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초짜 철학도의 분투기
"모든 철학은 플라톤의 주석에 불과하다
(All philosophy is a footnote to Plato)"
이제 겨우 3학기라는 짧은 동안
철학을 마주한 초짜 철학도,
내 앞에 펼쳐진
2,500여 년의 철학 역사에
때론 전율, 때론 무력감을 느껴요.
내가 무엇을 어떻게
소화해 내야 할지
그 방법을 고민하다,
교수님들의 강의뿐만 아니라
ai 혹은 서적들을 통해
내가 접한 것들을
다시 정리 재연해 보는 것으로
사유의 지평을 넓혀보려 해요.
이런 방법으로
더 깊고 넓은 공부를 지속하다 보면
언젠가 내 자신만의 어휘로
재서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겠지요.
이런 희망 같은 것으로
내 고독한 시간을
채우는 것의 충만함이
나를 물들이는 시간이에요.
지난 학기들을 거슬러 가니
교수님이 들려주셨던
"모든 철학은 플라톤의 주석에 불과하다
(All philosophy is a footnote to Plato)"라는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의
유명한 말을 정리하고 싶어졌어요.
What did Whitehead really mean when he said that all philosophy is a footnote to Plato?
왜냐하면
2학기에 걸쳐
플라톤 사상을 접하면서
어설프게만 알았던 것들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거든요.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데요.
전통적인 형이상학과 인식론에 대한
대안적 접근으로
과정 철학(Process Philosophy)과
유기적 철학(Organic Philosophy)을 제시해요.
이를 통해 관계적 실재론과
시간-공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하며
현대의 신학, 생태학, 사회 이론, 과학 철학 등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그의 유기체 철학은
지속 가능성 이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죠.
화이트헤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언급하겠고요.
오늘은 위의 플라톤에 대해 언급한
그의 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화이트헤드의 구절 자체의 의미는
플라톤 철학이
서양철학 전체에 미친
지대한 영향을 강조하는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요.
아시는 바처럼
플라톤은
이데아 이론, 윤리학, 정치철학,
인식론 등을 통해
후대 철학자들이 다루고자 했던
주제들의 기초를 제공했지요.
즉 플라톤이 제기한 질문과 개념들은
이후 철학의 주요 문제들로
현재까지도
중요한 철학 논의의 출발점이 되었는데요.
특히 존재론적 논의의 출발점이 된
그의 이데아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
중세 스콜라 철학자
근대 철학자들에 이르기까지
형이상학적 논의의
중요한 참조점이 되었고,
플라톤의 『국가』와 같은 작품들은
윤리학과 정치철학의 기초를 다졌는데
그의 정의론, 이상 국가, 철인왕 등의 개념은
후대 철학자들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비판하며
발전시킨 주제들이고,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와 같은
인식론적 탐구는
데카르트, 칸트, 현대 인식론에 이르기까지
진리와 지식에 대한 철학적 논의의
핵심 주제가 되었음을,
더불어 플라톤은
대화체 형식을 통해
철학적 논의를 전개함으로써
서양철학의 전통에서
중요한 변증법적
철학적 방법론을 제시한 셈인데요.
이러한 점을 배경으로
화이트헤드는
플라톤이
철학적 탐구의 출발점이자
지속적인 참조점임을
강조했던 것 같아요.
이는 플라톤의 사상 자체가
완벽하다는 의미보다는
플라톤이 제기한 문제들이 현재까지
철학 흐름에
얼마나 깊이,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화이트헤드식 표현이겠지요.
즉 화이트헤드는
서양철학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플라톤 철학이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철학적 논의의 중요한 일부로 남아
현대의 철학자들이 여전히
플라톤의 문제 제기와 개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유를 전개해 나가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이러한 플라톤 사상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가장 가까운 예로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이데아 개념이
인간 세계와 별개로 존재하는
초월적 실체로 보는 점을 비판해요.
