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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플라톤의 『향연』을 읽기 시작하며, 에로스에 대해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4. 11. 4.

 

 

[100-28] 4기 김은

[원 문장] 플라톤의 『향연』 강철웅 옮김

“에로스가 신들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존경받을 만하고 또 살아 있든 죽은 후에는 인간들에게 있어서 덕과 행복을 얻는 일과 관련하여 가장 권위 있는 자라고 말이네.”

 

나의 문장)

그리스 신화에서 에로스는 사랑과 성애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계보를 보면 일반적으로 아레스(전쟁의 신)와 아프로디테(사랑과 미의 여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며 로마 신화에서는 큐피드 또는 아모르로 알려져 있다. 외형으로는 주로 날개 달린 소년이나 청년의 모습으로 묘사되며 이는 사랑의 신속함과 자유로운 특성을 상징한다. 그는 또한 상징적 도구로 활과 화살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유명한데 특히 두 종류의 화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맞은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금화살과 맞은 사람을 혐오하게 만드는 납화살이다. 신화적으로는 에로스는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가진 존재로, 인간과 신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로맨스 중 하나로 에로스는 자신의 어머니 아프로디테의 명령을 거역하고 프시케와 사랑에 빠진다. 사람들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보다 프시케가 더 아름답다고 찬미하는데 이에 질투한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에게 프시케를 가장 미천하고 못생긴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에로스는 어머니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프시케에게 갔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에 놀라 자신이 오히려 사랑에 빠지고 만다. 에로스는 실수로 자신의 화살에 상처를 입어 프시케에 대한 뜨거운 연정을 갖게 되었고 신탁에 따라 프시케는 산 정상에 버려지지만, 에로스가 그녀를 비밀스러운 궁전으로 데려가 밤에만 프시케를 찾아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에 프시케의 언니들은 프시케를 부추겨 남편의 정체를 확인하라고 한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프시케는 잠든 에로스의 모습을 램프로 비춰보게 되는데 실수로 뜨거운 기름을 에로스에게 떨어뜨리자, 에로스는 깨어나 그녀를 떠나버린다. 이후 프시케는 에로스를 찾아 여러 시련을 겪게 되고, 결국 둘의 사랑은 더욱 깊어져 영원한 결합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그리스 신화 속의 에로스는 그리스 철학에 영향을 주는데, 초기 그리스 철학자들은 에로스를 모든 것의 원인, 즉 사랑이 존재하면 모든 것이 창조되고, 없으면 파괴된다고 여기는 우주 창조의 원리로 보았다. 특히 헤시오도스는 에로스를 카오스(혼돈)로부터 생겨난 원초적 힘이자 혼돈을 질서로 바꾸는 원리로 간주했다. 이제 읽게 될 플라톤의 『향연』에서 소크라테스는 에로스를 지혜와 무지의 중간 상태로 설명하며, 지혜를 추구하는 철학적 욕구로 해석했다. 즉 에로스는 결여된 것을 채우려는 욕구로 정의되고 이는 철학적 탐구의 본질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었다. 에로스는 '대상을 향하여'라는 특징을 가지며, '대상과 연합하고자 하는 충동'으로 이해되기도 하는데 더불어 타나토스(죽음)에 대척되는 삶의 개념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에로스는 단순한 육체적 욕망을 넘어 더 높은 차원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윤리적 개념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이처럼 에로스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우주론, 존재론, 인식론, 윤리학 등 다양한 철학적 영역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했고 특히 플라톤의 철학에서 에로스는 감각적 세계에서 이데아의 세계로 나아가는 철학적 상승의 동력으로 해석하는, 앞서 읽은 파이드로스에서 밝혔듯이 소크라테스는 에로스를 통해 인간이 불멸성을 추구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육체적 출산이나 정신적 창조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제 읽게 될 플라톤의 『향연』에서 위에 언급한 파이드로스의 에로스에 대한 문구는 에로스에 대한 찬사의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파이드로스는 에로스를 가장 오래된 신으로 소개하며, 그의 신성과 중요성을 강조한다. 더불어 에로스를 인간에게 최대의 좋은 것들을 가져다주는 원인으로, 즉 덕과 행복의 원천이며 에로스가 용기를 북돋는 힘이 있다고 ‘연인 부대’의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더 용감해지는 용기의 근원이라는 주장을 편다.

 

이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반응은 직접적으로 파이드로스의 에로스 예찬을 반박하지는 않지만, 에로스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소크라테스는 에로스의 본질을 디오티마와의 대화를 통해 에로스가 신이 아니라 신과 인간 사이의 중간자이며 에로스를 욕망의 개념으로 설명하며, 결핍된 것을 채우려는 욕구로 정의하고 에로스를 완전한 지혜도 아니고 완전한 무지도 아닌 중간 상태, 에로스의 궁극적 목적이 ‘좋은 것’을 영원히 소유하는 것, 즉 행복 추구이고, 에로스를 통해 인간이 불멸성을 추구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육체적 출산이나 정신적 창조를 통해 이루질 수 있다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렇듯 소크라테스는 에로스에 대해 더 복잡하고 철학적으로 경험으로 해석하며 에로스를 단순히 찬미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철학적 탐구의 원동력으로 재해석한다.

 

그러면 나에게 에로스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사랑이란 내가 아니라 타인이 우선되는 타자 지향의 체험이며 환상 속에서 태어나 강화되어 사랑의 대상을 이상화하거나 신성화하는 경험인데 때론 사랑이라는 형태에 갈망과 집념, 충동, 현실 왜곡 등이 덧입혀지면서 자아 통제의 상실을 경험하는 상태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도 내 경험상 사랑은 본질적으로 나의 내적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욕망에서 시작되어 상대에 대한 환상을 가지며 지독한 열망 속에 빠져 나 자신의 고유한 본질에 균열을 일으키는 상태로, 사랑을 경험하는 사람은 사랑하기 이전과 사랑을 한 후, 완전히 다른 인격체로 거듭난다. 이는 어떤 이에게는 파멸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우리는 사랑의 경험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고, 사랑이 단순한 육체적 욕망을 넘어 더 높은 차원의 사랑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윤리적 개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확장시킬 수 있겠다. 더 나아가 삶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할 수 있는 추동력은 아닐까 생각하는 아침, 나는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형태에 충실한가, 묻기도 한다. 글쎄 대답은 내 안에 이미 있지만, 시간이 흐른 후 기회가 되면 발설하기로 하고, 이만 총총!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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