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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채근담/홍자성, 조지훈/현암사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3. 9. 9.

2학기 수강과목 중에

인격과 수양이라는 3학점 용 과목이 있는데,

주교재가 채근담이에요.

 

채근담(菜根譚)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문인 홍자성(홍응명(洪應明),

환초도인(還初道人))이 저작한 책으로

전편 222, 후편 135조로 구성되었는데

주로 전편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후편에서는 자연에 대한 즐거움을 표현하고

인생의 처세를 다룬다고 합니다.

 

채근이란

나무 잎사귀나 뿌리처럼 변변치 않은 음식을 말하는 것으로

유교, 도교, 불교의 사상을 융합하여

교훈을 주는 가르침으로

꾸며져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이 문장들이 저에게 스며들었답니다.

 

石火光中爭長競短인들 幾何光陰이며

蝸牛角上較雌論雄인들 許大世界리요.

 

석화광중에 쟁장경단인들 기하광음이며

와우각상에 교자논웅인들 허대세계리요.

 

위에 글은

채근담 후집(菜根譚 後集) 013에 실린 글이에요.

 

현암사에서

조지훈님의 역주로 발간한 책에

돌에 튀는 불같이

빠른 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룬들

그 세월이 얼마나 되며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룬들 그 세계가 얼마나 되랴?”

라고 번역을 하셨네요.

 

즉 세상 사람의 명리(名利)를 다툼이

마치 이 달팽이 뿔 위의 싸움과 같다는 말로

이겨 본들 얼마나 되는 세계이랴, 고 하니

 

요즈음 제 마음에 불같은 화가 들어차

저를 괴롭히던 분노들을

잠재우는 문장들이었어요.

 

어리석도다,

어리석도다

하루살이 인생이건만

옳다, 그르다

네 탓이요, 내 탓이라니?

다투는 것이

참으로 부끄러운 시간이네요.

 

남아있는 날들이

이토록 짧은데

더 이상

제 마음에 앙금이 남아있지 않기를

꿈꾸는,

 

묵묵히 그러나 쉼 없이

제 길을 걸어가길 기대하는

좋은 저녁,

 

토닥, 토닥

스스로 위로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