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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시리즈 10.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3. 3. 27.

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시리즈 10.

 

 

 

 

 

 

 

대학 1 학년 1학기에 일반교양으로 2학점 용 비전 있는 대학 생활이라는 강의가 있답니다.

 

이 과목 담당 교수님의 수업 강의 계획서에

 

본 교과목은 신입생들에게 군산대학교를 소개하고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안내할 수 있는 길잡이로 운영된다. 신입생들은 고등학교와 대학 생활이 어떻게 다른지, 대학 캠퍼스는 어떤 곳인지를 탐방하며, 대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학생지원 프로그램을 알아본다. 또한, 학생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진로를 고민하고 인생에 있어서 자신만의 비전을 수립하게 된다.”

 

라는 강의 목표를 제시해주더군요.

 

이제 4주의 수업을 마쳤는데, 24일 금요일에는 학교 도서관 탐방과 더불어 도서관 이용 교육을 받았답니다. 과목 담당 교수님께선 도서관 교육 후에 대출 서가에서 철학 서적 코너를 찾아보고 일인 1권 이상의 책을 선정해 대출해 읽어보고, 물론 4일이라는 시간의 촉박함에도 자신이 대출한 책을 소개하는, 예를 들면 책의 선정 이유 같은 것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과제를 내주셨어요.

 

241400 이후에 책 대출이 가능하다 해서, 전 점심 후 중앙도서관, 인문학 서가의 철학 코너에서 니체에 관한 책을 둘러보았답니다. , 이렇게나, 많이! 놀람과 동시에 제 심장이 쿵쿵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면, 웃으시겠어요?

 

사실 새삼 대학 1학년, 더구나 철학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물으면 저는 농담조로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프로이트와 융, 그리고 니체와 친해지기 위해

 

프로이트와 융을 공부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듯 느껴지는 제 심리적인 문제점들에 좀 더 깊이 접근하고자 하는 저의 의지가 되겠고요. 니체, 니체는 제가 오랫동안 접근했지만, 뭔가 알 듯 모를 듯 안개 같은 니체의 바다에서 아직도 헤매는 중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보다 실질적인 이유는 몇 년 전에 초고를 써놓은 니체라는 중편 동화를 꼭 완성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니체는 현재 목표한 250매 중 200매 정도의 초고를 썼는데 대미를 장식할 50매에 대한 접근을 아직 못하고 있답니다. 이 작품은 니체의 저서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쓰기 시작했는데요. 니체라는 열 살짜리 아이가, 자신을 키운 할아버지와, 자신의 동화 속 캐릭터인 코야라는 알비노 당나귀와 함께 여행을 떠나, 체르노빌 근동의 프리피야티란 지역에서 나타샤라는 소녀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우르케웨라는 섬에 있는 알비노 마을인 셍게레마의 소년 부루, 그리고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 전쟁을 피해 도망쳐 온 아일란이란 소년의 가족을 만나고 온 후, 혼자서만 한국의 삼호 병원 침상으로 돌아오는, 광야에서 40일 동안의 단식 명상을 하다 세상을 향한 외침을 다시 시작했던 예수님처럼, 니체 또한 친구들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병상에서 40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환타지 동화랍니다. 니체가 깨어났을 때 10살 아이가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라는 고민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태랍니다. 전 이 니체 이야기를 10살의 니체로부터 시작해, 20, 30....80까지의 니체의 이야기를 시리즈물로 써, 제 필생의 야심작으로 만들 계획이랍니다. 이제 출발하는 셈이긴 하지만, 제가 과연 니체를 통해 세상을 향해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그 해결책에 대한 사유를 앞으로 4년의 대학 생활 동안에 충분히 할 계획이고, 아마도 제 교수님들과 과 친구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 기대한답니다.

 

말이 나왔으니, 부끄럽지만 저는 제 4년의 대학 생활에서 대학이라는 시스템을 충분히 이용하려고 합니다.

 

2학년부터는 부전공으로 국문과를 택해, 문학비평과 더불어 제가 가지고 있는 초고, 군산 근대의 기생 이야기를 다룬 벚꽃이라는 장편과 1982년 전두환 정권 시절 벌어진 군산의 대표적인 용공 조작 사건인 오송회 사건을 배경으로 한 병든 서울이라는 장편의 완성과 더불어 초고가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니체” 250매의 중편,“은빛 여우와 붉은 늑대라는 우화 같은 동화 250매의 중편, 이 두 편은 모두 영어로도 써보는 시도를 하고, 출판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코웃음을 칠 정도의 허풍스런 야심을 키우고 있답니다.

