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매 중편 소설의 초고를 마쳤다는 루나로부터 받은 편지
이제부터 넋두리에요. 이런 류의 행태를 선생님은 싫어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야기를 쓰는 동안 며칠 잠을 설쳤어요. 오늘 새벽엔 무슨 꿈을 꾸었는지 아세요? 제 양 신발을 잃어버려 헤매는 꿈이었어요.
허둥거리다 눈을 떠, 꿈해몽을 찾아보니 돈독했던 사이에 금이 가는 꿈이라고 해서 몹시 우울했는데요. 아마도 제가 쓴 글 때문에 선생님이 또 화가 나서 전과 같은 결과를 이끌지도 모를 불안감이 그런 꿈을 꾸게 한 듯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저 오늘 참으로 오랜만에, 거의 10여 년 만에 어떤 복잡한 마음, 그러니까, 충만감과 뒤섞인 공허감, 아마도 뭔가 끝냈다는 것에서 오는 충만감, 그리고 내 안의 것을 덜어냈다는 공허감이 함께 버무려진 감정이랄까요.
아마추어 따위가 그런 감정에 휩싸이다니, 그런 말씀은 삼가주세요. 작품이 되든 안 되든
관계없이 내 안의 깊숙한 것들을 가지런히 엮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학교 앞 복사집에서 인쇄를 하고 6,000원짜리 순두부 백반을 먹고 들어오는데,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거 있죠. 그러나 집에 와 첫 장을 읽는데 어쩌면 그렇게 껄끄러운 문장들이 많은지요! 부끄러움이 몰려왔어요.
선생님, 솔직해질게요. 사실 전 이 작품을 장편으로 쓰고 싶었고 그리고 여전히 그 마음을 접지 못하고 있어요. 선생님이 화내셨을 때 제가 한 번 말한 적도 있는데 그건 제어하기 힘든 내면의 욕구 같은 것이기도 해요.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말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내 지나온 인생 모든 것들로부터 혼합되어 새롭게 솟아 나오고자 하는 삶 자체의 욕구라고 한다면 이해하실까요?
저는 제 자신에게 물었어요. 이 작품에 이렇듯 집착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속된 말로 궁합이 맞는 것일까? 생각하며 웃어요.
분명 선생님은 저에게 이 작품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으시겠죠.
“그냥 끌린다고요 자신도 모르게 어떤 이성에게 끌리는 것처럼 "
선생님, 이런 넋두리를 사심 없이 받아주실 이 상황이 그저 고마울뿐이에요. 이제부터 퇴고까지 선생님의 감각과 열정에 의지해 저는 계속해서 문장들을 곱씹을 것이고 선생님은 플롯을 세밀하게 체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보내드린 글들은 소설의 초고일 뿐이므로 아마 반복되고 껄끄러운 문장들이 많아서 실망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실망만 하지 마시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만 고민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미숙하지만 함께 한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냥 무작정 우리의 최선을 다해 보는 것이죠.
한계도 보이지만 우린 분명히 조금씩 나아질 것이고 그것을 믿어야 할 시점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군요.
선생님을 향한, 이 작품을 향한, 저의 애정을 듬뿍 담아^^ 이만 총총!!!
이 편지를 받은 직후에 떠오르는 저의 생각은 어떤 것으로도 말릴 수 없는 내면에서 솟구치는 그것은 시간과 관계없이 스스로 발화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꽃이 되든 용암이 되든 또 쓰레기가 될 수 있을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발화해야만 하고 그랬을 때에야 비로소 공허한 그 자리에 또 다른 것들이 들어차며 발화할 운명을 기다린다는 것을……
발화했을 때에만 또 그것은 자신의 운명을 따라 흐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인생에겐 이 현상들이 수없이 반복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참 신비한 삶이다.
여기 음악은 AI에 의해 작곡된 것이다.
시간의 틈새에서
피어나는 열정
억누를 수 없는 불씨
가슴 깊은 곳에서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
솟구쳐 오르네
꽃이 되어
발화해야만 하는 열정
한 번 타오른 자리에
또다른 불씨가 피어나고
저마다의 운명을 향해
춤추듯 피어나네
발화했을 때에야
비로소 삶은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의 발화 속에
우리는 성장하네
신비로운 삶의 여정
그 끝없는 흐름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발화하고
세상과 소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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