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시리즈 9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3. 3. 23.

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시리즈 9

 

 

 

 

지난주 MBTI 결과지에 따른 상담에 이어 화요일에는 에니어그램 심리역동검사의 결과지를 바탕으로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답니다.  2 학생 회관 2층에 자리한 상담센터는 실은 젊은 학생들을 주 타겟으로 주로 진로나 대인관계, 혹은 학교생활에 대한 상담 쪽에 더 무게를 두겠지만 여하튼 학생이란 신분을 이용해 저는 그동안 궁금했던 확률속의 나를 알고 싶었는데요.  신입생이 된 지 일주일 만에 자발적으로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MBTI를 거쳐 심리역동검사를 경험하고자 했던 것은 그만큼 저에게 어떤 절실함이 있었을 테지요.

 

보통 검사를 받기 위해서 상담센터를 찾아 신청을 하면 검사 사이트의 접속 번호 같은 것을 주더라고요. 그곳을 통해 제시된 문항에 표를 하면 되는데 항목이 꽤 많았던 것 같아요. 일단 검사를 받으면 상담센터의 상담자가 그 결과지에 따른 상담 예약을 다시 제시하고 시간을 조율해  결과지에 따른 상담을 하게 되지요.

 

이번 에니어그램 검사는 한국가이던스라는 매체를 통했는데 제 검사결과 프로파일은 A형으로 김은님의 기본 성격 유형은 1유형에 최고점수 42점입니다. (힘의 중심: 배중심, 날개성향:9날개, 분열방향 4번 영역)일반적으로 각 기질별 평균 점수는 35 40점 정도이며 이 점수는 자신 성격 유형의 발달 정도를 나타냅니다.”라고 시작하더군요.

 

35 40점인 제 기질별 평균 점수에 의한 분석은 비교적 안정적 성향을 보임, 원만이라는 수치에 해당하는데 또한 원의 모양은 위 사진처럼 윤곽이 불규칙한 원 모양의 경우로 전체적으로 쓰는 성향은 자주 쓰고 쓰지 않는 성향은 표현되지 않는 모습이라는 나타내기도 하는데,

 

특히 자기역동을 이해 항목에서

1. 나는 어떨 때 힘이 나는가?

    힘의 중심: 성격역동의 1단계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에너지, 힘을 얻게 되는 이 되는 타고난 기질을 의미합니다.

 

김은님은 배 중심의 바탕을 지지고 있다. 이 중심을 바탕으로 한 사람들은 행동이 힘의 원천이며 관계할 때 당연과 의무, 의리를 중요시 여긴다. 이들은 규율과 정도에 맞는 의사결정을 하고 싶어 하고 늘 의지와 힘에 관심을 가진다. 결론, 단정적인 말투를 즐겨 쓰며, 현재 즉각적인 것을 먼저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금 그래라는 식의 이야기를 즐겨한다. 이들이 선호하는 일은 지도를 하거나 리더가 되는 분야의 일이다.”

 

깜놀 했습니다. 이 항목의 결과지는 거의 100퍼 제가 알고 있는 제 성향이었답니다. 단정적인 말투를 고치고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그 성향을 못버리고 있다는 사실은 타고난 기질때문인 것이구나 변명도 하게 되고요, 제가 확신하고 맡은 일에 대해선 언제나 앞장서는 축에 끼는 편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인지하며 웃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2. 나는 어떤 욕구가 가장 강한가?

   성격유형: 성격역동의 2단계로 에너지의 바탕을 두고 기질적 욕구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 는 핵심적인 자신의 욕구, 타고     난 자신의 기질적 욕구를 의미합니다.

 

김은님은 1유형의 성격 유형적 성향을 가장 많이 보이고 있다. 1유형의 사람은 매사에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에 주위에서 성실하다’, ‘모범생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기준이 정확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해서 정리정돈을 잘하기도 하고 속으로 잘하려고 애를 쓰는 경향이 있어서 남들이 옳지 못한 행동을 볼 때는 화를 잘 내기도 한다. 항상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자신 안에 누군가 있어서 올바른 행동, 규칙을 잘 지키는 것들에 관심을 많이 두는 편이다. 자기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여서 힘들어질 수 있다.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 목표가 높아서 자신을 칭찬하기보다는 비판하거나 만족이 별로 없을 수 있다. 그럴수록 자신에게 여유를 주고 사소한 일 하나에도 인정과 칭찬을 많이 하라.”

 

, 놀라웠던 것은 정리 정돈을 잘하려는 제 기질을 요즈음 두드러지게 느끼는데요. 특히 무엇보다도 기록하는 인간형으로 나아가고 있는 저를 들여다보며 그 기록들의 목적이 자신을 가지런히 정리하려는 근본적인 제 기질로부터 왔음에 신기하기도 합니다. 또한 저는 자신에 대한 목표치가 확실히 높더라고요. 만족도 면에서 그 목표치에 70 프로 정도에 이른다면 저 자신을 칭찬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어릴 적부터 꿈꾸어왔던 제 인생의 많은 것들이 100 프로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70 프로 이상이었다는 사실, 아마 많은 세월 경험한 이러한 것들로 인해 현재의 목표치가 더 높은 지도 모르겠어요. 언젠가는 100 프로는 아닐지언정 70 프로라도 갈 수 있으니, 라는 확신이 있으니까요.