 

저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201312월 초, 지리산 행복학교의 이원규 시인으로부터 잡지, 미네르바에 실린 신경림 시인의사진관집 이층이라는 시를 소개받았어요. 수업을 받던 중 무엇인가 저를 향해 망치를 휘두르는 게 느껴졌어요. 일박 이일의 수업이었고 이미 자정을 넘은 시간, 저는 수업 도중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어요. 새벽 3시가 좀 지나 집에 도착해 미친 듯 써대기 시작했는데 아침 10시경 그럭저럭 90매짜리 단편 초고를 완성했어요. 그리고 3일 동안 글의 문법, 띄어쓰기, 맥락등를 퇴고해 3일 만에 2014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꽃은 피고 지고라는 제목으로 응모했죠. , 암것도 모르던 제가 글쎄 그해 불교신문 신춘 문예 본심에 올랐더라고요. 저는 착각하기 시작했어요. 마치 제가 문학에 천재인 줄, 그리고 몇 년을 매달렸어요. 성과란 그 후 앙대여 여사와 브리태니커 박사라는 제목으로 한라일보에 응모, 또 한 번의 본심 진출, 별로 의미도 없는, 오직 승자 한 사람에게만 영광이 허락되는 제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는 몇 년을 발버둥쳤답니다. 여하튼 덕분에 장편 5, 중편 서, 너게, 단편은 20여개가 지금 제 문학적 경로 안에 포함되어있죠.

 

쓰고, 고치고, 응모하고, 고배를 마시고, 실망해 몇 년은 손도 대지 않았던, 제 새끼들, 그것들이 요즈음 아우성치고 있답니다. 그들을 가슴으로 잉태해, 이제 손과 머리로 키워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 할 의무, 그것은 어쩌면 제 조물주가 부여한 저의 달란트이고, 유일하게 제 삶을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작업이라는 것을, 어쩌면 제 인생 마지막 남은, ”발악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전 어린 시절부터 좀 시건방졌죠. 싸가지 없는,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려 함께 노는 것보다, 혼자 뒷동산에 올라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상상하는 것을 더 좋아했어요. 동화책에서 만났던 캐릭터들과의 상상적인 대화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심심하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바라보며, 언젠가 제 인생도 저들처럼 자유롭게 우주를 날아다닐 수 있기를 소망했죠. 더 먼 훗날엔 청춘인 아이들과 어울려 인생을 논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20 대 후반, 그리고 30 중반까지 저는 정말 비행기를 타고 곳곳을 날아다니는 투어 가이드가 되어있더라고요. 또 한국에 정착한 30대 후에서 50대 초반까지 여하튼 초, 중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과외 선생이 되어있었고요. 카페와 식당의 호스테스로서 음악 공연을 주도하거나, 파티의 주관하곤 했죠. 이제는 철학도로서 대학을 마친 후에는 저는 무림의 고수가 되어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독서 모임, 철학 모임, 글쓰기 모임, 영화 모임, 재즈 동호회, 때론 먹고 마시고 춤추는 파티를 열며 제 남은 이승의 소풍을 마감하려고 해요.

 

바램이라면 소풍을 마감하는 날은 예전엔 카잘스가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이 무한 반복 재생되는 순간에 눈을 감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탈리아의 제 영웅이자, 애정하는 재즈 뮤지션, 엔리코 라바(Enrico Rava)의 트럼펫으로 네이쳐 보이(Nature Boy)“를 들어야겠다 마음을 바꿨어요. 조금 낭만적이죠.

 

여하튼 지금까지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꿈 꾸던 인생의 70프로 정도는 현실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신기하고, 그것은 하늘의 축복이 아닐까, 자주 고맙다고, 기도하면서 미래에도 제 꿈들이 70 프로 이상 실현될 것이라고 확신해요. 건강만 주의한다면요.

 

창문으로 스며드는 아침 빛을 배경으로 Enrico Rava 의 앨범 ‎– Full Of Life(2003)8번 트랙 Nature Boy/ Eden Ahbez 8:26를 듣고 있어요.

 

 

 

 

Credits

Baritone Saxophone, Soprano Saxophone Javier Girotto

Double Bass Ares Tavolazzi

Drums Fabrizio Sferra

Trumpet, Flugelhorn Enrico Rava

 

이탈리아 출신의 재즈 뮤지션들과 4중주 세션으로 연주된 이 곡은 제가 의기 소침해 지거나 지나치게 가벼워질 때마다 저에게 삶의 무게 중심을 갖도록 이끄는 연주랍니다. 가끔은 이 곡을 보컬로도 자주 듣는데, 그 가사가 제 인생의 모토이자 지금까지 살아온 경로이며 앞으로 살아갈 제 미래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싶네요.

 

마지막 가사가 이래요.

 

'The greatest thing you'll ever learns just to love and be loved in return.'And then one day,A magic day, he passed my way. And while we spoke of many things, Fools and kings, This he said to me,'The greatest thing you'll ever learns just to love and be loved in return.