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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윤정은 장편소설/북로망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3. 10. 15.

 

 

 

소란한 일상을 피해 잠시 짧은 여행을 하는 중이다. 이른 아침 일어나 숙소의 커튼을 젖히니 온통 안개의 바다다. 나는 그 바다에서 하나의 작은 섬이 되어 좀 고독하나 가슴 가득 차오르는 무엇인가를 품는다. 이 순간 나에게 내 인생의 마법이 찾아온 것일까? 아래에 소개될 책은 우리가 살아 가면서 찾아야 할 인생의 마법을 나직이 속삭인다. 읽다 보니, 내 인생의 마법도 그려지고, 오늘 바로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인생의 마법이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윤정은 장편소설/북로망스

 

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는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능력, 이 능력을 보조하기 위해, 꿈꾸는 일을 실현시키는 능력을 가진 지은은 부모님을 찾기 위해 억겁을 시간을 살던 중 메리골드라는 마을에 정착해 마음 세탁소를 차린다. 이 세탁소에 연희와 재하가 첫 손님으로 온다.

 

연희는 남자친구의 배신에 대해 사랑의 얼룩을 지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지은을 만남으로써 그녀는 사랑이 끝나고 나서야 사랑이 남았음을 알았다. 사랑했던 기억은 힘을 잃지 않고 내 안에 반짝이며 머물러 있다. 잊지 않고 소중히 그 자리에 살게 할 테다. 생생히 살아 있는 기억은 삶에 생기를 잃은 어느 날 꺼내 볼 아름다운 추억이다. 행복했던 나, 반짝이는 그때의 나 그리고 그때의 우리를 떠올리면 메마른 마음에 온기가 지펴지겠지. 이제는 정말 그와 헤어질 수 있겠다. 미움과 원망 아닌 그리움으로 간직하며.”(84)를 깨닫는다.

 

재하는 유부남이었던 아버지와 처녀였던 어머니 연자 사이에 태어나 어렸을 적 아버지가 도망가고 어머니 연자가 혼자서 키웠던 청년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을 꿈으로 가졌던 까닭에 첫 데뷔 작품의 성공을 이뤘지만 전작보다 더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어 고민하는, 광고 회사의 비정규직이었기에 마음 세탁소에서 영화와 어린 시절의 기억에 대한 얼룩을 지우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해 지은은 재하에게 묻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 줄 알아?” 그리고 대답한다. “숨쉬기.” 연이어 숨이 잘 쉬어지면, 그때 문제를 마주하며 살아가면 돼. 문제 없는 인생은 없어. 인생에 문제가 생기면 극복해 갈 뿐이야. 도망가고 해결하고 그런 게 극복이 아니고, 그 문제를 끝까지 피하지 않고 겪어내는 거, 그게 극복이야.”(69) 라는 말을 하는데 재하는 끝까지 피하지 않는 게 극복이면 너무 힘들지 않나요?” 묻는다. “물론 힘들지. 어렵고. 하지만 그렇게 겪어내고 난 뒤에 그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게 되는 거야. 마음의 얼룩도 그래. 자기 얼룩을 인정한 순간, 더 이상 얼룩이 얼룩이 아니라 마음의 나이테가 되듯이 말이야. 사는 거, 너무 두려워하지 마. 그날까지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장담할 수 없는 너무 먼 미래의 일도 생각하지 마. 미리 걱정하지 마. 그냥 오늘을 살면 돼. 오늘 하루 잘 살고. 또 오늘을 살고, 내일이 오면 또 오늘을 사는 거야. 그러면 돼.”라고 지은은 답한다. 이후 재하는 4대 보험이 되는 회사의 정규직으로 입사하게 되는데 이것이 진정한 재하의 모습이 되는 지는 확신할 수 없다. 내 개인적 생각은 재하가 꿈꾸었던 삶을 위해 더 나아갔으면 하는데 그것이 그토록 고통이라면 재하의 선택에 박수를 쳐야겠지, 뒷 맛이 씁쓰릅하다.

