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시리즈 8
1학년 1학기에 선택 교양과목인 “영화와 정신분석”의 첫 번째 과제랍니다. 젊은 시절, 세계문학 선집에서 의무처럼 읽었던 햄릿을 다시 들춰보며 만감이 드는 것은 저 뿐만 아닐 거 같아요.
과제는 햄릿을 읽고 인상적인 문장을 선정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 A4 두 장 이내로 쓰라는 것이었죠. 보통 독서 감상문은 에세이 형식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인 것인데 특이한 형태의 과제구나 처음엔 이상했어요. 그러나 과제를 하면서 교수님의 선택에
박수를 치게 되더군요.
뭐랄까, 작가의 의도나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인물 캐릭터 분석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고, 다면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요. 특히 대화들을 통해 내가 개입되며, 나의 삶을 들여다보는 계기(契機)가 된다는 게 신기했답니다. 아마도 내 삶의 남아있는 날들보다 살아왔던 날들이 더 많았기에 가능한 사유가 아니었을까, 혼자 웃었답니다.
1학기 동안 이 수업에서 다뤄질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시간적 혹은 심적으로 맛만 보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그럼에도 두두두두……, 이순(耳順)을 넘긴 저를 두근거리게 하는데요. 자기 위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그러나 그 불충분함으로 여전히 저라는 인간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때론 “묘한 흥분감” 정말 솔직하게 말한다면 “희열”의 순간까지 이르게 한답니다. 오랜만에 제 인생에 찾아온 “선물” 같은 시간이라면 제가 너무 순진한가요?
지난주 학교 상담센터의 MBTI를 거쳐 어제는 에니어그램을 통해 저를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보통 개인이 이용하려면 얼마간 경비가 필요할 텐데, 학교라는 시스템을 통하면 무료라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며
이른 아침 저는 잠시 컴퓨터 앞을 떠나 창가에 섰어요. 그거 아시죠? 막 떠오르는 태양 주변을 물들이는 아침노을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저녁노을처럼 황홀하지 않지만 은은하면서도 어찌나 다정한지요!
“고맙습니다. 아직 불완전한 제가 여전히 “자기 발견”과 더불어 “자아 성장”의 의지와 희망에 물들 수 있는 것은 모두 그대 덕분이지요.“
라고 가만가만 속삭였어요. 창문 앞 소나무 가지 뒤로 펼쳐진 연주황색의 미소를 품은 하늘이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어요.
”나아가고 나아가, 그 길의 끝에 기다릴지 모르는 그것을 위해, 뚜벅뚜벅, 그러나 쉼 없이.“
그때 화답이라도 하는 듯 소나무 가지를 치고 날아오르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마치 제 모습 같았어요. 웃기죠? 80 키로에 육박하는, 귀밑머리에 성성한 서리를 맞은 제가, ‘작은 새”라니!!!
영화와 정신분석 독서 감상문 : 햄릿(셰익스피어)
참고 도서는 민음사 판 햄릿(최종철 옮김)이다.
1
A: 작품 속 인상적인 대사를 선택해 쓰시오. 등장인물의 이름, 막과 장을 표시 하 십시오.
약한 자여, 네 이름은 여자로다. (햄릿 1막 2장)
B: 대사를 선택한 이유를 제시하시오.
햄릿이 아버지를 배반하고 삼촌과 다시 결혼한 자신의 어머니인 거트루드에게 혼잣말로 원망을 한 내용이다.
그러나 나 는 이 말을 “약한 자여, 네 이름은 인 간이로다.”로 바꾸고 싶다. 햄릿은 물론이고 작품 속 주인공들은
얼마간 욕망과 악에 물들어 줏대 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이것이 인간 본질 중 하나라고 인정해야만 하는 슬픈
진실이기 때문이다.
2.
