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99] 4기 김은 <미셸 푸코의 사유 – 나는 달력도 지도도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원 문장]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중 “미셀 푸코와 자기 변형 기술”, 허경씀
“푸코는 “나는 지도도 달력도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죠. 인간이란 무엇인가? 존재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은 특정 시간, 특정 장소의 어떤 구체적 인간이 어떠한가를 묻는 게 아니라, 글자 그대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간 본질, 존재 자체를 묻은 것입니다. 예를 들며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라고 말했을 때의 ‘나’는 17세기 프랑스에 살던 데카르트라는 사람과는 무관한 그야말로 ‘인간 자체의 본질’에 대한 규정으로서의 나입니다. 그러나 푸코는 바로 이러한 질문 자체가 시공간을 초월한 것이 아니라, 17세기 유럽 프랑스의 에피스테메에 의해 고고학적으로 혹은 계보학적으로 구성된 사회적, 역사적 구성물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푸코는 이 세상에 달력도 지도도 없이 이루어진 것, 곧 완성된 채로 하늘에서 떨어져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없다, 그야말로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가 전혀 없은 것처럼 보이는 것, 혹은 역사가 있을 수 없다고 보이는 것’의 역사를 기술해볼 수가 있습니다. 가령, 광기, 섹슈얼리티, 영혼, 정신, 이성, 육체, 역사, 사랑, 진리, 학문 같은 것의 역사를 말입니다.”
나의 문장)
위 인용문은 미셸 푸코의 철학적 관점을 설명하며, 푸코가 전통 철학의 질문 방식과 자신의 접근법을 어떻게 구분했는지를 보여준다.
푸코는 철학적 질문이 구체적 맥락과 무관하게 추상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비판한다. 예를 들어, "인간이란 무엇인가?"나 "존재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은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 본질을 탐구하려는 전통 철학적 접근을 대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푸코는 이런 질문조차도 특정한 시대와 문화의 영향을 받은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말, "나는 지도도 달력도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는 모든 철학적 개념과 질문이 특정한 역사적, 사회적 조건에서 만들어졌으며, 그 조건을 고려하지 않으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명제도 이러한 푸코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데카르트는 이 명제를 통해 인간 본질을 정의하려 했으나, 푸코는 그것이 17세기 유럽 프랑스의 역사적 맥락에서 형성된 지식 체계(에피스테메)의 산물이라고 본다. 데카르트의 "나"라는 개념은 보편적 진리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적, 문화적 조건 속에서 구성된 것이었다고 푸코는 주장한다.
푸코는 "완성된 채로 하늘에서 떨어져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흔히 보편적이고 변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개념들조차도 특정한 시대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고 변형된 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푸코는 "역사가 없어 보이는 것" 또는 "역사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서도 그 역사를 추적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광기, 섹슈얼리티, 영혼, 이성, 육체, 진리 등과 같은 개념들이 시대적 조건에 따라 변화해 온 과정을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푸코는 이러한 철학적 개념의 기원을 탐구하고, 그것들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역사적 기술"을 통해 밝혀내고자 한다. 예를 들어, 푸코는 광기가 단순히 정신적 질환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신성함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근대에 이르러 의학적 문제로 전환되었으며, 현대에는 정신과학의 대상으로 변형되었다고 본 것이다. 마찬가지로 섹슈얼리티도 인간 본능의 자연스러운 표현이 아니라, 권력과 사회 규범에 의해 구성되고 규율된 역사적 산물로 이해한 다.
결론적으로, 푸코는 우리가 흔히 시공간을 초월한 진리라고 여기는 철학적 개념이나 질문도 특정한 시대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초월적 진리를 탐구하는 대신, 모든 개념의 역사적, 사회적 기원을 탐구하고 그것들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철학적 접근을 제안한 것이겠다.
이러한 미셸 푸코의 관점은 전통 철학이 보편적 진리나 인간 본질을 탐구하려는 방식에 대한 강력한 도전으로, 매우 설득력 있는 철학적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의 주장은 모든 철학적 개념과 질문이 역사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산물임을 강조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진리와 개념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푸코의 관점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푸코의 주장은 철학이 현실 세계와 무관한 추상적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며 현재의 문제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실천적이고 유의미하다. 그의 계보학적 접근은 단순히 "진리란 무엇인가?"를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진리"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했는지를 탐구하도록 이끈다. 이는 전통 철학이 간과해왔던 맥락의 중요성을 조명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푸코가 "광기"나 "섹슈얼리티" 같은 개념을 시대적 산물로 분석한 작업은, 그러한 개념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구성되고, 권력과 지식 체계에 의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밝히며, 기존의 고정관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렇듯 푸코의 철학은 단순히 과거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우리가 처한 문제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현대 철학의 중요한 지평을 열었다고 본다.
그러나 푸코의 철학은 매우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의 전제에 대해 몇 가지 비판적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첫째로, 모든 진리는 역사적 구성물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푸코는 우리가 믿는 진리나 개념이 모두 특정한 맥락에서 형성된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매우 설득력 있지만, 만약 모든 것이 맥락에 의해 상대화된다면, 푸코 자신이 제시하는 분석 역시 동일한 상대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푸코의 접근이 "보편적 진리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그 자신은 어떤 방식으로든 보편적 주장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고,
두 번째로는 윤리적·실천적 결과에 대한 한계이다. 푸코의 분석은 기존의 진리 체계와 권력 구조를 해체하는 데 매우 유용하지만, 그 해체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푸코의 계보학적 접근이 기존의 개념이 권력과 지식의 산물임을 밝혀냈다면, 그다음 단계에서 새로운 진리 체계나 사회적 실천의 방향성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푸코는 해체 이후의 대안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실천적 차원에서의 공백을 남긴다고 볼 수 있다.
나는 푸코의 철학이 현대 사회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의 "진리"와 "권력"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우리가 처한 현실을 새롭게 조망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다만, 그의 철학이 모든 것을 상대화함으로써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푸코의 해체적 접근은 우리가 무엇을 믿고 따를지 결정하는 데 있어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이상의 윤리적·사회적 실천에 대한 논의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푸코의 철학은 기존의 전통 철학에 대한 혁신적인 도전이며, 그의 접근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해체 이후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될 것이다.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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