 

3. 나는 어떤 잠재력, 성장 가능성이 있는가?

    날개 성향: 성격역동의 3단계로 타고난 자신의 기질적 욕구를 보완해주고 성숙하기 위해 필요한 잠재력, 성장 가능성을                       의미한다.

 

김은님은 9번 방향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2번 방향은 보완이 필요하다. 이상주의자 같은 모습: 조용하고 학구적이고 차분한 경향이 있다. 자연, 동물, 순수함을 좋아하고 친절하고 생각이 깊으며 부드럽게 상황, , 공부를 바꾸어 나가려고 하는 개선의 태도가 나타난다.

 

제가 몇 년 전에 개명을 했답니다. 부모님께서 주신 이름은 김미숙이었어요. 어릴 적 아버지에게 왜 이렇게 특징이 없는 흔한 이름을 주셨냐고 따진 적이 있어요. 아버지는 아름다울 , 맑을 , 네가 아름답고 맑게 살라고 깊이 생각하고 지은 이름이며 부모님의 바람이기도 하다는 말씀으로 저를 설득하시더군요. 그럼에도 저는 지나치게 평범한 이 이름이 싫어 결국 50 중반에 지금의 이름 김은으로 개명을 했어요. 은 온화할 은이에요 살다 보니 인간 관계에서 가장 지향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온화하게, 즉 다정함이더군요. 제가 살짝 냉정한 기질이 있는데요. 타인뿐만 아니라 저 자신을 향한 다정함을 제 삶의 지향점으로 삼았던 것은 제 기질적 욕구로부터 기인했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나요? 또한 늘 꿈꾸는 몽상가의 이상주의적 기질, 가끔씩 가족들로부터 비난 받아 온 제 기질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네요. 자연과 동물, 순수함, 이런 것들 때문에 요즈음 푹 빠진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의 시집을 세 권이나 필사를 했을 수밖에 없었구나, 무릎을 치면서 미소 짓고 있는 제가 보이시나요?

 

 

 

4. 나의 안정 지점, 스트레스 지점은?

   안정, 스트레스 방향: 성격 역동의 4단계로 자신의 스트레스 지점과 안정 지점을 앎으로 써 자신의 성격의 성장 방향을

                                     알려줍니다.

 

김은님은 현제 스트레스 지점과 안정 지점 중 스트레스 지점에 가까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 1유형(통합, 분열방향: 분혈 4번성향) 분열 상태에 있을 때: 비판적이고 트집 잡기를 좋아하며 남을 통제하려들며 융통성이 없어질 수 있다. 자신감이 낮아지고 자기 비하가 많아진다. 경계심이 생기고 완벽해지려고 애쓰는 경향이 나타난다.

 

맞아요, 저는 겉으로는 관대한 사람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속으로는 상대를 비판적으로, 때론 트집을 잡는 저를 종종 느껴요. 그러나 되도록 입 밖으로 내지 않으려 노력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것은 제가 상대를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는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아는 까닭으로 이러한 기질을 절제하기가 무척 힘들더라고요. 또한 A라는 상대가 B라는 상대를 자기식대로 통제하는 경향을 보일 때는 마치 제가 비판받아 마땅한 A라는 인물이 된 것처럼 무척 화가 나요. 피해자라고 생각되는 B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고, 올바르지 못하게 타인을 지배하려는 그 욕망을 자신에게서 본다는 것이 일종의 분노를 유발하는 고통이기도 하죠. 그러나 위의 진단처럼 제가 자신감이 낮아지거나 자기 비하가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자신감이 넘쳐나 지나친 자만에 이르지 않도록 늘 저 자신을 단속하는 편이라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성장을 위하여라는 코멘트가 있네요.

 

자신에게 좋은 친구 되기, 분노를 알아차리고 분노를 받아들이기, 있는 그대로 자신의 온전함을 알아차리기, 여유로움을 즐기는 능력 기르기, 자신에게 따스한 배려심 키우기

 