 

그러나 재하의 어머니 연자는 행복한 일은 천지에 널려 있어요. 늦잠을 자서 출근해야 되는 줄 알고 허겁지겁 눈을 떴는데 알고 보니 주말이야, 안도하며 눈을 감아요. 마저 자는 잠이 얼마나 달큰하지. 저는 그냥 지금 이런 일상이 좋아요. 불행하다 느꼈던 상처를 지우고 싶던 순간이 물론 많았지만 그날들이 있었으니 오늘이 좋은 걸 알지 않겠어요. 불행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그 순간들이 있어야 오늘의 나도 있고 재하도 있으니까요.”(171)라며 자신의 얼룩의 지우지 않고 기꺼이 껴안고 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재아의 친구 해인은 주인공 지은이 옥상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슬픔을 찍은 뒤 어머니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닫힌 마음으로 살면서 꾸준히 사진을 찍었지만 현상하지 않았는데 지은의 사진을 찍은 후 자신이 찍었던 추억들을 인화하고 싶어 한다. 이는 더 이상 그에게 과거란 슬픔뿐인 아닌 매일이 결정적 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인스타 팔로워 189만을 거느린 셀럽 인플루언서, 온라인에서는 화려한 삶을 살지만 현실에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없는 은별은 자살을 경험하고 그 수면제의 후유증으로 환각과 몽유에 빠져 메리골드 마을에 오게 되고 처음 만난 사람인 지은의 깊은 눈빛에 빨려 들어갈 듯, 자신의 감정이 벌거볏겨진 듯 무장해제된다. 그녀는 지은의 마음 세탁소의 3번째 손님이 된다. “저 진짜 인플루언서로 살던 모든 삶을 지우고 싶어요. 이 삶 자체가 얼룩이에요.”라고 지은에게 고백하는 은별, 결국 그녀는 지은을 만남으로써 인생은 초록불인 것 같아도 노란불도 들어오고 빨간불도 들어온다. 가끔 빨간불에만 정체되어 있는 듯해도 어김없이 초록불이 된다. 초록불 다음엔 다시 빨간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길을 걷고 신호등이 나오면 불빛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다. 지금 내게 맞는 신호가 없다면 기다리고, 언젠가 신호가 올 때 또 다시 걷는 일이 아닐까.”(122)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택배일을 하는 영희는 어린 시절 가족과 친구들로부터의 트라우마를 지은에게 발설하고 위로받으며 시를 쓰는 택배 기사로서 라디오에 다음과 같은 마법의 경험을 풀어놓는다. “누군가 나를 비난하고 욕설을 퍼붓는다면, 받지 마세요. 택배도 수취 거부나 반품이 있듯이 나를 모욕한 그 감정이나 언행을 반품해보세요. 물건을 주었는데 받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닙니다. 누가 나를 싫어하고 미워한다면 그 마음을 받아서 상처로 만들지 마시고 돌려주세요. 받지 않고 도려주었으니 상처는 내 것이 아니고 상대의 것입니다. 마음의 천국을 방해하지 말고 수취 거부하세요. 그래도 됩니다.”(212)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는 어쩌면 꿈꾸는 일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은 굳이 마법을 쓰지 않아도 우리 모두의 삶에서 가능한 능력일지도 모른다. 삶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가는 힘은 실수하고 얼룩지더라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용기와 특권 같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 마법은 선택받은 특별한 이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라 당신도 나도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모두에게 이 비밀을 알려주려고 지은이 세상에 온 것일까.”(270) 라는 결론을 이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좀 어수선하여 몰입도가 낮았다. 읽을수록 빠져드는 마법과 같은 글이었다. 글의 아이디어가 반짝 빛났고 일상에서 마주칠법한, 현대의 젊은 아이들이 마주할 법한 문제들을 배경으로 어떠한 결정을 내려가는지 호기심이 끌렸을 뿐만 아니라, 시시해서 놓치고 살았던 인생의 마법들을 대하며 은근 미소가 번졌다. 살아보니 인생의 마법이란 바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이 살아있는 순간의 나의 결정과 선택, 비로 미래에 그것이 얼룩이 될지도 모르는 선택이라도 나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반백을 한참 지난 나는 오늘 또 결심한다.

 

 

토론하고 싶은 주제)

1.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순간이 있으셨나요?(187쪽 햇살을 뒤로 한 지은을 보며 해인은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      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2. 당신은 이 책을 통해 인생의 마법을 발견하셨나요? 혹 발견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요?

3. 혹은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 이외에 자신이 인생의 마법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나요?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요?

4. 삶의 마법을 풀고 싶다면 닫힌 문을 여는 용기를 내야 한다. 아무리 힘껏 밀고 열고 두드려도 문이 잠겨 있을 수도 있고,     문을 여는 열쇠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210) 그 열쇠는 어디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가?

5. 만약 인생의 마법이 있는데 닫혀 있어요. 그것을 열 열쇠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