A: 가장 부정한 눈물의 소금기가 가시기도 전에 결혼했어. 오 최악의 속도로다! 그 렇게 민첩하게 상피붙을 이불 속에
뛰어들어. 이건 좋지 않고, 좋게 될 수도 없는 일. 허나 가슴아 터져라, 입은 닫아야 하니까. (햄릿 1막 2장)
B: 어머니 거투루드의 부정함에 치가 떨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햄릿이지만 아직 자신의 복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즉 자신의 입을 닫아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기란 얼마나 어려웠을까, 진실 앞에서 갈등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 주는 장면이다. 희곡이나 드라마, 혹은 소설과 시 같은 어쩌면 예술 전반적으로 이러한 인간의 양면성들 혹은 다면성들을 주제나 소재로 택했을 때 공감을 끌어 낼 수 있는 것은, 우리 내부에도 이런 모습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아는 까닭으로 작품들 속에 내가 개입되고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나의 경우로 환치시켜 좀 더 나은 인간
으로 성장하고 싶은, 이것 또한 성장하고 싶은 인간 본연의 모 습 중 하나가 아닐까?
3.
A: 네 생각을 발설하지 말아라. 절도 없는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도 말고, 친절하되 절대로 천박해지면 안 된다. 있는
친구들은 겪어보고 받아들였으면, 그들을 네 영혼에 쇠고리로 잡아매라. (햄릿 1막 3장)
B: 폴로니어스가 떠나는 아들 레어티즈에게 충고하는 말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 는 전형적인 조언의 형태지만 극 속
폴로니어스 자신은 자신의 입 밖으로 꺼낸 말처럼 행동하지 않는(자신의 이익을 위해 왕에게 아첨하는) 이중적 모습
을 보 인다. 영혼까지 언급되는 걸 보면 당시의 동년배 친구 사이를 어떻게 규정지 었는지 엿볼 수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현재까지도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 도 덕의 한 형태가 아닐까?
4.
A: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햄릿 3막 1장)
B: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원문 번역인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구절을 민음사 판 햄릿에서는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로 번역되었는데 나는 이 원문 번역을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이냐, 아니면
복수를 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라고 하고 싶다. 그 근거는 바로 이 대화 뒤 에 나오는 문장들, “어느 게 더 고귀한
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 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를 볼
때, 즉 문맥상 더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아직도 햄릿이 아버지의 복수를 실행하는 것에 대한 갈등을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햄릿 증후군”이라는 용어의 근거가 되는 이 문장은 선택의 순간에
갈팡질팡하는 인간의 실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5.
A: 참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데도 특별한 섭리가 있잖은가. 죽을 때가 지금이면 아니 올 것이고, 아니 올 것이면 지금일 것이지. 지금이 아니라도 오기는 할 것이고, 마음의 준비가 최고야. 누구도 자기가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지 모르는
데, 일찍 떠나는 게 어떻단 말인가? 순리를 따라야지. (5막 2장)
B: 햄릿은 하늘의 섭리를 말하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삶 속에 늘 죽음이 있음을 알려주는 문구이지 않을까?
6.
A: 용서를 나눕시다, 햄릿 왕자님. 저와 부친 죽음 그대 탓 아니고, 그대의 죽음 또한 제 탓이 아니길(5막 2장)
B: 햄릿과 레어티스 둘 다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운명의 함정이 있었음을 인식했던 레어티스가 햄릿에게 용서를
비는 장면으로 그들을 옭아맨 죽음의 폭력성을 혐오하며 각자 자신의 배신으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며 동시에 자신
스스로도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 앞에 화해를 청하는 장면이다.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맞서 피해자며
동시에 가해자인 인간의 실존을 인식하는 한편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아 위안의 순간을 맞이하는 대화, 운명
혹은 삶의 모순성 앞에 나약한 인간임을 그래서 용서와 화해가 인간에게 왜 필요한지 생 각하게 하는, 더 나아가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연민을 통한 연대에 대한 의식까지 엿볼 수 있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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