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나는 자주
평균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열등감에 빠져
타인의 의도를 셈하고
나에 대한 공격이라 생각될 때는
어김없이 장벽을 친다.
그것이
이 세상
누구 하나 의지할 곳이 없는
내가,
나로 온전히 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가족을 떠나 오랫동안
이 세상을 혼자서 기웃거렸던
나의 습성인 것도 같다.
여하튼
고향에 돌아와
안정된 삶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가끔
나 자신조차 깜짝 놀랄 만큼
타인에 대한 방어벽에
난감할 때도 있다.
이성적 판단에 따르면
분명 옳지 않은
순전한 감정적인 불편함인데도
나는 그 감정선을 넘지 못한다.
그런 까닭으로
인간관계를 최소화하려는
의지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산다고 할까?
누군가 나에게
“언제 제일 행복하세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일고의 여지도 없이
“혼자 있을 때요.”라고
대답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은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리고
혹은
가까이 있는 지인들과
오순도순한 시간을 보내며
외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한다.
더불어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
공동체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과
내가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사유한다.
결론은
나의 삶은
여전히 누군가의 희생이나 노력에 의해
현재에 이르렀고
나 또한 누군가를 위해
나 자신의 헐거운 조각이라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책임 의식 또한
어쩌면 자연스런
인생의 과정 중 하나가 아닐까.
어쩌면
죽음을 목전에 둔,
삶을 정리해야 할
모든 이에게 찾아오는
너무 늦은 자각이겠지만
여하튼
그러한 인식은
끊임없이 사유하며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게 한다.
여기까지 이르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설치고
때론 눈물을 흘렸을까?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누군가 나처럼
평균주의의 모순에 빠져
자기 비하의 늪에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을 위한
한 권의 책이 여기 있다.
미국의 교육학자이자 저술가로서
"평균주의" 개념을 제시한 인물 중 하나인
토드 로즈(Todd Rose)는
2016년에 발표한 책
『The End of Average』에서
평균주의란 개념을 탐구했다.
한국에서는
정미나님의 번역으로
21세기북스를 통해
『평균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로즈는
이 평균주의를 주로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전개하는데
그는 개인의 다양성과
차이를 강조하면서
사람들을 평균적인 특성으로
평가하거나 측정하는 것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를 설명하며
사람들의 인간적이고
독특한 특성을 평균화하려는 시도가
교육이나 직업 등의 분야에서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즉 그는 개인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존중하고
이를 교육 및 직업의 분야에서
적절하게 다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평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각 개인의 독특한 능력과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춘 맞춤형 접근을
채택하는 것을 제안한다.
책의 면지에서 그는
“인간 만사에서는
오랫동안 당연시해 왔던
문제들에도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
는 버트런드 러셀의 문구를 인용하며
평균적’ 수행력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전부 틀렸음을 일깨워 준다.
사실 성취도에 대한 일차원적 이해,
즉 평균 점수, 평균 등급, 평균 재능의 추종에는
인간의 잠재력을 심각할 만큼
과소평가해 온 측면이 있다며
우리의 시스템을
다시 생각해 볼 방법을 고찰하도록
이 책을 통해 안내한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는
‘개개인성의 3원칙’을 제시하는데
이 책의 1부 ‘평균의 시대’를 통해서
공교육을 설계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평균주의라는 허상을,
앞서 언급한 ‘뇌 스캔 영상’ 같은
과학적 결과를 통해
하나하나 깨부순다.
2장 ‘교육 혁명을 위한 개개인성의 원칙’에서는
평균주의를 벗어나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평가할 수 있는 ‘개개인성의 원칙’
3가지를 제시하는데
그 첫째가 ‘들쭉날쭉의 원칙’으로
각 개인이 가진 지능은
분야에 따라 들쭉날쭉하므로
공부든 일이든,
아이가 뛰어난 지능을 가진 분야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맥락의 원칙’으로
모든 인간이 내향적인 동시에 외향적이고,
이성적인 동시에 감정적인,
모순적 성향을 둘 다 갖고 있으므로
단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뿐,
도덕성도, 인내심도,
성실성도 모두
아이가 본연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적절한 상황과 맥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역할임을 강조한다.
마지막 원칙은
‘경로의 원칙’으로
우리 사회에는 평균적으로 밟아야 하는
‘정상적인’ 경로가 있다는 오류로 인해
평균의 허상에 갇혀 착각하는데
실제로는 모든 아이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발달의 경로란
존재하지 않으며
개개인에게 적절한
발달 경로가 따로 있는
우리 모두가 특별한 경우이며
개개인성의 원칙들을 이해하며
우리의 삶에 통제력을
더욱 잘 발휘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며
어떤 경우든
유용한 경로가 한 가지 이상은
있게 마련이라는 점과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최상의 경로를 찾아
그 방향을 따르는 삶을 살기를 권유한다.
결론적으로 로즈는
평균주의를 버리고
‘개인 중심적’ 접근 방법을 제시하며
각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평균의 종말』을 통해 말한다.
알라딘에서)
토드 로즈 (Todd Rose 1974년 11월 28일)
교육 신경 과학 분야의 선도적인 사상가로서,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지성·두뇌·교육 Mind, Brain, and Education 프로그램과 개개인학 연구소를 맡아 이끌고 있다. 위스 생체모방공학 연구소에서 부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중학교 때 ADHD 장애 판정을 받은 뒤 성적 미달로 고등학교를 중퇴했으나 그 이후 대학입학자격 검정시험GED을 통과해 지역대학에 입학했다. 야간 수업을 들으며 주경야독한 끝에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인간발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수과정을 마쳤다. 비영리단체인 개개인의 기회연구소Center for Individual Opportunity를 공동 설립했고, 구글, 애플, TedX, SXSW(창조산업 박람회),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 등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포퓰리스Populace의 공동 설립자로서, 모든 사람이 충족감 있는 삶을 살아갈 기회를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가 배우고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혁신을 일으키기 위한 활동에 매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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