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24] <알랭 바디우와의 첫 만남>
[원 문장]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 중 다시, 알랭 바디우의 진리 철학, 서용순 씀
“아직 생존해 있는 알랭 바디우는 이른바 현대 프랑스 철학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철학자입니다.”
나의 문장)
줄리아 크리스테바와의 짧은 산책을 마치니, 알랭 바디우가 기다리고 있다. 위 책의 마지막 철학자이고 바디우를 끝으로 독일 현대 철학자 편으로 진입하게 된다. 프랑스 철학자 마지막인 알랭 바디우는 나에게는 특히 문학책을 읽을 때 종종 이름만 접해 보았던 철학자이다. 오늘은 간단하게 그의 생애만 엿보는 걸로.
알랭 바디우(Alain Badiou, 1937~)는 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극작가, 소설가, 정치 활동가로, 수학과 정치철학을 접목한 독창적인 철학 체계를 구축한 인물이다. 그는 실존주의와 구조주의 이후 프랑스 철학의 흐름 속에서 마르크스주의, 정신분석학, 집합론적 수학을 결합하여 새로운 존재론을 정립하였으며, 그의 철학은 특히 '사건(event)' 개념을 중심으로 혁명적 정치, 사랑, 예술, 과학이라는 네 가지 범주에서 인간의 실존을 사유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1937년 1월 17일 프랑스 모로(Moraux)에서 태어난 그는,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했던 철학자이자 정치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 아래 성장하였다. 파리 고등사범학교(École Normale Supérieure, ENS)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장 이폴리트(Jean Hyppolite)와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의 가르침을 받았고, 조르주 칸길렘(Georges Canguilhem)의 과학철학적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동시에 플라톤적 진리 개념을 수학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관심을 두었다.
1960년대 후반 바디우는 알튀세르와 교류하면서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을 발전시켰으며, 1968년 프랑스 5월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이후에도 마오주의적 입장에서 급진적 정치 운동을 전개하였으나, 1970년대 후반 마오주의가 쇠퇴하면서 기존의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을 반성하고 보다 형이상학적이고 논리적인 철학적 기초를 마련하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기호학과 구조주의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취하면서, 주체와 사건을 중심으로 한 철학을 구상하였으며, 동시에 수학적 존재론에 관심을 가지면서 존재를 집합론(set theory)의 개념으로 설명하려 하였다.
바디우의 대표작인 『L'Être et l'Événement』 (존재와 사건, 1988)은 그의 철학적 전환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는 이 책에서 존재를 수학적 집합론의 개념을 통해 분석하며, '사건(event)'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새로운 존재론을 구축하였다. 바디우에 따르면, 존재 자체는 일종의 질서화된 집합으로 구성되지만, '사건'을 통해 기존의 질서를 넘어서 새로운 진리가 창출된다. 이러한 개념은 정치, 예술, 사랑, 과학의 영역에서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며, 그는 플라톤, 칸트, 헤겔, 마르크스, 라캉 등의 철학적 전통을 재해석하면서, 진리(truth)와 주체(subject)의 개념을 새롭게 구성하였다.
2000년대 이후 바디우는 철학뿐만 아니라 현대 정치와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지속해왔다. 그는 『메타정치학』(Métapolitique, 1998), 『윤리학』(L'éthique, 1993), 『사랑 예찬』(Éloge de l'amour, 2009) 등의 저서를 통해 현대 철학에서 윤리, 사랑, 예술, 정치 등의 주제를 심도 있게 탐구하였다. 특히 그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을 지속하며, 현대 정치철학에서 보편적 진리 개념을 복권시키려 하였다. 이는 리오타르, 데리다, 로티 등의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과는 상당히 다른 입장으로, 바디우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상대주의를 비판하면서 보편적 진리와 혁명의 가능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21세기에도 활발하게 저술과 강연을 이어가며 철학과 정치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현대 정치철학과 미학, 윤리학 논쟁에서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라캉주의 정신분석학, 수학적 존재론, 마르크스주의 정치철학을 결합한 그의 독창적인 사유 체계는 좌파 정치 운동, 현대 미학 이론, 윤리학 논쟁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는 현재까지도 철학과 정치의 본질을 논의하는 중요한 지성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생을 훑어보는 것만으로 나는 마치 거대한 미지의 사유 앞에 선 듯한 느낌이다. 수학과 존재론, 사건과 혁명이 한데 엮인 그의 사유는 낯설지만 강렬하게 나를 끌어당길 듯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 진리를 말하려는 그의 목소리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플라톤과 마르크스를 동시에 소환하는 듯했다. 이제 나는 그가 만들어낸 개념들의 미로 속을 걸으며, 사유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발견하는 흥분에 닿을 것이다. 바디우를 읽는 것은 단순한 철학 공부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어떤 사건의 조짐을 감지하는 일처럼 느껴지니, 어찌 설레지 아니하겠는가? (끝)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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