이다. 여전히 묻고, 여전히 흔들리며, 나는 이 고통스러운 창작의 길 위에 나를 조용히 눕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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