그는 이데아가
현실 세계를 설명하는 데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현실 세계 자체에 내재된
형식과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더불어
실제 세계는
변화와 발전을 지속하는 과정이며
이데아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지 못한다며
이데아가 완벽하고 변하지 않는 존재라는
플라톤의 주장에 반기를 들고,
더불어 플라톤이
형식과 질료를
이분법적으로 대립시키는 것을
거부하는데
형식과 질료가
서로 떼어낼 수 없는 하나의 실체이며
현실 세계는
이 둘의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운동을 설명하는 데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운동을 단순히
이데아 사이의 변화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 내재된 잠재력과
실현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요.
인식론적 측면에서는
플라톤이 이성에 비해
지각을 낮게 평가하는 것을 비판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각이 인식의 기초이며
이성은 지각된 경험을 바탕으로
추론하고 판단한다는
지각의 중요성과,
플라톤이 이데아에만
진정한 실재성을 부여하고
개별적인 존재를 폄하하는 것에 대해
그는 개별적인 존재도 이데아의 실현이며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개별의 중요성을,
윤리학 측면에서는
플라톤의 극단적인 덕목 개념을 비판하며
어떤 덕목도 지나치게 추구해서는 안 되며
덕목은 상황에 맞게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중도적 덕목 개념을 제시하는데,
플라톤이 행복을
이데아 세계와의 일치로 보는 것에 반해
그는 행복을
이성적인 삶을 통해
영혼의 기능을 완성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는
행복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치학으로는
플라톤의 이상적인 철인 철주 국가를 비판하며
현실적인 정치 체제를 고려하여
왕정, 귀족정, 민주주의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이를 혼합하여
최적의 정치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모든 시민이 정치에 참여해
시민의 덕목을 함양하고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해요.
이처럼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철학에 대해
여러 가지 근본적인 비판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독창적인 철학 체계를 구축하는데요.
그 외 현대 철학자들도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며
실질적인 경험과
감각 세계를 무시한다고 비판하는데,
경험주의 철학자들은
이데아 이론이
실제로 검증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하고,
플라톤의 이데아는
현실 세계의 모든 사물보다
더 완전하고 변하지 않는
본질적 형태로 제시되지만
이를 어떻게 실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비현실적인 면에 대한 비판도 있고,
플라톤의 이상 국가에서
철인왕(Philosopher King)이
통치하는 구조는 엘리트주의라며
이는 민주주의 원칙과 상충되고
소수의 엘리트가
대다수를 통치하는 체제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플라톤의 이상 국가는
현실에서 구현되기 어려운
이상적인 모델로 생각하며
이러한 이상 국가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비판해요.
플라톤의 인식론은
이성을 통해
진리를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대 철학자들은
이성만으로 모든 진리를
인식할 수 없다고 보죠.
특히
플라톤의 지나친 이성 중심주의를 비판하며
현대의 과학적 방법론과
경험적 접근법은
감각 경험과 실험을 통한
지식 획득을 중시하는
현대철학에서는
상대주의적 관점이 강조되며
진리가 특정 맥락과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고,
현대 윤리학자들은
도덕적 상황이 다양하며
특정 상황에서는
절대적 도덕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플라톤의 도덕적 절대주의를 비판합니다.
오늘날의
프래그머티즘 철학자들은
진리와 지식이
실용성과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고 주장을 하는데
이는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과 대조되는 접근이고요.
해석학 철학자들은
텍스트와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진리와 의미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과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플라톤과 다른 해석학적 접근을 가집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화이트헤드의 플라톤에 대한 찬사는
거부될 수 없겠지만
이러한 비판들이 있기에
새로운 철학적 접근과 논의를 통해
철학은
인간들의 영원한 재원으로
진화되고 발전될 것이 분명하겠죠.
초짜 철학도인 나도
비판과 수용을 거듭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나만의 독특한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는 어느날을
꿈꾸게 되어요.
'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용주의(Pragmatism) (0) | 2024.07.10 |
---|---|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하나요? (0) | 2024.07.08 |
심리 철학(Philosophy of mind) (0) | 2024.07.04 |
통속의 뇌 (0) | 2024.07.03 |
헬레니즘 시대의 회의주의 (0) | 2024.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