요즈음 저는 제 안에 제가 모르던 분노들이 쌓여있음을 자주 느껴요. 물론 대부분 타인에 대한 분노이지만 때론 저 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겠지요. 타인에 대한 분노란, 제 기대치에 이르지 못하는 남편, 친구들에 대한 분노이기도 한데 이성적으로는 상대를 인정하는데 속으로는 자주 원망을 하고 저도 모르게 분노를 발산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어제 이런 일이 있었어요. 남편이 은행 일을 본다고 해서 학교 가는 길에 은행에 들렀는데 갑자기 고용보험센터에 가야 한다네요. 차가 한 대밖에 없어 통학용으로 제가 사용하는데 집이 오식도라서 남편이 볼일이 있으면 통학길에 함께 시내에 오는데 어제처럼 예정에 없는 요구가 있게 되면 난감해질 때가 있어요. 어제는 첫 수업이 1110분이어서 집에서 8시 못 미쳐 나왔음에도 은행 일이 늦어지는 바람에 수업 시간이 촉박하게 되었지 뭐예요. 빠듯한 시간에도 여하튼 시내를 거쳐거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의 2시간 여의 시내버스를 타야하는 남편에게 미안도 하고 어차피 학교 가는 길에 고용보험센타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목적지로 향했죠. 그런데 말이죠. 또 착한 남편은 시간이 부족하다면 택시를 타고 갈 테니 먼저 학교를 가라고 저보다 더 조바심을 내더군요. 저는 괜찮다고, 어차피 가는 길이라고 설명을 했죠. 그럼에도 남편은 두 번, 세 번 반복해 같은 말을 하는 거에요. 두 번 째까지는 참았어요. 세 번째 같은 말을 할 때, 그거 아시죠. 확 열이 올라, “아이고, 제발요, 저도 모르게 튀어 나왔지 뭡니까, “괜찮다고, 어차피 가는 길이라고 세 번이나 말해야 되어요?” 짜증 섞인 말들이 튀어 나오는데, 바로 코앞에 목적지가, ㅠㅠ 그러고 남편을 내려주고 쌩하게 다행히 헐레벌떡 수업에 늦지 않게 겨우 강의실에 도착했답니다. 또 한 번 제 속의 분노가 발산되었던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을 거듭하다보니, 원망 비슷한 감정이었음을, 마음 속에 남편에 대한 분노가 얼마간 숨어있었음을 인정하게 되더군요. 물론 남편의 잘못은 아니죠. 제가 남편에게 거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남편의 어떤 면, 평소에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던 것들이 이런 상항에서 나도 모르게 표출되었던 것이었음을, 화를 낸 것도 미안한 일이었지만 또 한 번 저를 다스리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부족함까지 비난하는 저를 발견해요.

 

여하튼 말이죠. 위의 결과지의 분석을 바탕으로 상담 선생님과의 주고 받는 대화는 저의 기질을 파악하고 앞으로 대처해나갈 제 행동 방향을 모색했던 멋진 체험이기도 했답니다.

 

상담 선생님 왈,

 

선생님의 낙천적인 성격이 아마 자기 비하에 이르는 힘들었을지도 모를 상황을 상쇄시켰을 것 같지만, 앞으로는 더 선생님 자신을 위로하고 화해하고, 지나치게 완벽하려고 애쓰지 마시길요.”

 

라는 말로 끝맺음을 했답니다. 이 얼마나 훈훈한 위로였는지요!

 

43년 만에 23학번으로 다시 출발한 현시점에, 가장 황홀한 것은 뭐니 뭐니해도 제 앞에 펼쳐진 70만 권이 넘는다는 학교도서관의 장서량, 가난한 제가 지나치게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 4년 동안 야금야금 씹어먹어야 할, 저의 양식창고를 확인한 일이었고, 모르던 부분, 또 평소 알고 싶었던 분야에 대한 더 깊은 탐구가 계속될 강의실 체험, 마지막으로 상담 센터를 통한 제 자신의 분석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제 내일의 지향점을 다시 일깨웠다는 점이에요.

 

어제 군산 시립도서관에서 제 애정하는 작가, 김중혁님의 ‘3과 글쓰기란 제목의 강연에 참석했는데 그가 청중을 향해 묻더군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데 괴상한 인물이 되어 사는 것과 미래의 멋진 인물이 되어 사는 두 선택지가 놓였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어요?“

 

전 서슴없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괴상한 인물이 되겠다 쪽에 제 선택을 두었어요. 왜냐고요? 전 제가 지나치게 평범한 인간이 된 것이 행운이기도 하지만 또 불행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요. 발자크처럼 세속적이고 비열하며 끊임없이 명예와 돈을 추구했음에도 세계 문학사에 언급될 만한 명작을 내놓을 수 있다면 타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똘아이가 되어 명작을 쓸 수 있다면 그쪽을 택하고 싶어요. 전 결코 그만큼 가까워질 수 없다는 제 한계를 알고도 있죠, 그럼에도 전 나아갈 거예요. 암요. 소풍 마감의 그 순간까지 게으름피우지 않고 바보처럼 뚜벅뚜벅, 읽고 쓰고, 또 읽고 쓰고, 배우고 가르치고, 가르치며 배우고……

 

깜깜하던 창밖이 밝아지기 시작했어요. 미동도 하지 않는 창밖 소나무가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늠름하게 서 있어요. 간밤에 비가 왔던 듯 도로는 젖어 있어요. 오늘은 연주황색 은은하고 다정한 하늘을 마주할 수 없지만 저는 여전히 충만한 기운으로 날씨를 지배하겠다는 듯, 붉게 물들고 있어요. 이 순간의 간절함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자판을 두드리죠. 제 장황한 글들이 좀 부끄럽기도 합니다만, 그러나,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